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선생님이랑 글을 쓴다고요?

2025. 영어 선생님

by 좋아해

매년, 반 아이들과 함께 독서토론 활동을 해왔다. 한 권을 다 함께 같이 읽는 온책읽기도 하고 미니 토론, 샛길 새기, 책 만들기, 책 파티 등 책으로 읽고 쓰고 열심히 놀았다. 올해는 영어 교과 전담을 맡으면서 ‘내 반’이 없어졌다.

‘아이들과 책으로 계속 놀고 싶은데 어떡하지. 예산도 없는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그 시간이 아까워서 질러버렸다. 수업이 끝나고 소규모 동아리를 운영하기로!


5, 6학년 복도에 동아리 모집 포스터를 붙였고 7명의 친구들이 참여하겠다고 찾아왔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처럼 교장선생님께 활동 계획서와 취지를 설명하고 길을 만들었다. (특화 교육과정 예산을 조금 따올 수 있었다. )



모임의 첫 날, 아이들과 함께 오후의 학교를 산책했다. 주차장 한 켠의 암석원에서 꽃도 찾고 애기 사과나무도 발견했다. 철쭉이 핀 화단을 지나가는데 운동장에 어르신들이 허리를 구부렸다 폈다 하며 여기저기 옮겨 다니고 계셨다. 아이들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쪼르르 다가가 물었다.

“저기, 뭐 하시는 거예요?”

“쑥 캐고 있지!”

“우와! 운동장에 쑥이 나는구나!”

“쑥이 왜 쑥인 줄 알어?”

“... 몰라요!”

“쑥 커서 쑥이야. 니들도 쑥쑥 커라!”


교실로 돌아와서 아이들에게 차를 끓여주었다. 컵 받침이 있는 제대로 된 찻잔에 차를 대접하고 싶었지만 아쉬운대로 머그잔에 차를 내었다. (컵 받침이 있는 찻잔에 차를 마시면 왠지 모르게 조심스러워진다. 그 분위기를 가르치고 싶었다) 차를 홀짝이며 ‘학교에서 만난 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모임날이 4월 16일이어서 찬란한 봄에 침몰한 세월호 이야기도 나누었다. 아이들은 애기 사과 나무, 철쭉, 함께 나눠마신 차(자몽허니블랙티)에서 봄을 찾기도 했고, <세월 1994~2014> 그림책을 심각하게 보던 찬희는 세월호에서 봄을 찾았다.


봄이다.

아이들도, 나도, 그리고 쑥도,

쑥쑥! 자라는 봄!



+ 교무실에서 만난 선생님께서 하신 말


“선생님은 영어 가르치느라 반이 없는데, 어떻게 애들하고 시를 쓰는 거에요? 동아리 같은건가?”

“네, 수업 끝나고 몇 명 모아서 같이 책 읽고 글 쓰고 놀아요.”

“업무 많아서 전담 시켜놨더니, 오후에 또 애들을 만나네요? 선생님 진짜 애쓰네요.”

“제가 재밌어서요.”

내가 재밌어서 하는 일, 자랑 중이다.



#학교이야기

#좋아해서남기는

#재밌어서하는일

#자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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