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인 휴식에 관하여
1900년대 초 포드 자동차의 창업자 헨리 포드는 획기적인 조치를 합니다. 임금은 2배로 올리면서 노동시간은 줄이는 일종의 노동개혁을 단행한 것입니다. 2.34달러였던 하루 임금을 5달러로 9시간이었던 근무 시간은 8시간으로 줄인 것입니다. 산업계는 충격을 받았고 경쟁사들은 쾌재를 불렀습니다.
곧 헨리 포드가 꼬꾸라 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죠. 그렇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헨리 포드의 전략이 옳았다는 것이 증명되었습니다. 근로자들의 충성심과 이직률이 크게 줄었습니다. 무엇보다 생산성이 대폭 향상이 되었으니까요.
헨리 포드는 여기서 더 나아가 주 6일 48시간 근무제를 폐지하고 주 5일 40시간제를 전면 도입합니다. 그러면서도 임금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그는 언론인 사무엘 크라우터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난 3,4년 동안 일부 사업장에서 시행해보았습니다. 그리고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주 5일 일해도 우리는 최소한 주 6일 일하며 생산한 것만큼은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우리는 더 많이 생산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래서 근로시간을 줄이고도 임금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것입니다.”
어떻게 노동시간이 줄었는데도 생산성은 유지, 아니 오히려 더 향상될 수 있던 것일까요?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상식이지만 근로 시간이 많다고 해서 생산성이 무조건적으로 올라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여기 이를 설명할 1908년 여키스와 도슨의 기념비적인 논문이 있습니다.
이 논문에서는 스트레스(각성) 정도와 업무 성과 간의 관계를 규명했습니다.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는 과업의 성과를 높여주지만 일정 수준을 넘으면 그 효율이 급격히 낮아진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과업이 어려울수록 적은 스트레스만으로 성과를 크게 저하시킬 수 있다는 것이죠.
여기서의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업무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
일정 수준을 넘어간다면 업무 성과가 급격하게 나빠지는 것
결론적으로 과한 업무 시간은 스트레스를 상승시키고 이는 업무의 효율을 급격하게 낮춥니다. 대부분 회사에서는 성과를 내기 위해 업무 시간을 줄여 효율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더 투자하려고 하죠. 그래서 업무 효율이 더 낮아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헨리 포드의 사례와 여키스&도슨의 법칙으로 우리는 많이 일하는 것이 생산성을 올리기 위한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히려 과한 노동 시간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스트레스를 받으면 효율이 더 떨어질 수도 있죠. 그렇다면 어떻게 최상의 업무 효율을 유지하여 좋은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요?
방법은 쉽습니다. 위의 그래프를 빌어 말해보면, 그래프의 최고점이 되는 상태를 계속 유지하면 되겠죠. 그렇다면, 어떻게 이 그래프의 최고점, 즉 최고 효율의 상태에 도달할 수 있을까요?
정답은 휴식에 있습니다. 스트레스가 업무 성과와 관련이 있다면 그 스트레스를 적절하게 유지시켜주면 됩니다. 그리고 현대인의 대부분은 스트레스를 늘리는 것보다 줄이여야 하는 상황이겠고요. 그래서 휴식이 중요한 것입니다.
한 분야의 최고 수준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1만 시간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1만 시간이라는 숫자보다는 꽤 많은 수준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누구는 1만 시간 이전에 전문가가 되고 또 누구는 1만 시간이 넘어서도 전문가가 되지 못합니다. 그 차이는 무엇일까요? 전문가들은 여기에 ‘연습의 질’을 이야기합니다. 같은 시간이라도 그 시간에 얻어내는 효율이 다르다는 것이죠. 즉, 집중력 있는 2시간의 연습이 그렇지 않은 6시간의 연습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집중력 있는 시간을 위해서는 노력하는 시간뿐만 아니라 노력을 하고 있지 않은 시간에 무엇을 하는지도 중요하다고 해요. 집중력이 높은 사람은 그 집중력을 쏟을 수 있는 에너지를 잘 축적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성과가 나지 않으면 대체로 그 일에 투입하는 시간을 늘리려고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오히려 생산성을 저하시킬 수도 있어요. 직관에 반하는 것 같지만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휴식을 하는 것이 오히려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무작정 6시간 연습(또는 일)하는 것이 아니라 ‘순도 높은’ 2시간을 만들어 내기 위해 잘 쉬어 주는 것이지요. 휴식은 삶의 질을 높여주는 것뿐만 아니라 생산성을 올려주기도 합니다.
