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공원에서 일하면 어때?
“나는 일 끝나면 춤 학원에서 춤 배워야지~”
“음.. 나는 우리 제주도 일상을 동영상으로 만들어보고 싶어.”
“쉬는 날에는 꼭 놀러 가자. 내가 드디어 비행기를 타보다니..! 설렌다.”
“비행기 탈 때 신발 벗는 거 알지? 잊으면 안 된다?”
우리는 한껏 들뜬 마음으로 제주도에 가면 무엇을 할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제주도에 가기 전날까지 거의 매일 만나서 춤 연습을 했다. 뮤지컬 동아리를 같이 했던, 중학교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내 친구는 가수가 되고 싶었고, 나는 배우가 되고 싶었다.
“이제 연예인이 되고 싶은 마음은 없어. 계속 자살하는 연예인들 보니까, 그런 악플과 사생활이 없는 삶을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어.”
“맞아. 내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를 모두가, 그것도 매일 지켜본다면 어떨까? 으, 생각만 해도 숨 막혀.”
가뜩이나 지적받는 것에 민감한 내가 치를 떨었다.
우리는 연예인의 삶과는 멀어졌지만, 가수 또는 배우와 가깝기도 한 일을 하고 있었다. 친구는 춤 강사가 되었고, 나는 언어 강사가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일을 그만두고 다시 함께 하게 되었다. 어쩌면 이제는 연예인과 비슷한 일을 하게 될지도 몰랐다.
우리는 실제로 무대에서 춤을 추고 연기를 했고, 관객의 박수를 받았다. 무대에서 실수하면 다시 연습했고, 감독님이 짜준 안무를 외웠다.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은 나와 내 친구를 포함해서 총 네 명이었다. 우리는 실수를 하면 감독님에게 혼났는데, 그럴 때마다 서로 토닥여주며 더욱 끈끈해졌다.
그중에 언니 한 명은 유일하게 자동차를 가지고 있었는데, 일이 끝나거나 쉬는 날에 항상 멋있는 곳에 우리를 데리고 갔다. 덕분에 휴일마다 제주도를 여행하자는 우리의 소원은 이루어졌다. 그렇게 멋있는 곳에 갔다 오면, 육체적으로는 피곤했지만 정신적인 에너지는 한가득 충전이 되었다.
놀이동산에서 하는 일은 하루 스케줄이 있다는 점과 매니저가 있다는 점도 연예인과 비슷했다. 춤을 다 춘 이후에는 사람들과 같이 사진을 찍어주는 포토타임이 있었는데, 사진을 찍기 위해서 사람들이 줄을 쫙 서있는 장면을 볼 때면 괜히 기분이 좋았다. (사실 인형탈을 쓰고 춤을 췄기 때문에 나의 인기라기보다는 캐릭터의 인기였지만 말이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 때는 무대에 서지 않았다. 그 대신, 캐릭터 상품이 진열되어 있는 스토어에 가서 손님들과 사진을 찍으면서 놀아주면 되었다. 스토어 직원들은 우리 장난을 잘 받아주었고, 우리는 힘든 무대에 서는 것보다 스토어에서 사진 찍어주는 것을 더 선호했다.
우리는 30분 정도 공연을 하고 한 시간 정도 쉬었다. 이렇게 하루에 다섯 번 정도 공연을 하면 퇴근할 수 있었다. 나는 쉬는 시간마다 스페인어를 꾸준히 공부했다. 우리와 함께 일하는 사람 중에 콜롬비아 사람도 있었는데, 나는 한국어를 가르쳐주고 그 사람은 나에게 스페인어를 가르쳐줬다. 우리는 함께 공부하다 보니 친해져서, 일이 끝나면 같이 놀기도 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집값과 밥값이 안 든다는 점이었다. 덕분에 월급의 80% 정도는 쓰지 않고 생활할 수 있었다. 친구는 매월 50% 정도를 모았는데, 내가 미니멀리즘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아주 좋았던 일만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나는 6개월이라는 계약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이곳에서 나가게 된다. 사실, 내가 이곳에 도착한 순간부터 나는 이곳을 나가고 싶었다. 왜 나가고 싶었냐고? 다음 편에는 내가 이곳에서 나가고 싶었던 이유를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매거진, [제주도에서 무자본으로 살기]는 매주 화요일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