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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아해 Dec 11. 2022

콩아 안녕, 2

나라는 사람을 견디어주는 고마운 존재들에 대해

  10년 전, 신혼여행을 떠나기 위한 비행기를 기다리는 데 갑자기 콩이가 생각났다. 항상 내 옆구리에서 나랑 같이 자던 콩이. 그 조그만 아이와 이제 더는 같이 못 잔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슬퍼졌다.

"콩이랑 이제 같이 못 자."

라고 하며 엉엉 울었던 것이다. 엄마도 아니고 아빠도 아니고 콩이랑 못 잔다고 울다니. 그때 기억이 불현듯 떠올랐고 정말 오랜만에 엄마 집에 가서 잠을 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엄마 아빠랑 맥주도 한 잔 하고 옛날 이야기도 해야지.' '다 같이 거실에서 다닥다닥 붙어 자야지.' '오빠는 휴가 얻어서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며 아이들 잠옷과 내 잠옷을 챙기고 엄마에게 빌려줄 책과 선물로 드릴 달력도 챙겼다. 콩이 간식도 사갈까,라고 잠깐 생각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그냥 갔다.  


엄마는 오려면 일찍 올 것이지 저녁 시간 다 되어서 왔다며 타박부터 하셨고 나는 이것저것 가져온 것들을 보여주기에 바빴다. 동생도 오랜만에 와 있었고 꽈배기며 구운 고구마며 뻥튀기까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한가득이었다. 고구마 껍질을 벗겨 먹으며 한참을 이야기하는데 엄마가 물었다.

"콩이 어딨냐고 왜 안 물어보냐?"

그러고 보니 콩이가 없었다. 문을 열 때 내게 달려오며 컹컹 짖어대지 않았고, 고구마를 먹으면 내 근처에 와서 떨어뜨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데, 그런 콩이가 없었다. 콩이 밥그릇과 집이 있는 쪽을 쳐다볼 수가 없었다. 콩이의 물건이 없다는 걸 확인하면 진짜 없는 거니까.


"편하게 잘 갔어."

"엄마가 콩이 가는 거 봤어?"

"엄마가 임종을 다 지켰다야. 이모랑 그때 통화하고 있었는데 아이고 콩이야 잘 가라, 좋은 것만 가져가라.라고 했더니 이모가 나쁜 것도 싹 다 가져가부러라잉. 그러더라. 그래서 아이고 콩아, 좋은 것도 가져가고 나쁜 것도 같이 가져가라. 아이고 잘 가라. 하면서 쓰다듬어주고 보냈지."

"나쁜 걸 왜 가져가. 그냥 보내지."

"울지마라야. 엄마가 한지까지 싸서 양지바른 곳에 잘 묻어줬구만. 나무로 십자가까지 만들어줬다야."

"집에 콩이가 없는데, 그것도 못 알아봐서... 콩이한테 미안해서 그러지."

그렇게 콩이는 갔다.


  언젠가 반려의 이야기를 쓰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여전히 나와 함께하며 나라는 사람을 견디어주는 고마운 존재들에 대해서.

  콩이도 마찬가지였다. 언제까지 함께하는 것이라 생각하며 미루고 있었는데 이렇게 빨리 콩이에 대해 쓰게 될 줄은 몰랐다. 나를 둘러싼 모든 존재들이 너무나 당연히 함께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당연함에 익숙해져 헤어짐을 상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관계의 불안과 흔들거림은 차치하고서라도 모든 관계는 필연적으로 이별이 찾아온다. 콩이는 이별을 준비했을까? 그렇다고 해서 이별을 생각하며 지금을 소홀히 한 것 같진 않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해 반겼다. 나에 대해 아무런 판단을 내리지 않고 마냥 사랑스러운 눈길을 보내주던 그 작은 존재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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