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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헌 Dec 17. 2022

최고의 실행 전략 '조금만'

나쁜 습관에서 배우는 행동 전략

최고의 실행 전략 ‘조금만’

띠리리리리링, 띠리리리리링, 시끄럽게 알람 소리가 울립니다. 핸드폰 시계를 확인하고 ‘5분 뒤로 미루기’ 버튼을 누릅니다. 그렇게 한 번. ‘5분 정도는 괜찮잖아.’ 그리고 다시 울리는 알람 소리, 다시 한번 미룹니다. 그렇게 두 번. ‘원래 10분은 미루려고 알람 이렇게 맞춰놨지.’ 5분 뒤 또 울리는 알람, 세 번째에는 진짜 늦을 거 같아서 가까스로 찌뿌둥한 몸을 일으킵니다.


이것과 비슷한 자매 전략으로 ‘한 판만 더’와, ‘한 편만 더’가 있습니다. 혹은 ‘지금 4시 47분이니까 5시까지만 쉬어야지(그리고 5시 5분이 되면 5시 15분까지만 쉬자라고 더 미룬다).’라고 하죠. 우리는 이렇게 조금만 더, 한 번만 더라는 방식으로 지금 해야 할 일을 미루곤 합니다. 그리고 몇 번을 반복하다가 그게 5분이 아니라 1시간이 되고 2시간이 되어 버리죠.


우리가 미루기 행동을 할 때 뇌에게 합리화시키는 과정을 보면 굉장히 재밌습니다. 조금만 더 쉬는 건 문제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여기서 한 판만 더 하는 건 괜찮지 않냐고 설득하죠. 그리고 이런 논리에 우리의 뇌는 해야 하는 일이 있음에도, ‘그래, 조금만 더 하는 건데 별 일 있겠어?’라고 납득을 합니다. 그렇게 몇 번을 더 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있고 이렇게 말합니다. ‘오늘은 날이 아닌가 봐, 내일부터 진짜 열심히 해야지!’  마지막 합리화까지 아주 갓벽합니다.


이 전략이 무서운 이유는 ‘오늘은 포기하고 놀아버리자’가 아니라 ‘조금만’이라는 말로 설득하면서 결국 전부를 포기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가끔은(정말 가끔) 정말 조금만 하고 끝내는 경우도 있기에 뇌에게 ‘저번처럼 진짜 한 판만 한다니까?’라고 납득을 시킬 수 있는 겁니다.


우리는 이미 최고의 성장 전략을 알고 있다

이 조금만이라는 전략이 얼마나 무서운지는 이미 알고 계실 겁니다. 그런데, 막상 이걸 우리가 성장하는 것에 적용한다고 하면 의문을 품습니다. ‘작은 습관을 만들라고? 작은 성공이 중요하다고? 그거 가지고 어디 성장하겠어? 내가 원하는 목표는 훨씬 크다고!’라고 말이죠.


‘조금만’ 전략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는 우리가 나쁜 습관을 행하게 되는 방법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나쁜 것을 한 번에 많이 한다고 하면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조금만 하는 것은 괜찮다고 생각하게 되니까요. 그리고 그 조금이 계속 반복돼서 원래 생각한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하게 되는 것이죠.


‘조금만’은 부정적인 것을 다루는 뇌의 방법

인지심리학적인 측면에서 이 방법은 뇌가 부정적인 감정을 다루는 방식입니다. 하면 안 되는 것을 알지만 그것을 하고 싶을 때 뇌가 스스로를 설득시키는 방법이죠. 과제를 해야 하지만 드라마를 ‘한 편만’ 더 보는 것, 해야 할 업무가 있는데 핸드폰 게임을 ‘한 판만’ 더하는 것,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데 ‘오늘만’ 야식을 먹겠다고 다짐하는 것


분명 처음 시작할 때는 정말 조금만 하려고 했는데 하다 보니 걷잡을 수 없이 시간이 지나버렸던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혹은 오늘만 놀고 내일부터는 공부하려 했는데 내일도 놀게 되는 적도 있으셨겠죠. 어떠신가요? 이렇게 보니까 ‘조금만’ 전략은 우리가 뇌를 설득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는 최고의 전략 아니었나요?


목표로 하는 일에 적용하는 ‘조금만’ 전략

이걸 우리가 하고 싶은 혹은 해야 하는 목표들에 적용을 해보는 것입니다. 목표한 것을 실행할 때에도 부정적인 감정은 도사리고 있습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더 재밌는 것을 하고 싶은 마음, 해야 할 것이 너무 많은 데서 오는 압도감 등. 혹은 그냥 하기 싫어지는 날도 있을 것입니다.


