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투자심사역
나는 스포츠를 좋아한다. 그중에서 특히 축구.
전 세계에서 수많은 축구경기가 열리고 사람들은 그 경기를 지켜본다.
하지만 누가 뭐라 해도 가장 중요하고 인기 있는 경기는 월드컵이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은 전 세계에서 50억 명이 시청했으며, 결승전 한 경기 시청자수만 15억 명에 이른다.
지구 인구의 절반이상이 월드컵을 시청한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여기 월드컵 우승에 계속해서 도전하는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가 있다.
리오널 메시(Lionel Messi)
세계 최고의 축구 천재. 축구는 몰라도 메시라는 이름은 들어본 사람이 많을 것이다.
전 세계에서 사랑받지만, 조국에서는 가장 무거운 짐을 짊어진 남자.
메시의 월드컵 스토리는 한 편의 영화였다.
그리고 나는 그를 바라보면서 그의 스토리가 스타트업들이 성장하는 스토리와 비슷하다고 느꼈다.
메시가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도 많을 거 같다.
그가 누구인지 설명하기보다는, 그냥 그가 이뤄낸 것만 나열해도 충분할 거 같다.
소속팀 바르셀로나 시절: 778경기, 672골, 268 도움
발롱도르 최다 수상: 8회 (*세계 축구선수 1위에게 주는 상)
FIFA 올해의 선수 최다 수상: 7회
최다 리그 득점왕/도움왕: 8회/7회
최초 동일 팀 2회 트레블 달성: 08-09 시즌, 14-15시 (*트레블은 주요 대회 3개를 동시에 우승한 것을 의미함)
유일하게 득점왕/도움왕/MVP 동시 석권: 2021 코파아메리카
그의 기록만 본다면 승승장구했을 스토리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된다.
메시의 조국은 '아르헨티나' 그리고 아르헨티나는 축구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나라다.
특히 '마라도나'라는 세계적인 선수가 1986년 아르헨티나를 국제무대에서 우승시킨 적이 있다.
그리고 젊은 메시에게 붙은 꼬리표 '제2의 마라도나'
그렇게 메시는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짊어지며, 다시 한번 아르헨티나 우승에 도전한다.
하지만 아르헨티나는 계속해서 우승하지 못했고, 국민들은 경기에서 지는 날이면 메시에게서 이유를 찾기 시작한다. 메시에게 국가대표 경기는 매 순간 증명해야 하는 무대가 된 것이다.
2014년 아르헨티나는 월드컵에서 준우승, 연달아 개최된 코파아메리카에서도 준우승으로 끝난다.
그리고 실패에 대한 책임은 항상 같은 방향으로 쏠린다. 슈퍼 스타 리오널 메시.
미디어는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지자, 광적일 정도로 비난을 쏟아낸다.
"메시는 바르셀로나가 아니라 아르헨티나 유니폼을 입으면 그냥 평범한 사람이다."
"그의 패배는 극형에 마땅한 중죄다. 그는 패배자다, 공도 못 다루는 패배자"
결국 메시의 자신감은 계속해서 떨어졌으며, 경기력은 더 하락한다.
계속된 비난은 그를 점점 갉아먹었다.
그렇게 다시 올라간 코파아메리카 결승전에서, 메시는 승부차기를 실축하면서 다시 우승기회를 놓치게 된다.
3회 연속 준우승에 결국 그는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
"저는 이제 국가대표에서 은퇴합니다. 4번이나 결승에 올랐지만 우승은 저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우승은 저랑 인연이 없었습니다"
- 2016년 리오널 메시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그가 포기를 선언한다. 그가 짊어진 무게를 견디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게 국가대표를 떠난 메시.
하지만 그에게 비난을 쏟던 아르헨티나 국민들이 메시의 소중함을 알기 시작했다.
전국에 붙여진 포스터들. "국가대표로 돌아와 줘 메시"
전국민적인 호소와 심지어 대통령까지 메시를 설득했고, 결국 그는 다시 대표팀으로 돌아왔다.
특히 어느 초등학교 여교사가 메시에게 쓴 진심 어린 편지는 모두에게 감동을 줬다.
하지만 2번째 도전은 더 힘들다. 다시 돌아온 만큼 무언가를 보여주지 않으며, 비난은 2배가 돼서 돌아올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시는 다시 일어선다.
