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핑계고, 남미가 가고 싶었어

5년 전의 꿈을 이루는 중

by 유하

드디어 내 오랜 꿈이던 [다큐멘터리를 만들기]를 이루었다!

아, 물론 내가 혼자 만든 건 아니다. 내가 속해 있는 유튜브팀에서 함께 만들었다.

아, 물론 내가 주편집자도, 감독도 아니다.

그냥 같이 촬영 현장에 같이 있었고, 영자막 작업 조금 했고, 피드백 조금 보탰을 뿐이다. 그러니 솔직하게 말하면 내가 다큐멘터리를 '주도적으로 만들었다'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냥 그 현장에 조금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 그 다큐멘터리로 멕시코에서 상을 받게 되었다. 나는 또 염치없이(?), 대리 수상을 하겠다고 했다. 뭐, 조그마한 영화제였고, 상을 준다고 남미까지 날아갈 만큼 한가한 사람이 팀 내에 나밖에 없기도 했다. 무엇보다 나는 오래전부터 남미에 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영화제는 내가 기다려온 꿈에 아주 좋은 '핑계'가 되어주었다.


사실 내가 처음 남미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조금 엉뚱했다.

나는 실업계 고등학교에 진학하니 방과 후 시간이 꽤 남았다. 주변 친구들이 열심히 대학 입시 공부를 할 동안에,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배워야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남의 말만 듣고 자라온 여고생에게 '내가 원하는 것' 같은 게 있을 리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남들이 멋있다고 하는 것 중에 하나를 골라보기로 했다. 그때 내 눈에도 멋져 보였던 것은 '언어 공부'였다. 문제는 어떤 언어를 공부해야 할지조차 혼자 결정하지 못했다는 거였다. 그래서 나는 지식인에게 물어보았다.

"특별한 언어를 배우고 싶은데 어떤 언어가 좋을까요?"

제일 먼저 달린 답은 '포르투갈어'였다. 그때의 나는 포르투갈이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지만, 그 낯선 이름이 왠지 특별하게 느껴졌다. 조금 더 찾아보니 스페인어가 포르투갈어보다 더 많이 쓰인다고 했다. 그래서 열심히 스페인어를 배울 수 있는 곳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학교 근처에는 스페인어를 가르치는 학원이 없었다. 결국, 나는 스페인어 배우기를 포기하고 중국어를 배웠다.

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혼자서 세계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제야, 학교에서는 관심도 없던 세계 역사가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다시 내 마음을 붙잡은 것은 남미의 역사였다. 이미 거대한 문명을 이뤘지만, 스페인이 가져온 병균과 무기 앞에서 거의 전멸한 사람들. 그 넓고 방대한 대륙의 언어가 거의 스페인어로 통일된 사실을 알고 나니 그들이 더 궁금해졌다. 한국 사람들은 한국어를 말살하려고 한 일본에게 강한 악감정을 품고 있는데, 남미 사람들은 왜 그런 게 없어 보일까? 내가 그들의 문화를 깊이 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겉으로 보이는 남미 대부분 국가들은 너무나도 밝고, 오히려 신나보이기 까지 했다. 그런 그들의 마인드셋이 궁금해졌다. 남미에 가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뒤로 열심히 혼자서 스페인어를 독학했다. 그리고 돈을 아끼기 위해서 코이카 봉사활동으로 남미에 가는 것을 선택했다. 하지만 결과는 광탈. 그 대신 라오스에 가게 되었다. 라오스에서도 정말 즐거운 생활을 했지만, 남미에 가고 싶은 마음은 한 번도 사라진 적이 없었다. 진짜 꿈은 마음속에 오래 품고 있으면, 포기하지 않으면, 어느 날 조용히 현실이 된다. 그리고 지금 그 꿈은 멕시코의 작은 한 영화제로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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