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밥> 김이삭
수요일은 시요일 시 배달 왔습니다.
오랜만에 아이들과 시를 필사했습니다. 월요일마다 시를 쓰고, 수요일에 작품을 선정하여 다른 교실에 배달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 주간 월요일마다 학교에 행사가 있었거든요. 한 번은 숲으로 체험을 나갔구요. 그 다음주는 대체공휴일이었고 또 그 다음은 연극 수업이 있었습니다. 3주가 미뤄지는 동안 몇몇 아이들은 제게 다가와 물었습니다.
“선생님 오늘 글쓰기 안 해요? 어제 안 했으니까 오늘 하면 안 돼요? “
“선생님, 시 쓰는 거 언제 해요?”
어떤 의도가 담겨있는지 백 퍼센트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삼십삼 퍼센트 정도는 시를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지 않았을까요? 이번주는 <비빔밥>이라는 귀여운 시와 함께 시작해 보았습니다.
<비빔밥>
- 김이삭
쪽지가 배달되었다
To.
도라지
고사리
시금치
당근
참기름
오늘 뭉치자, 밥집에서!
From. 고추장
추신: 참, 계란은 오늘도 늦는대.
아이들은 1교시부터 배가 고프다고 난리를 피웠습니다. 시와 연관된 노래로 ‘고추장 계란 비빔밥’이라는 노래도 함께 들었죠. 소란스러운 시간을 잠시 흘려보낸 뒤, 이야기를 했습니다.
“애들아, 우리도 이제 시를 써보자. 따라 쓰는 거 말고 너희들의 이야기를 넣어서 써보는 거야. “
“어떻게 써요?”
“비빔밥 대신 다른 소재를 가져오는 거야. 요새 관심 있는 게 뭐야?”
“브롤스타즈 써도 돼요?”
“세븐틴도 돼요?”
“뭐든, 좋아. 써 봐.”
귀엽고 예쁜 시들이 한가득입니다.
이제 자기 것을 써 봐야겠어요. 아이들도, 저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