우리는 보통 노력하는 시간에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그 외의 시간에 대해서는 잘 생각하지 않습니다. 생산성이 높은 사람은 노력하고 있지 않은 순간도 잘 보내려 합니다. 좋은 휴식을 통해서 다시 노력할 수 있는 에너지를 모으는 것입니다. 이것을 다른 말로는 자기 관리라 하죠.
그러면 어떻게 잘 쉴 수 있을까요?
우리는 쉰다고 말하지만 제대로 쉬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게임을 하면서 공포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혹은 자극적인 음식을 먹으면서 스트레스를 풀려고 하죠. 하지만 이때 오히려 더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쉰다고 생각하지만 쉬고 있지 않은 것입니다. 그래서 적극적인 휴식을 위한 방법들을 소개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핸드폰입니다. 조금 쉬어야겠다면서 인스타그램을 한다던지 유튜브를 시청하는 것과 같은 행위는 휴식과는 거리가 멉니다. 뇌의 활동을 줄이고 편안함을 느껴야 하는데 오히려 뇌에 자극을 늘리는 행위가 되는 것이죠. 이런 활동들은 오히려 뇌의 피로감을 증가시킬 뿐입니다.
노는 것과 쉬는 것의 차이를 알 필요가 있습니다. 이 두 가지가 항상 명확하게 구분되는 것은 아니지만 노는 것은 재미와, 쉬는 것은 안정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안정을 위해서는 자극과 쾌락을 주는 활동을 의식적으로 멀리해야 합니다. 그래야 좋은 휴식이 될 수 있죠.
산책이나 목욕과 같은 활동은 적극적인 휴식에서 권장하는 방식입니다. 산책을 통한 적당량의 활동은 스트레스를 풀어주면서 안정을 줄 수 있는 활동이기도 하고, 활력을 불어넣어 주기 때문입니다.
보통 우리는 시각과 청각을 이용해서 많은 정보를 얻는데 시각과 청각의 자극을 줄이고 촉각이나 후각 또는 미각의 감각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휴식입니다. 목욕이나 향 테라피가 그 대표적인 예죠.
의도적으로 시간을 만들어서 해야 합니다. 즉,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쉬어주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리고 오래 휴식하는 것보다 잠깐씩 자주 휴식을 취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바쁘니까 쉬지도 않고 일 할래가 아니라, 그럴수록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중간중간 휴식 시간을 넣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직장에서는 동료들과 커피 한 잔 마시는 ‘사교적 휴식’도 괜찮습니다. 단, 이때 업무 이야기를 해서는 안됩니다! 휴식에서 멀어지니까요.
적극적인이란 표현이 무언가를 많이 해야 할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기지만 실은 일부러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적극적인 휴식의 핵심입니다. 의도적으로 자극을 차단하는 것이죠. 그러다 보면 이러한 휴식은 심심하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어떤 학자는 심심함이 새로운 일을 시작하거나 에너지를 쏟는데 좋은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심심함을 극복하기 위해 뭔가를 해보는 것이죠. 그런데, 이미 다른 쾌락이나 자극으로 심심함을 모두 소모해버린다면 새로운 시작할 에너지가 없는 것입니다. 인간이 무료함을 가지는 이유 중 하나는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것을 시도하게 하기 위함이라 해요.
아무것도 안 하며 뇌의 활동을 줄이고 심심함을 느끼는 것이 적극적인 휴식의 목적이자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