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uttoo Oct 16. 2021

꾸준함과 새로움의 상관관계

더 나은 나를 만들어주는 새로움


  나는 ‘새로운’ 것이 좋다. 새로운 것은 내가 한 곳에만 머물 필요가 없다고 말해준다. 장소든 사상이든 사람이든 어떤 것이든지간에.  그래서 나는 자주 떠난다. 처음 들어간 직장에서, 들어가려고 애쓰던 학교에서, 내가 태어나고 자랐던 나라에서 떠났다. 결혼을 이른 나이에 하려던 마음, 성공하고 싶어 하는 마음으로부터 떠났다. 10년을 함께 하던 친구, 나를 애지중지하던 양육자를 떠났다. 회사와 학교에서 남이 내게 시키는 일을 그만두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의 돌봄에 익숙해지는 내가 싫었다. 돌보아지는 것은 간섭을 받는 것이기도 했다. 스스로 자립하고 싶었다. 어찌보면 새로운 것은 나를 혼자로 만들었다. 혼자가 되니까 외로웠다. 누군가와 함께 할 때보다 더 치열하게 살아야 했다. 부양해야 하는 가족이 많은 친구는 혼자가 되니 더 자유로워졌다고 했는데, 나는 혼자일 때 더 힘겨운 것을 보니 그동안 받으면서만 살았나보다. 나를 스스로 잘 돌보는 법을 배우고 싶다.


'어떤 배움은 떠나야만 가능하다'. 요즘 내가 제일 좋아하는 책이다. 익숙한 곳을 떠나면 참 새롭다. 나는 그 새로운 것으로부터 많이도 배운다. 그래서인지 무언가 배우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모르는 것을 알아가며 많은 것을 깨닫는다. 그 배움의 과정에 집중하고 있는 내가 좋다. 여행은 제일 재미있는 배움이다. 여행을 하다보면 언제나 예상치도 못한 일이 생긴다. 그러면 나는 어떻게든 그 일을 해결해 낸다. 그 일을 해결하는 동안은 현재에 집중하게 된다. 마치 운동을 하는 것처럼, 미친듯이 힘들지만 다른 생각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하지만 지나고 보면 뿌듯하다. 가끔씩 그때를 생각하면 푸흐흐 웃음이 새어나오기도 한다.


나는 무언가를 꾸준히 하는 것에 자신이 없다. 내가 그나마 꾸준히 하고 있는 것은 언어 공부이다. 언어를 배울 때는 끊임없이 새로워져야 한다. 나는 영어를 할 때, 일본어를 할 때 그리고 중국어를 할 때 모두 다른 사람이 된다. 억양도 다르고 말투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다. 마치 배우가 된 것 같기도 하다. 언어를 배우는 것은 새로운 사람 한 명을 창조하는 과정과도 같다.


한국어만 할 수 있던 유하는 무거운 짐을 낑낑 대며 나르는 아이를 보면 ‘에구, 짐이 참 무겁겠네. 내가 도와줄까?’라고 말했다면 영어도 할 수 있는 유하는 같은 아이를 보며 ‘조금 무겁고 힘들더라도 혼자서 해봐. 하지만 정말 힘들면 말해줘. 그 때 내가 도와줄게.’라고 말한다. 어쩌면 언어를 배우는 것은 세상 하나를 완전히 새로 창조하는 것일 수도 있다. 같은 상황을 보고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는 것은 정말 신나는 일이다. 남들보다 무언가를 하나 더 알게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발 앞서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발 앞서가는 것이 뭐가 그리 좋으냐고 묻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한발 앞서가면 내가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가르쳐줄 수 있는,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나눠줄 수 있는 입장이 된다. 다른 사람이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경험을 함께 하는 것은 내가 정말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누군가가 알게 되는 새로움, 그 새로움을 발견하도록 도와주는 매개체가 되고 싶다. 사실 그렇게 나누다 보면 내가 무언가를 나눈 사람으로부터 배우는 것도 참 많다. 그렇게 연쇄되는 새로운 경험들이 즐겁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왜 내가 쓴 글이 부끄러웠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