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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헌 Jun 05. 2019

몽덴이 주고자 하는 것

지혜의 공간

몽덴을 시작하면서 가장 많이 한 고민이 있습니다. 지금까지도 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할 고민인 것 같습니다. 바로 몽덴의 가치에 대한 문제입니다. 몽덴이 사람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지, 아니 주어야만 하는지에 대한 문제 말입니다. 문제라는 것은 해답을 요구하는 물음이라 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 문제에 해답이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몽덴을 운영하는 1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고민하고 또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여타 다른 독서모임들처럼 '다양한 생각을 교류하고 다른 분야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장'을 제공하는 것으로 답을 내리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생각의 교류와 사람들 간의 만남은 다른 방법으로도 훌륭히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고 모여 대화하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가 끊임없이 고민했습니다. 독서모임에서 하는 이 모든 행위들의 궁극적인 근원이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이 고민을 하지 않고는 제가 하는 일의 방향을 잡을 수 없었습니다. 


독서모임만이 줄 수 있는 가치를 고민하던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철학(philosophy)이 떠올랐습니다. 철학의 어원은 사랑을 뜻하는 필로스(philos)와 지혜를 뜻하는 소피아(sophia)가 합쳐져 '지혜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철학의 어원을 생각해보면서 독서모임만이 줄 수 있는 그 무엇이 바로 '지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혜라는 것은 지식과는 달리 비정형적입니다. 지식은 하나의 명제로써 말할 수 있지만, 지혜는 그렇지 않습니다. 지식과 지혜를 모양에 비유해본다면 지식은 직선일 것이고 지혜는 곡선이 될 테지요. 종종 인터넷에서 '삶의 꿀팁'을 보면서도 우리 삶에 쉽게 적용하기 어려운 이유는 지혜가 갖는 그러한 속성 때문일 것입니다. 지식에는 답이 있지만 지혜에는 답이 없기 때문이죠.


지혜를 나눌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면서도 몽덴의 가치를 지혜로 선택하는 이유는 그럼에도 지혜가 우리 시대에 주는 가치 때문입니다. 요즘 시대에 지식을 이야기하는 곳은 많지만 지혜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만들어진 지식을 익히는 것이 익숙한 시대니까요. 우리 사회는 삶마저도 정해진 길을 따라 지식처럼 직선의 길을 가라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삶이 직선만 있을까요? 때로는 돌아서 가기도 하고 없는 길을 만들어서 가야 하기도 합니다. 사회에서 제시하는 올바른 인생이라는 것이 답처럼 주어진 이 시대에, 몽덴은 사람들에게 곡선의 지혜를 드리고 싶습니다. 삶은 정해진 답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니까요. 지식이 답을 구한다면 지혜는 질문을 구한다고 생각합니다. 답이 아니라 질문에 집중할 때 우리는 비로소 살아가야 할 인생이 아니라 살아가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요?


지혜를 어떻게 독서모임에서 얻을 수 있을까요? 몽덴에서는 여러분이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지도록 도와주려 합니다. 작품에 질문을 던지고 그것에 대한 답을 하고, 또 서로에게 질문을 하면서 말입니다. 하나의 질문에 여러 갈래의 답이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질문이 그려내는 곡선을 확인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 곡선의 무늬를 몽덴에서는 지혜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같은 작품을 보고 이야기 하지만 살아온 삶의 결들이 다르기에 거기서 생기는 작은 균열들이 지혜의 파편을 만들어 낸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지혜들은 꽤나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들에게 주어질 것입니다. 인간관계에 대한 지혜일 수도, 사랑에 대한 지혜일 수도 아니면 죽음에 대한 지혜일 수도 있겠지요. 몽덴은 여러분들에게 질문을 던져드리면서 그 지혜의 조각들을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는 지혜를 필요로 하면서도 정작 그것을 너무 거창한 것으로 인식할 때가 많습니다. 저도 지혜라는 가치를 생각했을 때 그렇게 느꼈으니까요. 하지만, 그것은 결국 지혜가 그만큼 우리의 삶과 동 떨어져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몽덴이 그 거리감을 좁혀 줄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우리가 갖고 있었지만 인식하지 않았던 생각들에 지혜라는 이름을 붙여가면서 지혜를 인식하고 확장해 가고 싶습니다. 작품의 의미는 작품이 창작자를 떠나는 순간 수용자에게 달려 있다고 합니다. 몽덴의 가치는 몽덴을 경험하는 사람들에 의해 달라지겠지만 그 가치의 저변에는 지혜가 있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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