그때 우리의 뇌에게 이렇게 말을 걸어보는 것입니다. ‘조금만’ 해볼까? “영어 강의 1시간 다 듣지 말고 ‘5분만’ 듣다가 재미없으면 끄자!”, “오늘은 힘드니까 책 ‘1분만’ 읽고 덮자”, “야식 ‘오늘만’ 참아 보고 내일은 먹고 싶으면 먹자!” 이렇게 일단은 실행할 수 있도록 뇌를 설득하는 것입니다.


일단 실행하면 더 하게 된다

행동에도 관성이 있어서 일단 시작하게 되면 더 하고 싶어 지게 됩니다. 책을 1분만 읽으려고 했지만 ‘에이 이미 책 폈는데 그냥 더 읽지 뭐’라던지, ‘그래도 헬스장에 왔는데, 5분만 뛰고 가는 건 그렇잖아 조금만 더 뛰어야지’,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걸? 조금 더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이런 식으로 생각이 변화하게 됩니다.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그 행동을 대하는 뇌의 생각이 변화하기 시작해요.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은 이러한 측면에서 정말 맞는 것 같습니다. 위에서 나쁜 습관을 행하게 되는 것과 같은 원리로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하면서 많은 것을 해낼 수 있는 것이죠. 자기 개발서들이 말하는 ‘작은 습관’과 ‘작은 성공’이 무서운 이유는 작게 시작하지만 작게 끝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한 판만’하면서 시작하지만 정말 한 판만으로 끝나지 않는 것처럼요.


진짜 하기 싫으면 멈추기

“근데 막상 이렇게 했는데 하기 싫으면 어떻게 하죠?” 그러면 정말 그날은 어떻게 해도 할 수 없는 날입니다. 그러면, 5분만 하기로 했으니까 편하게 쉬어요. ‘조금만’ 전략의 핵심은 했는데도 더 하고 싶지 않으면 거기서 멈추는 겁니다. 뇌에게 ‘봐봐, 정말 조금만 했잖아. 네가 하기 싫으니까 오늘은 하지 말자’라고 말하는 것이죠.

“이 정도 해서는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는데요?”라고 하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나중에 다시 ‘조금만’ 전략을 사용할 때 큰 힘이 됩니다. ‘저번처럼 진짜 조금만 해보는 거야, 하기 싫으면 그때처럼 그만두면 돼!’ 이렇게 설득할 수 있는 것이죠. 뇌는 저번에 그렇게 한 증거가 있으니 더 쉽게 설득할 수 있을 것이고요.

우리가 나쁜 습관을 반복할 때도 그렇게 하지 않나요?


나 : 조금만 하자!

뇌 : 그러다가 어제처럼 계속하면 어떡하지?

나 : 지난번에는 정말 조금만 했잖아 바보야. 오늘도 정말 조금만 하는 거야!

이렇게 말입니다. 이것을 나쁜 습관이 아니라 원하는 행동을 할 때 그대로 해보는 거예요.

나 : 조금만 하자!

뇌 : 그러다가 저번처럼 하기 싫으면 어떡하지?

나 : 지난번에는 정말 조금만 했잖아 바보야. 오늘도 정말 조금만 하는 거야!’


때로는 행동이 생각을 바꾼다

생각이 우리의 행동을 변화시킨다고 합니다. 그런데, 때로는 행동을 바꾸는 것이 우리의 생각을 변화시킬 때도 있습니다.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가도 조금씩 실행하다 보면 ‘나도 할 수 있나?’라고 생각이 조금씩 바뀌게 되는 것이죠.

하기가 싫어질 때, 할 수 없다고 생각될 때 일단 그냥 ‘조금만’ 해보는 것은 우리의 생각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어 생각보다 할 수 있겠네?’, ‘해보니까 그렇게 싫지 않은데?’라고 말이죠. 그래서 일단은 행동하게 만드는 전략이 필요한 것입니다. 생각을 바꾸기 어려우면 일단 실행해서 생각의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죠.

그런데, 생각이 변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행동하기는 어려우니까, 조금만이라는 전략으로 첫 발을 떼는 것입니다. 우리를 변화시키는 것은 언제나 큰 생각, 큰 행동이 아니라 작은 생각과 작은 행동이라 믿습니다. 조금씩 변화할 때 우리는 오히려 큰 변화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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