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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지현 May 06. 2021

너의 모험

앞으로도 늘 응원한단다!

어젯밤부터 짜장면이 먹고 싶다던 아이에게 오늘 짜파게티를 해주겠다고 말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짜파게티를 먹겠다는 아이를 달래 간단히 아침을 먹이고

오늘도 놀이터에서 신나게 놉니다.

숨박꼭질도 하고 그네도 밀어주고 두발 자전거도 타고 아이는 계속 유치원에 안가고

엄마랑 놀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 눈웃음에 "엄마도~"라고 말해버렸습니다.

점심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식료품 공간을 열어보니 짜파게티가 없습니다.

'내가 사러갈까? 같이 갈까?' 고민하다 아이에게 묻습니다.

"혼자 사와볼래?"

잠시 고민하던 아이가 그렇겠다고 합니다.

슈퍼에 가려면 단지 내 건널목을 한 번 건너야하지만,

놀이터를 통해 가면 길을 건너지 않고 갈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그 길을 천천히 설명해줍니다.

머릿 속으로 시뮬레이션이 끝났는지 

공용현관 카드키 목걸이를 차고 마스크를 차고 모자까지 눌러쓴 뒤 

야무지게 손을 흔들며 나갑니다.


혹시나 보일까? 주방창문으로 내려다봤지만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 믿고 기다리자!'

띠리릭~ 카드결재내역 알림이 울립니다.

'제대로 갔구나' 

돌아올 시간이 되었는데 아이가 오지 않습니다.

.

.

띠디띠딕! 현관 번호키 누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한 손에 짜파게티를 들고 있는 아이는 상기된 얼굴입니다.

금메달을 딴 것처럼 환호성을 질러줍니다.

"대단해~ 완전 멋지다! 성공한거야? 역시!!!"

아이는 10분동안의 모험을 마치 국토대장정이라도 마친냥 신나게 말해줍니다.

"엄마~ 내가 슈퍼에 도착해서 짜파게티가 어딨지? 찾았는데...

짜파게티가 너무 많은거야~ 뭘 사지? 하다가 우리집에서 봤던 짜파게티를 발견했어!

아줌마가 뭐라뭐라 하는데 나는 그건 모르겠고 영수증 주세요! 했어."

"그랬어? 그랬구나! 대단하다."

계속 취임새로 아이의 흥을 꺼뜨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늦었어?"

"아~ 내가 놀이터로 오잖아? 근데 그네가 보이는거야. 

그래서 그네를 타고 싶은데 짜파게티를 어디다 두지? 고민하다 

초록그네엔 짜파게티를 올려두고 나는 빨간그네를 탔어!

그리고 미끄럼틀도 한 번 타고 왔지~"

아~ 요녀석...할 건 다 했구나! 

얼마나 신나고 재밌었을까?

대견하고 귀여운 아이를 바라보는데 아이가 덧붙입니다.

"엄마~ 내가 놀이터 통과하면서 무슨 생각했는지 알아?"

"글쎄~ 무슨 생각했어? 무섭다? 그랬을까?"

"아니, 나는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이러면서 갔어."


아~ 눈물이 나올 뻔 했습니다.

수 백 번 다닌 길이지만, 오늘 처음으로 혼자 지나가는 길 위에서...

아이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그 두려운 길을 스스로를 토닥이며 자신을 믿고 다녀온 것이지요.

그 길 위에서 그네도 타고, 미끄럼틀도 타면서 즐거움도 챙겼습니다.

오늘 이 엄청난 에피소드가 앞으로 아이가 두렵고 낯선 길을 떠날 때 

용기가 되어 주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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