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 라이프를지향하지만 욕망이 가로막을 때
한 동안 ‘미니멀 라이프’에 꽂혀 있었다.
‘공간’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며 공간을 ‘어떻게 꾸밀까?’에서 ‘꾸미다’를 빼면 어떨까 생각했다.
어느 공간을 인위적으로 꾸미기보다 이용자의 니즈에 맞춰 그 공간의 기능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언젠가’ 쓸모가 있을 법한 물건들이 집안 곳곳을 꽤나 침범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언젠가 쓰겠지 하고 모아둔 물건들은 정말 어쩌다 한번 쓸 수도,
아니면 기약 없이 그 ‘언젠가’를 위해 방치되고 있기도 했다.
우선 ‘언젠가 쓸 것들'은 과감히 비우기로 했다.
중고 플랫폼을 통해 팔기도 동료나 이웃에게 나누어 주기도 했다.
사실 구석구석 박혀 있는 작은 물건들이라 비워내도 크게 티가 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눈에 불을 켜고 비워낼 것들을 찾았고
꽤 오랫동안 쉬지 않고 비워냈다.
비움을 실천하며 다짐한 것이 있으니 바로 ‘옷 안 사기’이다.
아이러니하지만 옷은 사도사도 입을 것이 없고, 안 사도 지낼 수 있는 품목이다.
당분간 출근할 일도 없고 코로나로 행사도 없으니
일 년 동안은 있는 옷으로 지내기로 한 것이다.
나의 각오에 남편도 동참해 주었다.
우리 집은 그렇게 물건은 사지 않는 것,
공간은 채우는 것이 아니라 비우는 것이란 대 명제에 기반해 생활하고 있다.
‘need’인가? ‘want’인가를 먼저 생각해 보자고 스스로를 달래며 말이다.
쓰레기는 바로바로 배출하고 아이들 장난감도 1년 이상 가지고 놀지 않는 것들은 비웠다.
선반 위 책상 아래에 공간이 생겼다.
2년 이상 입지 않은 옷을 비워내니 옷장도 여유가 생겼다.
재독 할 것이라 차곡차곡 쌓아 놓은 책도 절반 이상 비웠다.
마트에 가서는 1+1나 대량 구매는 하지 않는다.
냉동실, 냉장고 탈탈 털어먹고 나면 매월 냉장고 청소를 하는 것으로 나름의 기념식을 거행한다.
사지 않는 것만으로도 비움에 큰 도움이 된다.
비워내야 할 것은 비단 물건만이 아니다.
욕망과 욕심으로 가득 찬 나의 마음도 비워내야 한다.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본다.
불안과 조급함을 덜어낸다.
걱정 때문에 계속 찾아 듣던 강의도 줄였다.
강의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당위성을 견고히 해주고 동기를 부여하기도 하지만,
본질을 흐트러트린 채 허탈감과 자책을 야기하기도 한다.
인간은 ‘욕망 덩어리’이다.
그런 욕망이 있기에 발전할 수 있다.
다만 욕망이 물건으로 채워지지 않도록 경계하여야 한다.
그릇 매장에서 ‘이것이 필요인가? 욕망인가?’를 놓고 고심하다,
필요가 아님을 알고 발길을 돌릴 때 나는 알았다.
비움과 채움 사이에 자리한 욕망이란 녀석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