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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헌 Jan 06. 2023

환경탓 하지 말라고? 바보야 문제는 환경이야

행동 설계의 힘

환경 탓,  상황 탓 좀 그만하라고?

“네가 해내지 못하는 것은 의지가 부족해서야!”, “환경 탓, 상황탓 하기 전에 네 스스로를 먼저 바꿔!” 우리가 목표하는 무언가를 해내지 못할 때, 한 번쯤 들어봤을 소리입니다. 때로는 다그치면서 때로는 격려하면서 이야기를 하죠. 이 말의 요지는 강한 의지만 있으면 해낼 수 있다는 겁니다. 즉, 주변의 상황은 신경 쓰지 말고 노력하는 데에 집중하라는 것이죠.


맞습니다. 어차피 바꿀 수 없는 환경에 신경을 쓰느니 바꿀 수 있는 내 자신에 집중하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환경과 상황도 있지만 통제할 수 있는 환경과 상황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내 주변의 작은 환경과 상황의 변화가 내 노력에 큰 영향을 끼칠 수도 있죠.


우리는 변화를 생각할 때 ‘나’를 가장 우선으로 생각을 합니다. 내가 변해야 하고 나를 변화시키려 하죠. 하지만, 생각만큼 그 변화는 쉽지 않다는 것을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이라면 경험적으로 잘 알고 계실 겁니다. 그럴 때 우리는 의지를 탓하게 됩니다. 내가 변화하지 못한 이유는 의지가 부족해서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여기,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당신이 변하지 못했던 이유, 노력을 지속하지 못했던 이유가 의지가 아닌 상황과 환경 때문이라고 하는 사람들 말입니다. 그리고 그 상황과 환경은 당신의 힘으로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고 말이죠. 바로 심리학자들입니다.


인간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환경과 상황

여러분은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요인이 그 사람의 인격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이와 관련한 한 가지 재미있는 실험이 있습니다.


프린스턴 신학생들은 상황에 관계없이 도움을 줄까?

프린스턴 대학의 신학생들에게 즉석연설을 녹음할 테니 근처 건물로 가라고 했습니다. 한 집단의 신학생에겐 “늦었으니 서두르라”라고 했고, 다른 집단에게는 “시간이 남아 있지만, 곧바로 가라”라고 했습니다. 약속 장소로 가는 길에 쓰러져 기침하는 사람을 맞닥뜨리게 되어 있었는데 실험 결과 바쁜 신학생들은 10%만이 이 사람에게 도와줬지만, 시간이 넉넉했던 신학생들은 63%가 도움을 줬다고 합니다. 그 사람의 상황에 따라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경향이 달라진다는 것이죠. 리처드 니스벳 미시간대학 심리학 교수와 리 로스 스탠퍼드대학 심리학 교수는 인간의 생각과 행동에는 개인의 성격이나 기질보다는 상황이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합니다.


선택할 수 있는 잼이 더 많으면 사람들이 더 구매를 많이 할까?

또 한 가지, 행동 경제학에서 진행한 몇 가지 실험이 있습니다. 미국 컬롬비아 경영대학원에서 식료품 매장 부스에 잼 샘플 24종을 진열하고 판매했을 때와 6종을 진열하고 판매했을 때의 사람들의 반응을 관찰하는 실험을 했습니다. 24종류의 잼을 진열했을 때는 방문객의 60%가 맛을 봤지만 그중 3%만 잼을 구매했고, 6종류를 진열했을 때는 40%가 맛을 봤지만 30%가 구매 결정을 내렸습니다. 많은 선택지가 주어지면 더 다양한 취향을 가진 고객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너무 많은 선택지는 오히려 구매에 악영향을 준다는 결론이었던 것이다.


잼의 가짓수에 따라 판매량이 달라진다는 것은 우리의 선택이 내 의지만이 아닌 선택의 가짓수에 따라 즉,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리고 꼭 많은 선택지가 좋지는 않다는 것을 알려주는 실험이죠.

이렇듯 우리는 주변의 상황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우리가 하는 선택들이 의지만의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환경과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지요. 잼이 24종류일 때면 사지 않고 6종류일 때면 사게 되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나를 바꾸려 하지 말고 환경을 먼저 바꿔보기

우리는 흔해 변화의 시작을 ‘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변화의 초점을 주변 환경이나 상황보다는 ‘나’에게만 두고 있죠. 그러다 보면 내 의지만으로 해내려고 해요. 그런데, 내 환경이나 상황을 먼저 바꾼다면 내 변화도 그만큼 쉬워질 수 있습니다.


먹는 것을 참는 게 아닌 참지 않는 상황을 만들기

다이어트는 소위 식단과의 싸움입니다. 내가 지금까지 먹던 양보다 적게 먹어야 혹은 살이 찌는 음식을 먹지 않아야 성공할 수 있다고 하죠. 성공하는 다이어터들을 보면 그들은 열심히 참아내면서 다이어트를 하지 않습니다. 참지 않을 만한 환경을 조성하고 유혹의 순간들을 최대한 피해 가려고 합니다. 집안에 있는 간식거리 대신 건강한 음식들을 채우고, 운동하기 좋은 상황을 만들기 위해 운동하는 집단에 들어가거나 많이 먹게 되는 상황을 최대한 피합니다.


가벼운 변화가 큰 변화로, 행동 설계의 힘

이렇게 상황이나 환경의 변화를 통해 우리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을 행동 설계라고 합니다.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죠. 네덜란드 스키폴 공항에서 등장한 파리가 있는 소변기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남자 화장실에서 소변이 주변으로 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소변기에 파리를 그려 넣었더니 변기 밖으로 튀는 소변의 양이 80%가 감소했다고 합니다. ‘한 발짝 다가와주세요.’라는 문구보다 훨씬 효과적인 방식이죠.


마찬가지로 우리가 변하고 싶다면  그 행동을 할, 혹은 하지 않을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까 더 고민해봐야 합니다. 변화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죠. 소위 넛지라고 불리는 것들을 군데군데 잘 조성해 놓는 것입니다. 이렇게 할 때 우리는 조금 더 쉽게, 의지에만 의존하지 않고도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습관 커뮤니티에서 함께 행동 설계를 통한 성장을 만들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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