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가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간이 지나가다 Oct 30. 2015

58. 모르다

밤하늘 가득 구름 그 사이로 달이 말간 얼굴을 자꾸만 내밉니다.

여러 가지로 갑갑하고 답답할 때 가만히 나에게 질문을 던져 봅니다. 너 거기서 뭐하고 있니? 라고 말입니다. 대답은 그때마다 다르지만 제일 빈번한 대답이 글쎄, 나도 모르겠는데 입니다. 무성의하고 무책임한 대답이지만 정말 모르겠으니 자신에게도 모르겠다 라고 있는 그대로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눈을 감아도 눈을 떠봐도 모르는 건 정말 모르는  것입니다. 뭔가 아닌 척하는 건 어울리지도  않을뿐더러 본디 아닌 척을 해봤어야 어색하지 않을 텐데 그렇게 어색할 수가 없습니다. 이때 가능한 건 자기 암시밖에 없는 거 같습니다. 단지 지금 초라할 뿐 이 초라함은 영원한 게 아니다 라고 말입니다.


그 초라함이 나 자체가 될 수는 없으니 내 것이 아닌 것이고 누구의 것도 되지 않을 그 초라함. 잠깐 그 초라함과 내가 만난 것일 뿐 곧 안녕일 그 초라함.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갈지 모를 그 초라함.


2015. 10. 26. 월



매거진의 이전글 57. 돌아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