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이가 흔들거릴 때면 아이에게 말했다.
"빠진 이를 베개 밑에 넣어두고 자면, 이빨 요정이 밤에 찾아와서 빠진 이를 맛있게 냠냠 먹는대."
"왜 이를 먹어? 이빨을 좋아해? 그래서 이빨 요정이야?"
"맞아. 좋아하는 이빨을 뽑아줘서 고맙다고 동전도 놓고 간대. 오늘 밤에 베개 밑에 넣어두고 잘까? 이빨 요정 오나 안 오나?"
아이는 신이 나서 이를 뽑았고 ("이빨 요정 주게 얼른 이 뽑자", "이빨 요정이 헌 이 가져가야 새 이가 예쁘게 나지!"라는 말들로 어르고 달래가며) 피 묻은 솜을 앙- 물고선 자랑스럽게 빠진 이를 보여주곤 했다.
올해 11살, 4학년이 된 둘째는 혀를 이리저리 굴리더니 어금니를 스스로 뽑아냈다. 그러고는 이빨 요정에게 주겠다고 했다. 3일 정도 베개 밑에 이를 넣어두고 잤지만, 감감무소식.
첫날의 이빨 요정은 게을렀고
둘째 날의 이빨 요정도 게을렀다.
셋째 날, 아이는 이빨 요정이 안 온다고 내게 이를 가져왔고
나는 "이빨 요정이 바쁜가 보다. 이번엔 잘 보이게 식탁 위에 올려두고 자자."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빨 요정 포기 선언!
[배불러서 이빨 그만 먹을래]라는 쪽지와
오천 원(이 하나에 오백 원이었는데 무려 10개 치를 한 번에!!)과
가져가지 않은 작은 어금니가 식탁에 남았다.
아이는 일어나자마자 눈을 비비며 식탁으로 다가간다. 그러고는 씨익 웃으며 덩실덩실 오천 원'만' 챙긴다.
이제, 식탁에는 이빨 요정의 쪽지와 어금니가 남았다.
(그동안 모아놓은 많은 이들은 어떻게 처리하지... 안 먹고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