제주도에서 워라벨은 가능할까?

제주도 직장 적응기

by 유하


“유하, 여기 팀원 언니 한명이 춤을 잘 못추는데 감독님이 엄청 뭐라고 하셔. 너 마음 단단히 먹고 와야 겠다.”

나보다 한 달 정도 제주도에서 먼저 일을 시작한 친구가 나에게 미리 주의를 주었다. 그 덕분인지 나는 감독님이 아무리 나에게 모진 말을 해도 괜찮았다. 심적으로는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지만, 열 시간 정도 거의 쉬지 않고 춤을 연습하다보니 몸이 많이 힘들었다. 나는 너무 목이 말라서 물이 있는 쪽으로 손을 뻗었다.


“유하 씨, 내가 언제 물 마시라고 했어?”


나는 그 한 마디에 이성이 뚝 끊겼다. 그 말을 한 사람은 다름 아닌 매니저였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매니저의 역할은 감독과 춤추는 직원 사이에서 중재해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매니저는 감독의 편에 서서 나를 채찍질해댔다. 감독도 나한테 물을 마시지 말면서 연습하라고 한 적은 없었다.

아니, 인간적으로 물은 마시면서 연습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나는 그 뒤로 연습할 마음이 없어져서, 연습을 할 때 별로 열심히 하지 않았다. 그걸 본 감독은 화가 나서, 내 앞에서 매니저와 대놓고 앞담화를 시작했다. 그 때부터 내 고생길은 열린 것이다.


그 뒤로 나는 몇주간 남는 쉬는 시간마다 개인 연습을 했다. 나랑 내 친구는 그것에 대해 두고두고 이야기를 했고, 이런 취급을 받을 거면 여기에서 나가자고 했다. 여기는 6개월의 계약 기간이 있는데, 특정한 춤을 연습해서 공연을 해야 했다. 그래서 사람을 새로 구하기도 힘들었다. 우리 둘이 나가면 사실상 매니저는 위에서 엄청 까이는 신세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나가지 않는 대가로 매니저에게 사과를 받아내었다. 그리고 ‘그만둘게요'라는 말은 우리에게 무언가 부당한 일이 생길 때마다 외치는 무기가 되었다.



문득 친구가 제주도에 오기 전에 한 말이 떠올랐다.

‘나는 일 끝나면 춤 학원에서 춤 배워야지~’

일이 끝나고, 뒹굴거리는 친구를 보며 내가 말했다.

“야, 너 일 끝나면 춤 배운다고 하지 않았어?”


친구는 내 말을 되받아쳤다.

“너는 우리 일상을 동영상으로 만들거라며"

그제서야 나는 내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음.. 나는 우리 제주도 일상을 동영상으로 만들어보고 싶어.’


우리는 우리 다짐과는 다르게, 일이 끝나면 집에 가서 샤워를 하고 침대에서 구르기 바빴다. 팀원 언니가 어디 가자고 할 때 빼고. 휴일이 단 하루라니! 놀러가든지 쉬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가여운 상황이 된 것이다. 차가 없는 우리가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마음 먹고 부지런하게 아침부터 일어나서 준비해야 했다.


그래서 우리는 그냥 차를 샀다. 이왕 제주도까지 왔는데, 무기력하게만 있을 수는 없지! 우리는 우도 잠수함, 사려니 숲, 이호테우 해변, 금능 해변 등 참 열심히도 다녔다. 쉬는 날마다 운전을 부지런히 한 덕분에 하마터면 집 안 장롱에서 나오지 못할 뻔 했던 내 운전면허증은 제주도에서 빛을 봤다. 이렇게 우리는 제주도에서 좋든 나쁘든 서서히 적응해가는 듯 보였다.


하지만 비건으로서 집과 밥을 제공해주는 직장에서의 생활은 쉽지 않았다. 과연 비건은 단체생활을 못한다는 편견이 사실일까? 다음 편은 단체생활을 하며 비건으로서 겪어야 했던 불편함과 이를 어떻게 해결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매거진, [제주도에서 무자본으로 살기]는 매주 화요일 연재됩니다:)

궁금한 게 있으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다음 에피소드 이야기로 답해드립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