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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헌 Dec 10. 2018

모순
- 사랑으로 표현된 인생의 모순 -

자유와 안정, 인생의 필연적 갈림길 


주제 : 삶의 행복 / 작품 : 세 갈래 길 <래티샤 콜롱바니>

여유로운 일요일에서 나눈 대화를 소재로 쓴 글입니다.



우리가 살면서 마주하는 것들


모순이라는 소설은 이 두 가지의 선택에서 고민하는 안진진이라는 여성의 삶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계획하고 그 계획에 따라 삶을 사는 남자 나영규, 그리고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는 김장우. 안진진은 이 두 명의 남자 중 어떤 남자와 결혼을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선택에의 앞서 이모와 엄마의 선택이 있습니다. 나영규와 같은 남자와 결혼한 이모, 김장우와 같은 남자와 결혼한 엄마. 안락한 생활을 유지하면서 우아하게 살아가는 이모를 보면서 안진진은 동경의 마음을 갖습니다. 그리고 엄마는 이모와 일란성쌍둥이임에도 전혀 다른 삶을 살면서 처절하게 생계를 유지해 나가고 있습니다.


내가 안진진이었다면 나영규와 김장우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이 두 명의 남자는 결국 안정과 자유를 대변한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결혼에 관한 선택이 아니라 삶에 관한 선택인 거요. - 희연

맞아요. 이 당시 여성은 어떤 남자와 결혼하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졌으니까요. 이모와 엄마를 보더라도 자신이 삶이 모두 남자에 의해 결정된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죠. 그래서 나영규와 김장우는 이 두 가치를 대표하는 개념이라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 종헌



이 소설 속에서 가장 큰 충격 중 하나는 이모의 죽음입니다. 자신의 삶에 더 이상 여지가 없어 먼저 죽어 버린 이모. 이모는 기념일에 이모부가 어떻게 할지 이미 다 알고 있습니다. 이모부는 그런 사람이니까요. 모든 것을 계획하면서 실수는 없는 남자. 삶의 여지를 남겨두지 않죠. 이모는 이모부를 만나 안정적인 삶을 살아갑니다. 그런 이모는 오히려 자신이 삶이 치열하지 않다며 진진의 엄마를 부러워합니다. 자기의 삶에는 여지가 없다면서 말입니다.  우리는 항상 이 두 가지의 것들을 마주하는 것 같습니다. 안정과 자유 사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안정, 불안이 없는 무료한 삶이여!



여러분의 삶에 아무런 걱정이 없고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 가능하다면 어떨까요? 지금 불안이 많고 걱정이 많은 사람은 괜찮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안정이 주는 삶의 예측 가능성은 우리에게 불안을 없애주고 편안한 삶을 가능하게 하죠. 사회의 고용 불안이나 예측 가능성이 낮아질수록 안정성이 높은 직업에 대한 선호도가 올라가는 것처럼 말이죠. 프리랜서 분들은 직장인의 삶이 갖는 장점을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일이 없을 수도 있다는 불안함과 수입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정말 크게 다가옵니다. 


소설 속 이모의 삶은 안정적인 삶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일 잘하고 자상한 남편을 만난 진진의 이모는 편안한 삶을 살아갑니다. 그리고 이모부는 진진이가 묘사한 대로 기념일이면 당연한 듯 챙기고 어김없이 계획하고 준비하는 남자입니다. 그녀의 결혼 상대 중 한 명인 나영규가 그러하듯 말입니다. 그런데 이 안정이란 것이 막상 가지고 있으면 자유가 그리운 법인 것 같습니다. 자신의 미래가 불안하지만 자유로운 삶과 자유는 적지만 안정적인 삶 중 전자를 택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저였어도 나영규를 선택했을 것 같아요. 결혼하는데 그 사람이 나에게 불안정을 삶을 준다고 하면 그게 행복할까요? - 미경


안정이라는 것은 여지가 없는 삶일지 모릅니다. 이미 채워져 있어서 무엇을 채울지 고민할 필요가 없는 삶 말입니다. 그래서 무엇을 채울지 불안하지 않고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할 필요가 없죠. 자유가 다양한 삶의 가능성을 뜻한다면 안정적인 삶은 그 가능성이 적은 자유가 없는 삶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내 인생에서 앞으로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없겠지요. 어떻게 보면 허무하고 내 인생은 이것뿐이구나 하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내 인생을 그려가고 상상으로 채우는 기쁨이 없어지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진진이의 이모도 자살을 한 것이 아닐까요? 안정적인 삶을 살면서도 처절하게 살아가는 진진의 엄마를 부러워한 것이 아닐까요? 더 살지 않아도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뻔하니까요. 지금의 삶이 지루한데 앞으로도 지루할 것임을 아는 것만큼 지루한 것이 또 있을까요.