도전을 시작한 월드컵 경기. 하지만 메시는 2018년 월드컵에서 16강에서 탈락하면서 다시 한번 실패를 맛본다. 그럼에도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는 메시. 그의 멘털은 한층 더 성숙해졌고, 결국 일이 터진다.
그동안 자신을 괴롭히던 실패의 기억들 그리고 조롱 섞인 비난들.
이 모든 것들을 견뎌내며 메시의 도전은 다시 시작됐고, 갑자기 미친듯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시작한다.
결국 2021년 코파 아메리카대회에서 우승을 하게 된다.
메시가 국가대표 우승컵을 들기까지 무려 16년의 긴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마라도나 이후에 아르헨티나에게 35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가져다준다.
메시는 이번 대회에서 4골 5 도움을 터뜨렸다. 최우수선수, 득점왕, 도움왕 모두 메시가 가져갔다.
"여러 번 거부당했던 꿈을 이뤘다는 사실은 꿈만 같았다. 정말 눈부신 순간이다. 언론은 그동안 우리를 실패자 취급했다. 하지만 우리는 모든 것을 바쳤다"
-2021, 리오널 메시
앞에서 언급했듯이, 가장 중요하고 인기 있는 경기는 단연 월드컵이다.
2021년 국제대회 우승을 차지한 메시. 그는 거기서 만족했을까?
아니다. J커브는 이제 시작이었고,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메시는 마지막 퍼즐을 맞추기 위해 떠난다.
*J커브: 스타트업이 가장 힘든 시간을 버틴 이후에 오는 급성장 구간. https://brunch.co.kr/@sherpa/4
그리고 모두가 알다시피 아르헨티나는 결승전에서 프랑스를 꺾고 드디어 우승을 차지한다.
메시는 월드컵 역사상 처음으로 조별리그, 16강, 8강, 4강, 결승전에서 모두 득점한 선수가 되었다.
또한 골든볼(최우수선수)을 수상하며 최초로 2회 수상자가 됐다.
메시의 스토리를 요약하면 이렇다.
최고의 시절(바르셀로나) -> 새로운 도전(국가대표) -> 실패 -> 조롱/비난 -> 다시 도전 -> 실패 -> 다시 도전 -> 성공 -> 더 큰 성공
성공하는 스타트업 스토리도 이와 비슷하다.
스타트업 대표님들은 대부분 학벌이 좋다. 몇몇 연구에 따르면, VC로부터 연속 투자를 유치한 국대 스타트업 대표 10명 중 6명 이상이 상위 5개 출신 대학이라고 한다. 또한 대기업 출신이나 한 업계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베테랑분들이 주로 창업을 시작한다.
즉, 메시처럼 최고의 시절을 보내던 중 스타트업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것이다.
자신의 분야에서 나름 잘 나가는 사람이었지만, 그들이 스타트업에서 처음 마주치는 것은 아마 '실패'일 것이다. 스타트업 전문 리서치 기업 '스타트업 게놈'은 이런 말을 했다.
"스타트업의 90%는 망한다."
그리고 실패 뒤에는 조롱 섞인 비난이 따라온다.
" 내가 너 망할 줄 알았어. 스타트업은 아무나 하니?"
" 그냥 편하게 직장 다니는 게 좋지 않을까? 스타트업 그거 초반에 돈도 안되잖아."
" AI? 그런 거 누가 사용해? 잠깐 지나가는 유행 아니야?"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첫 번째 실패에서 포기한다. 실제로 우리나라 재창업 도전은 평균 1.3회이다. 미국 2.8회보다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이것을 이겨내고 다시 도전할 경우 이야기는 달라진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 5년 차 생존율은 29.2%로 매우 낮았지만, 재창업 기업의 5년 생존율은 73.3%로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이렇게 재도전을 시도하고 성공한 스타트업의 경우, 앞으로 더 큰 성공을 할 확률이 높아진다.
메시가 코파아메리카를 우승하고, 바로 월드컵을 우승한 것처럼 말이다.
실패를 이겨낸 성공에는 추진력이 생기고, 추진력은 추세를 만들어낸다.
오늘도 묵묵하게 일하고 있는 스타트업들이 모두 메시의 스토리를 이어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