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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아해 Apr 26. 2023

점 봐드립니다

<무당벌레> 이장근

수요일은 시요일 시 배달 왔습니다.


새 학기의 설렘은 지나갔습니다. 조심조심 서로를 알아가던 처음도 지난 지 오래죠. 아이들은 이제 서로의 단점을 찾고 탓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과 어울리는 시가 있어서 함께 필사해 보았습니다.


<무당벌레>

- 이장근

내 직업은 무당

점을 보지요

무슨 점을 보느냐고요


별점

타로 점

쌀 점

젓가락 점


아니, 아니에요

난 장점을 봐요 



친구들의 장점을 제대로 바라보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나와 다른 지점을 친구의 단점으로 만들어 ‘너 때문이야’라고 탓하고 있진 않은지 질문했죠.

[이 시는 장점을 본다고 했다. 하지만 장점만 볼 순 없다.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는 법이다.]

라고 한 친구가 이야기했습니다.


문득 단점의 한자 뜻이 궁금해서 사전을 찾아보았습니다.

'짧을'단 '점'점

그렇다면 장점은? 그렇습니다 '길'장 '점'점, 길고 짧은 것이었어요. 긴 것이 있으면 짧은 것이 있기 마련이듯, 어느 것이 좋 나쁜지 어떠한 가치 판단도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런데 마치 단점은 나쁘고 고쳐야만 하는 것처럼 대하곤 해요. 그냥 긴 것에 비해 짧은 지점일 뿐인데 말이죠.


오늘 체육 시간에 아이들이 씩씩 대며 돌아왔습니다. 경쟁 활동이 많은 체육시간은 항상 여러 가지 다툼을 만들어내죠. 한두 번이 아니고 매번 이런 식이니, “이럴 거면 체육 하지 마!”라는 소리가 턱 끝까지 차오르지만 꾹 참아 누르고 묻습니다.

“선생님은 체육 시간에 함께 있지 못해서 너희들의 화를 이해하기가 어려워. 어떤 부분에서 속이 상했는지 천천히 이야기해 볼래?”

“오늘 피구를 했거든요? 그런데 몇몇 애들이 자기들끼리만 공을 주고받잖아요. “

“그럼 니들이 공을 잡던가! 쌤! 저도 할 말 있어요. 몇몇 애들은 피구 하기 싫다고 막 구시렁구시렁거려요. 뒤에서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나빠요.”

“그런데 민준아(가명) 모든 사람이 전부 피구를 좋아해야 하는 거야?”

“그건 아니죠? 그래도 게임을 하는데 열심히 해야 하잖아요. 막 일부러 맞으려고 하고 가만히 서 있고 그런단 말이에요! “

“맞아 맞는 말이야. 그렇지만 어떤 친구는 피구가 무섭고 하기 싫을 수도 있어. 또 마음은 잘하고 싶지만 운동 신경이 뒷받침해주지 못할 수도 있어. 음,,, 다른 예를 들어볼까? 얘들아 너희 수학 좋아해? “

“아니요!”가 곧바로 터져 나오고, “네! 전 좋아하는데요? “ 도 간간이 들려옵니다.

“그럼 사회 좋아해?”

“아니요! 지루해요!” “좋아요!” "재밌어요."가 뒤섞입니다.

“봐, 사람들은 저마다 좋아하는 것도 다르고 잘하는 것도 달라. 모두가 똑같길 바라는 건 불가능한 일이야. “



+ 시始 시詩 한 이야기

체육 수업과 관련하여 고민을 하던 중에 유튜브가 영상을 하나 추천해 주었습니다. 초등 선생님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을 서준호 선생님의 영상이었어요. 반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체육 활동을 소개해주셨지요. 게임 방법, 규칙, 활동 모두 흥미로운 구성이었습니다. '우리 반에서도 한 번 해봐야지'라고 생각하며 영상을 끄려는 순간, 서로에게 건네는 마무리 인사가 저를 막아섰습니다.


"저희가 이겼습니다. 덕분에 이겼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기쁜 마음으로 이곳을 정리하겠습니다."

"이긴 것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그리고 치워주셔서 고맙습니다."


이겼다는 건 누군가가 졌기 때문이죠. 이기든 지든 서로에게 상대방 덕분이라고 인사를 건넬 수 있는 그 마음이 너무 좋았습니다. 승패로 인해 누군가는 한 템포 기분이 올라가기도 하고 누군가는 한 템포 내려가기도 하죠. 자존심이 많이 상한 친구들은 가끔 바닥까지 내려가기도 합니다. 이리저리 들쑥날쑥한 기분들이 마무리 인사를 듣자 환하게 정리가 되는 것 같았어요.  

마무리를 잊고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활동이나 과제를 해결하기에 바빠서 마무리를 항상 소홀히 여겼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마무리였는데 말이에요.  


단점이든 장점이든 우리는 서로 주고받으며 자라고 있는 것 아닐까요?  

상황에 따라 단점은 장점이 되기도 하고, 장점은 단점이 되기도 합니다. 길고 짧은 우리의 지점들을 보여주고 서로를 인정한다면 ‘덕분에’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것 같아요.

스스로에게도 너그러워질 수 있겠죠

[단점이란 나쁜 것이 아닌 장점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라고 말한 친구의 생각처럼요.


저도 신박하게 글을 쓰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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