자유, 이름 없는 불안


그 반면 진진이의 아빠와 그녀의 결혼 상대 중 다른 한 명인 김장우는 자유로운 삶을 대표하는 인물입니다. 정처 없이 세상을 떠돌고 무엇인가에 속박되는 삶을 살지 않죠. 그리고 진진의 엄마의 삶은 그런 아빠 때문에 정말 치열하게 삶을 살아갑니다. 한 마디로 한 치 앞도 모르는 삶을 사는 것이지요. 10대 때 우리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교와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 안정과 함께 꿈을 꾸면서 말입니다. 나이가 들어 20대에 들어서면 그러한 자유는 점차 불안과 함께 주어집니다.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것은 아직은 그 무엇도 아니라는 뜻이니까요. 그래서 아무것도 아니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생깁니다.


인간은 자유가 생겨도 온전히 즐기기가 어려운 존재인 것 같습니다. 그것에 따르는 불안을 받아들이면서 함께 가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삶의 예측 불가능성은 우리가 다채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만들어주지만 그 색깔에는 환한 빛깔만 있는 것은 아니죠. 물론, 자유가 주는 즐거움은 엄청납니다. 그 불안을 감수하고서라도 취하고 싶을 정도로 말입니다. 위에서 프리랜서는 직장인의 안정감을 부러워한다고 말씀드렸지만 반대로, 직장인들에게 프리랜서는 정말 부러운 직업입니다. 자신의 시간을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으니까요(물론 실상은 그렇지 않고 일만 할 수도 혹은 일이 없을 수도 있지만 말입니다). 특히, 월요일 아침 자유에 대한 갈망은 더 커지기 마련이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자유는 그 이름값을 다합니다. 특히, 통제나 금지와 맞닥뜨릴 때 우리는 자유를 더 부르짖고는 합니다. 주어지지 않을 때 갈망하는 것이 자유죠. 그래서 사실은 소설을 보면서 진진이는 결국 장우를 선택하지 않을까 하고 예상했었습니다. 왜냐하면 소설 첫 장면에서 그녀는 자신의 인생에 내 인생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고 말했으니까요. 그러한 삶은 안정보다는 자유를 가지면서 최선을 다하는 삶과 어울리지 않나요?




우리는 그 두 가지 중 반드시 선택해야 하기에



영규와 장우 속에서 갈등하는 그녀를 보면서 인간의 본질적인 고민을 담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인간이란 존재가 가진 딜레마 중 하나를 사랑의 형태로 표현했다고 봅니다. 두 사람과 결혼할 수 없는 것처럼 우리는 자유와 안정 모두를 다 가질 수는 없습니다. 그것이 바로 삶의 '모순'인 것이겠지요. 이 두 가지의 선택에서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자신에게 더 나은 선택은 존재하겠지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가치와 잣대로 그것을 판단하는 것입니다. 책에서 말하듯, 진진이의 삶은 진진이의 것이고 엄마의 삶은 엄마 것이 듯. 여러분의 삶은 여러분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니 어쩌면, 우리는 그 둘 사이에 외줄 타는 삶을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한쪽으로 가려하면 다른 한쪽으로 가고 싶어서 다시 그쪽으로 가버리고 마는 것이죠. 그렇게 갈팡질팡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삶인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우리의 인생 자체가 모순인 것일지도요. 이것을 인정하지 않고 다 가지려 할 때 비극은 시작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자유와 안정의 양립 불가능성을 인정하고 하나의 가치로 갔다가 다시 다른 가치로 옮겨가는 삶을 긍정해야지요. 


자, 이제 여러분에게 묻고 싶습니다. 

당신은 나영규를 선택할 것인가요 아니면 김장우를 선택할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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