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덴마크인들의 국기(Dannebrog) 사랑
덴마크에 가면 땅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덴마크 국기를 마주하게 된다. 벌써 공항 화장실 핸드 드라이에서부터 보이기 시작한 국기는 도착 게이트를 나서는 순간 다시 한번 격하게 우리를 반겨온다. 가족이나 친구를 마중 나온 사람들이 한국처럼 이름이 적힌 종이 대신 덴마크 국기를 힘차게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덴마크 국기는 곧 그들의 아이덴티티
덴마크 국기는 우리나라의 태극기처럼 'Dannebrog [데네-보]'라는 고유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 사전적으로 뜻을 풀어보면 '덴마크 사람들의 옷'이라는 의미도 된다. 빨간색 바탕에 하얀 줄로 십자가를 그린 덴마크의 국기는 사실 북유럽 국가들의 국기와도 비슷해 보인다. 심지어 이런 스타일의 국기를 통틀어서 노르딕 크로스 플래그라고도 부르며, 노르딕 나라들의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 순간 하늘에서 Dannebrog가 내려왔다!
재밌는 사실은 노르딕 국가 중 두 번째로 작은 나라 덴마크의 'Dannebrog'가 노르딕 국기의 원조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지금까지 사용되는 국기 중 가장 오래된 국기이기도 하다. 오랜 전설에 의하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1219년 6월 15일, 지금의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에서 벌여진 에스토니아와의 전투에서 국왕 발데마르 2세가 거의 패배의 위기에 몰려 있었다고 한다. 그 순간 갑자기 하늘에서 Dannebrog가 내려왔고, 이 사건으로 인해 발데마르 2세는 운명적으로 대승을 거두게 되었다고 한다.
언제든 의미 있는 날이면 국기를 꽂아 함께 기뻐한다
덴마크 국기는 공항 외에도 다양한 곳에 발견된다. 주택가에는 풍향계 용도로 얇은 덴마크 국기를 걸어놓는다. 파티가 있는 날이면 손님이 길 잃지 않게 곳곳에 덴마크 국기를 꽂아두어 누가 봐도 파티하는 장소를 놓치지 않게 한다. 크리스마스에는 트리와 천장에 덴마크 국기로 데코를 한다. 생일이면 촛불 혹은 국기를 (아니면 둘 다) 케이크에 꽂아 태어난 날을 축하해주고, 언제든 의미 있는 날이면 국기를 꽂아 함께 기뻐한다. 초콜릿이나 과일 포장 심지어는 던킨의 도너츠 위에도 덴마크 사람들은 국기를 꽂아 놓는다.
거의 365일 일상에서 사용되는 덴마크 국기는 그래도 가끔은 태극기처럼 나라의 행사를 알리는 데에 사용되기도 한다. 간혹 돌아다니다가 버스가 양쪽 귀에 덴마크 국기를 펄럭이며 달리고 있다면, 그 날은 로열패밀리 중 한 명의 생일일 가능성이 높다. 국경일에도 공공기관에 덴마크 국기가 올라가고, 로열패밀리가 사는 아말리엔보르 성 (Amalienborg Slot)에 국기가 올라가 있으면 '저 오늘 집에 있습니다'라는 표시이기도 하다.
Dannebrog가 곧 '행복한 순간'
덴마크 친구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난 Dannebrog를 보면 나라가 생각나기보다는, 파티나 행복한 순간이 떠올라"라고. 덴마크인이 아닌 나조차도 덴마크 국기만 보면 재밌거나 즐거운 일이 생길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걸 보면 맞는 이야기인 것 같다. 우리나라에는 없는 덴마크만의 독특한 문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