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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간이 지나가다 Sep 27. 2015

35. 이상하다

가을 햇볕이  제대로입니다. 바야흐로 결실의 계절입니다.

너 요즘 얼굴이 왜 그러니, 이상해, 무슨 일 있니?


어머니, 계절 때문에 살아가는 것 때문에 얼굴이 이상한 것이 아닌 자식이 나이가 들어 늙어가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자식은 나이가 들어도 부모님 눈엔 마냥 아이 같아 보인다는데 문득 제 얼굴에서 세월을 느끼셨나 봅니다. 그래서 이상하셨나 봅니다. 그저 어머니의 시간이 흘러가듯 제 시간도 흘러간 거뿐입니다. 얼굴이 예전 같지 않은 건 당연한 겁니다. 물리적인 나이를 먹고 있는 중이니까 말입니다.


저도 거울 속 저를 보면 익숙하면서도 낯설 때가 있습니다. 기억 속 저는 지금의 저와 다를뿐더러 나이 먹음으로 제가 기억하는 저는 수정 진행형이기 때문입니다.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미미하게 달라지는 외형에 적응 중이면서도 조금 많이 우습지만 시간을 거꾸로 돌리고 싶다는 생각을 때론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나이먹음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것이기에 잘 나이 먹어가자고 잘 늙어가자고 다짐 아닌 다짐을 합니다.


또한 영혼의 나이도 제대로 먹어가자고 역시 다짐을  함께 해봅니다. 게다가 저는 지금 이 나이의 제가 참 좋습니다. 아마 앞으로 세월이 지난 뒤의 저 역시 그 나이의 저를 좋아하고 있을 겁니다. 다만 잘 나이 먹어가는 게 어떤 건지 잘 늙어가는 게 어떤 건지 계속 고민을 해봐야겠지만 변함없이 즐겁게 해보려고 합니다.


2015. 9. 2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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