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카페에서 일하면 책을 읽을 수 있을까?
그동안 제주도에서 하던 놀이동산 일을 그만두고, 여행을 하기로 결심했다. 제주도에서 더 이상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홀가분했다. 그렇게 나의 자유를 여기저기 알리기 시작했다.
여러분, 저 일 그만뒀어요!
가족, 친구, 내가 활동하는 비건 관련 팀에도 내가 일을 그만두었다는 사실을 알렸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한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 친구는 나와 함께 비건 팀에서 활동하는 친구였다.
“유하야, 너 그럼 일 아예 그만둔 거야?”
이 문자를 시작으로 나의 제주도 여행은 시작도 하지 못한 채 끝나버렸다. 친구는 제주도에서 청년과 함께 일하고 싶어 하는 사장님이 있다며 나에게 함께 일을 해볼 생각이 없는지 물어봤다. 일하는 조건은 꽤 괜찮았다. 주 4일, 하루 7시간에 집까지 제공해준다는 조건이었다. 결정적으로 내가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이유는 일하는 곳이 북카페였기 때문이다. 책을 좋아하고, 카페에서 일해보고 싶었던 나는 콜! 을 외쳤다.
나는 며칠 뒤, 면접을 보러 갔다. 사장님은 예전에 출판업을 하신 분이셨다. 지금은 제주도에서 많은 일을 하고 계셨다. 사장님은 기후위기 때문에 제주도가 사라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셔서, 그전에 제주도에 있는 것들을 아카이빙하고 싶다고 하셨다. 나도 제주에 살며 제주에 대한 애정이 생기기 시작했기 때문에 이런 작업들을 함께 할 수 있으면 정말 기쁠 것 같았다. 사장님은 자신이 프로젝트를 따오면, 나에게 글쓰기나 일러스트 작업을 함께 해줄 수 있느냐고 물어보셨다. 나는 기꺼이 하겠다고 했고, 우리는 그 뒤로도 세 시간이 넘도록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나는 북카페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다른 북카페 사정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가 일하던 북카페에는 손님이 거의 없는 편이었다. 바이러스 영향으로 북카페에서 운영하던 여러 프로그램(북스테이, 독서모임 등)도 운영하지 않았다. 그 덕분에(?) 나는 나만의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었다. 사장님의 책 큐레이팅은 기가 막혔다. 입문서, 예술서적, 환경 관련 서적까지. 나는 이곳에서 일하며 책을 읽을 생각에 한껏 들떴다. 물론 면접 때 사장님이 책을 읽으면 안 된다고 했던 것은 비밀이다.
이 외에도 북카페에서 일하면서 좋았던 점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제주도 내 ‘인맥'이 생긴다는 점이었다. 여러 마을 프로젝트를 하는 사장님이 운영하는 카페라서 그런지, 이장님, 선생님, 작가 등 제주 내에서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자주 카페에 오셨다. 내가 그들에게 커피를 내주면 그들은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손님도 많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그들과 단독으로 인터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물론 좋았던 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나 혼자만 일했기 때문에 커피 만드는 법은 독학해야 했다. 특히 라떼 만드는 법은 유투브를 보며 배울 수밖에 없었다. 아직까지도 우유로 커피 위에 모양을 내기가 힘들다. 전혀 라떼같지 않은 라떼를 손님에게 내갈 때 창피함이란.. 연습을 하려고 해도 우유를 마음대로 쓰는 것이 눈치가 보여, 결국에는 제자리걸음이었다.
우리 카페는 제주도 숲 속에 있었다. 나는 그 덕분에 정말 많은 벌레들과 공생해야 했다. 나는 특히 모기 맛집이었기 때문에 정말 힘들었다. 모기들이 자신의 친척과 친구에게 맛집이 있다고 알려주는 건지, 나는 하루에 서른 방 이상 물렸다. 정말. 거짓말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항상 모기향을 피워 놓아야 했다. 모기향을 피워도 물리기는 물렸다. 그 빈도가 조금 작아질 뿐이었다.
카페에는 애완 거미들도 있었다. 사장님은 거미줄을 매일 치워야 한다고 나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거미줄은 치워도 치워도 매일 생겨났다. 나는 시력이 좋지 않아서, 안경을 잊고 가져오지 않은 날에는 거미줄을 얼굴 정면으로 맞고는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내가 거미를 그다지 싫어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조금 짜증 나는 것은, 모기의 천적을 내 손으로 잡고 있다는 것이었다.
북카페에서 일하는 것이 좋든 싫든, 나는 열심히 일을 했다. 하지만 늘 그렇듯(?), 나의 북카페 생활에도 위기가 찾아오기 시작한다. 살짝 힌트를 주자면 나의 급여날과 관련이 있다. 사실 벌레들을 그렇게 싫어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책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곳은 그야말로 일하기 딱 좋은 곳이다. 그리고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이곳에 뼈를 묻고 싶었는데, 나는 다시 퇴사를 결정했다. 그 이유는 다음 편에 계속된다.
매거진, [제주도에서 무자본으로 살기]는 매주 화요일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