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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가 졸업을 했다

20250108.

by 좋아해

첫째가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아이가 세상에 태어난 지 13년이 흘렀다는 말이기도 하다.


스물다섯에 아이를 낳았는데 이제 서른여덟이다. 스물다섯, 아이를 안고 밖을 나서면 가는 곳마다 "아유, 아기가 아기를 낳았네."라는 소리를 들었다. 이어서 "애기 신발을 신겨야 돼요. 애기는 말도 못 하고 추워." "엄마가 어려서 얼마나 힘들꼬." "둘째도 얼른 낳아야지." 같은 말들도 함께 따라왔다. 그 당시의 나는 그 말들이 묘하게 거슬렸다. 내가 어리다고 무시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했고, 내 행동이 못 미더워 보이나 싶어 스스로를 자책하기도 했다. 사실 그때의 나는, 어린 나이만큼 생각도 어렸다. 충분한 준비 없이 엄마가 되었다는 생각에 괜히 날이 서기도 했다.


지나가는 어른들은 그저 우리가 귀여워서 한 마디씩 응원을 건넨거였을 텐데 말이다.


그때는 지났고 아이는 자랐다. 이제 아이를 기르는 게 아니라 아이와 함께 자라고 있다. 아이는 답이 정해진 수학 문제를 가지고 지식과 싸우기도 하고(문제가 잘못된 거 아니냐며 화를 내기도 한다 ㅋㅋ) 정치에 관심을 가지며 사안에 대해 자기 생각을 말하기도 한다. 아이가 자라온 세계는 상대적으로 좁고 작았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좁은 시야로 이야기를 한다.

"와, 그 사람들 완전 나빴네. 그런 사람들은 사회에서 격리해야 하는 거 아니야?"

아이가 자신이 보는 세계가 전부인 것 마냥 이야기할 때면 덜컥 겁이 나기도 한다. 부랴부랴 다른 이면을 말한다.

"결과만 보고 판단할 게 아니라, 그 사람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도 봐야 하는데, 그건 사회 구조 자체가......"

"그래도 나쁜 건 나쁜 거잖아."

"나쁜 행동 자체는 나쁜 거지. 그런데 모든 게 그 사람 혼자만의 잘못은 아닐 수도 있어. 좋고 나쁜 게 단순하게 딱 둘로 나누어 떨어지는 건 아니거든. 너 엄마 좋아, 싫어?"

"좋아."

"엄마가 잔소리하거나 혼낼 때도?"

"그때는 싫지만 그래도 좋아."

"돌멩이는?(둘째 별명)"

"싫어!"

"엄마 아들인데 왜 싫어하냐!"

우리는 마주 보고 키득키득 웃었다.




졸업식이 시작했다.

강당을 가득 메운 부모님들 사이로 아이들이 담임 선생님을 따라 입장했다. 쑥스럽고 긴장한 표정이 가득하다가도 부모와 눈이 마주치자 다들 웃는다. 생그럽고 예쁘고 대견하다.

아이가 졸업장을 받으러 앞으로 나가자, 배경으로 1학년 입학사진과 6학년 졸업사진이 떠올랐다. 언제 이렇게 자란걸까. 1학년의 아이는 받아쓰기가 싫어서 엉엉 울었지만, 6학년의 아이에겐 받아쓰기 따위는 전혀 두렵지 않다. 처음은 어렵고 배워야할 건 많아서 비례배분과 영어 때문에 한숨을 푹푹 쉬고 이마를 찡그린다. 또 어떤 처음이 아이를 힘들게 할까. 부모 곁에 머물 날이 생각보다 얼마 안남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출렁거렸다. 아이는 졸업을 하며 스스로에게 보내는 글을 이렇게 적었다.

[앞으로 내가 가진 장점을 더욱 발전시키고, 내가 가진 단점도 장점으로 만들 것이다!]


담임선생님께서는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꼭 안아주고 머리를 쓰다듬어주셨다. 졸업식 시작부터 끝까지 계속 우셔서 사진마다 코끝이 빨갛게 물드셨다. (1년간 아이들을 정말 많이 예뻐하며 가르쳐주시고,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졸업을 축하해.

너의 세계가 깨지고 부서지며 넓어지는 걸 응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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