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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간이 지나가다 Dec 18. 2017

96.

겨울 겨울이 제대로인 요즘, 계절에 익숙해지는 건 쉽지 않아요.

잠깐 긴 통화 괜찮을까요?


살아가면서 영원한 관계, 계속됨은 결코 흔한 게 아닙니다. 어렵고 대개 소중하고 귀한 거라고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어떤 일련의 일들로 좋건 나쁘건 관계의 끝은 오고 그 순간 느끼게 되는 감정과 생각은 저마다 다를 줄 압니다. 같은 시간 속에 있었을지라고 담긴 감정의 깊이와 넓이가 다르므로 관계의 끝에 나와 상대를 놓게 된다면 그건 또다릅니다.


아직 시간이 조금 더 남았지만 마지막을 이야기할 때 순간순간 저도 모르게 감정이 흘러넘치기도 했고 저와 같은 감정을 제게 다시 전해주신 분도 계셔서 함께 보낸 시간들이 서로에게 의미가 있었구나 그 시간들 속에 우리가 함께 있었구나 등의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고맙고 감사했던 분들의 손을 잡기도 하고 반대로 잡히기도 하며 가까운 미래의 마지막을 나눠보았습니다.


모임이 파한 뒤 특정인에게서 계속된 전화에 통화를 했습니다. 뒤늦게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음을 접하게 되었는지 울음을 참으며 한마디 또 한마디를 바르게 그리고 너무나 따뜻하게 건네 저도 자꾸만 일렁이는 마음을 붙잡고 애써 밝게 답해주었습니다. 정리가 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줘서 그 마음을 조심스레 안아주고만 싶었습니다.


전화기 너머 점점 더 정도를 더해 쏟아지는 마음을 토닥토닥해주며 제 마음 한켠의 온도가 자꾸만 높아져감을 느꼈습니다. 예기치 않은 때에 받게 된 너무나 순수한 마음의 고백에 아득해짐을 느끼기도 했고 제게 전해준 그 마음과 그 마음을 제게 전해준 존재 그 자체에 감사함과 고마움을 아주 많이 가졌습니다. 길지 않은 시간 속의 그 만남으로 인해 우린 서로에게 선물이 되었습니다.


너무 고맙고 또 고맙고 감사해요, 모두.


2017. 12. 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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