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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새영 Nov 13. 2020

패션회사 MD가 출장 가서 하는 일

기획 MD의 국내외 출장 비교


 문득 회사에서 업무용 달력을 뒤적여보다 작년 이맘때 즈음에 다녀온 일본 출장이 떠올랐다. 날씨 좋던 어느 가을날에 도쿄로 떠난 출장이었다.


 보통 일본 출장은 MD와 디자이너 등 실무자들만 뭉쳐 떠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 출장은 팀장님에 더해 무려 사업부 총괄 상무님까지 함께 동행했던, 그야말로 초호화 출장이었다. 물론 높으신 분들과 함께하니 지하철 대신 택시를 타고, 비용 걱정 없이 맛있는 음식들을 많이 먹을 수 있어서 몸은 편했으나, 마음은 참 불편했던 출장이었더랬다. 하지만 그런 불편한 출장이라도 지금은 갈 수가 없으니 더욱 그리워지는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은 도대체 패션회사에서는 출장 가면 무엇을 하는지 궁금할 누군가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동시에, (코로나가 없는) 그리운 시절에의 회상에 젖어보려고 한다.


하기의 모든 내용은 코로나 19 발생 이전에 이루어졌던 형식임을 먼저 밝힙니다.



(1) 기획 MD의 해외출장


 우리 회사 및 브랜드를 기준으로 보면, 패션회사 MD는 평균적으로 연 5~6회가량 해외출장을 계획한다. 물론 있어서는 안 될 생산 사고로 인한 부득이한 출장 등 비정기적으로 발생하는 출장은 제외한 수치이다.


 패션회사 해외출장의 가장 큰 목적은 선진사의 디자인이나 사양 등을 벤치마킹하여 차년 기획에 활용하기 위함이고, 그다음으로는 상품 납기(입고) 차질이 없는지 생산업체 및 공장을 방문하기 위함이다. 대게 벤치마킹의 목적으로 가는 해외 출장지는 유럽(특히 유명 패션 박람회나 전시회 개최지), 미국, 홍콩, 일본 등이고 생산 관련 출장지는 각 생산업체의 공장이 위치한 중국, 베트남 등의 동남아시아 국가들이다.

 출장 목적에 따라서 출장지에서의 업무도 몹시 상이하지만, 여기서는 기획 MD 출장에서 대부분의 비중을 차지하는 선진사 벤치마킹을 위한 출장을 언급하려고 한다.



 그렇다면 기획 MD는 출장 가면 뭘 하느냐?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예쁜 거 엄청나게 많이 보고 사러 다닌다. 이렇게 말하면 '뭐야, 그냥 쇼핑하고 노는 거 아냐?' 할 수도 있는데, 절대 노는 거 아니다. 우리는 그게 일하는 거다.

 

 먼저 출장 전 출장지에서 방문해야 할 유명 브랜드 매장 쇼핑몰, 박람회, 미술관, 전시회 등을 정하고 그에 맞는 동선을 세운다. 상무님과의 출장은 특이 케이스였고, 보통은 회사의 비용을 사용하는 것이니만큼 비용 절감을 위해 어느 정도의 가까운 거리는 무조건 걸어가고, 도저히 걷지 못할 거리라면 지하철이나 버스 등의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다니곤 한다. 숙소 역시 회사에서 정해 둔 출장 국가별 기준 금액에 따라 집행되어야 하기에, 비용이 초과하면 초과분만큼을 개인이 부담하거나 다인 1실을 사용한다.


출장지에서 방문했던 여러 상품군의 점포


 출장지에 도착하면 출장자들은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짧은 출장 기간 동안 차년 기획에 참고상품들을 찾아내야 하기 때문에 온 신경이 바싹 곤두서 있다. 출장 전 정해온 가게 외에도 가다가 괜찮아 보이는 가게가 보이살펴보고, 또 걷다가 괜찮은 가게가 있으면 들어가서 살펴본다. 그러다가 참고할만한 샘플이 있으면 적당한 금액 내에서 구매하는데, 이렇게 쉴 새 없이 걸어 다니기 때문에 저녁이 되면 말 그대로 다리가 퉁퉁 붓는다.


 만약 출장 와서 참고할 샘플을 못 찾아낸다? 그건 회사 업무에서 내가 해야 할 일(심지어 회사에서 돈=출장비까지 따로 지급한 일)을 안 한 것이나 마찬가지기에 그런 일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다.


 -그렇게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쇼핑 아닌 쇼핑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출장이 끝난. 



패션 이외의 타 업종에서도 레퍼런스를 발견할 수 있다


  여느 회사의 출장이 다 그러하듯, 육체적으로 몹시 피곤하긴 하지만 그렇게 나쁜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친구들끼리 떠나온 편안한 여행은 아니지만 해외로 나오니 여행 온 기분도 들고, 출장자들과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하나둘씩 풀다 보면, 갑갑한 회사에서와는 달리 그 사람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게 된다. -실제로 필자도 상무님과 함께한 출장에서 상무님이 사비로 사주신 디저트를 선물 받고 그녀에 대한 감이 듬뿍 생겼다.


 또, 기획에 참고할만한 상품들을 찾아다니면서, 갖고 싶은 것이 보인다면 살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당연히 사비로) 내가 좋아하는 쇼핑도 하면서, 동시에 일도 할 수 있어서 워라블(Work-Life Blending) 매우 만족스럽다.

 


(2) 기획 MD의 국내 출장


 반면 기획 MD의 국내 출장은 앞서 언급한 해외출장과는 목적부터 분위기까지 사뭇 다르다. 국내 출장은 보통 시즌에 1번 이상씩은 가게 되는데, 당 시즌에 새롭게 출시된 상품들에 대한 상품설명회나 매장 동향 및 출고된 상품 점검 등 매장과 연관된 업무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브랜드의 점포가 있는 지역으로 출장지가 국한된다.


 보통 출장 지역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매장에 방문해 출시된 상품에 대한 고객 이슈나 불량 등의 문제는 없는지, DP(display;진열)는 이상 없는지 등 다양한 내용을 매장 매니저와 함께 확인한다.

 그 이후 매장 매니저들과 함께 지점 사무실로 이동해 차후 출시될 상품에 대한 기획 방향 및 판매 주안점을 공유하는 자리를 갖곤 한다.


매장과 지역 사무실에서 진행되는 국내출장(출처:pixabay)


 또한 국내 출장은 대게 영업팀 및 지점 담당자들과 다 같이 동행하곤 하는데, 그만큼 사람이 많아서 분위기가 한층 활기차다.


  모든 일정이 끝나면 지방 매장의 매니저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곤 하는데, 가끔은 동트는 새벽까지 술자리를 가질 때도 있다. 자주 못 보는 만큼 아쉬운 마음에 이야기와 자리가 길어지는 것이다. 물론 난 그러한 조용하고 진솔한 자리를 매우 좋아한다.





 상기의 국내외 출장 내용들은 필자의 경험에 의존한 짧은 기술뿐이기에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대게 유사한 목적 및 루틴으로 출장이 진행되기에, 다른 업종의 직장인들 혹은 필자의 길을 꿈꾸는 학도들의 궁금증이 조금이나마 해소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덧붙여, 하루빨리 코로나 19가 종식되어 다시 마음 놓고 '예쁜 거 보러 나다닐 수 있는' 시절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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