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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간이 지나가다 Oct 02. 2015

34. 이별하다

제가 있는 곳은 가로수가 은행나무인데 가을엔 좀 힘드네요, 열매 냄새.

이제 그만, 제발. 나를 위한 시간이 필요해요.


내 안에 아직 정리되지 않은 감정과 생각이 참 많습니다. 끝이나 버린 이 관계에 혼자 남게 된 내게 관심을 가져주는 게 아닌 왜 이별했는지 그 이유에만 다들 관심을 가집니다. 기다려줬으면 멈춰줬으면 하는 질문이 자꾸만 내게 던져집니다. 누군가를 만나고 있을 때만큼이나 이별 후 배려받지 못하는 내가 있습니다.


좋은 이별이건 나쁜 이별이건 이별은 서로에게 아픔을 남깁니다. 누구보다 가까웠던 상대가 그 누구보다 먼 상대가 되는 거니까 말입니다. 그리고 머지않아 서로의 곁엔 아마 다른 사람이 있게 될 겁니다. 서로 또 다른 행복의 형태를 가지게 되겠지만 이별 후에도 내게 그 사람은 그 사람입니다.


내가 아는 그 사람과 당신이 아는 그 사람은 다릅니다. 그 사람이 아는 나와 당신이 아는 내가 다르듯이 말입니다. 그 사람과 나만의 이야기에 그만 당신이 간섭했으면 좋겠습니다. 그 사람에 대해 당신과 논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 사람을 내 안에 가만히 묻고 싶습니다. 그러니 가만두세요, 나를.


2015. 9. 2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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