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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경님 May 19. 2023

19. 우리 엄마는 청각장애인이야

청각장애 엄마의 이야기

귓속형 보청기 최대출력으로 생활하면서 어느덧 아이들은 9살 7살 5살이 되었다. 


매년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이 되면 학교에서는 아이들 장애인식개선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한다. 9살 첫째 딸이 학교에서 장애인의 날을 맞이해서 영상을 보고 왔다고 말을 했다.     


“엄마! 어제 장애인의 날에 못 본 영상을 오늘 학교에서 봤어요!”     


“늦게 봤네~ 어떤 내용이었어?”     


“팔이 없는 화가들은 그림을 그릴 때, 입이나 발로 그린대요!!”    

 

“맞아 맞아~ 너무 멋지지 않아? 우리는 입이나 발로 이름도 쓰기 힘든데!”     

이런 대화를 하다가 딸아이에게 물었다.     

 

“그런데 엄마도 장애인이잖아~ 너도 친구들한테 우리 엄마는 청각장애인이야 하고 말했어?”    

 

“네~~”     


“기분이 어땠어?”    

 

“좋았는데~ 우리 엄마 청각장애인이야~~ 하니깐 친구들이 진짜?? 진짜야?? 막 이렇게 물어봤어요!”     

라고 마치 우리 엄마만 특별하다는 듯한 자랑스러운 말투로 이야기하는 아이가 너무 고맙고 사랑스러웠다.      


“창피하지 않았어?”    

 

“그게 왜 창피한 거예요?”     


“^^ 청각장애인은 못 들으니깐 손으로 하는 언어가 있는데 알아?”   

  

“네!! 수화~~ 나 이거 알아요!!” 손으로 사랑합니다 수화를 한다.   

   

“근데 엄마는 잘 못 듣지만, 그래도 듣고 말도 하니깐 좋지?”  

   

“네!! 너무 신기해요! 어떻게 듣고 말하는 거예요??”   

  

“엄마는 입모양을 보고 대화하는 거야~ 손을 보고 대화하는 것처럼 입을 보고 대화하는 방법이야. 이건 구화라고 해.”


“그럼 내가 뭐라고 하는지 맞춰봐요!”    

 

예쁜 나의 9살 딸은 엄마가 입모양을 읽을 수 있다는 게 재미났는지 한참을 입모양으로 ‘엄마 사랑해요’ ‘엄마아빠 사랑해요’ 등 예쁜 말들을 뻥긋뻥긋해주었다.      


첫째를 따라 둘째도 학교에 입학 뒤, 장애인의 날에 손을 번쩍 들고 발표했다고 한다.


“우리 엄마는 청각장애인이에요!” 그러자 친구들이 그럼 엄마가 수화를 하느냐고 물어봤고 둘째는 너무도 뿌듯하게 “아니! 우리 엄마는 입모양을 보고 다 맞춰!!” 하고 알려주었다고 한다. (너무 신기하게도 인공와우를 하고 나서는 입모양을 읽는 능력을 상실하였다. 입모양만 보면 거의 맞추지 못하고 소리와 입모양을 함께 보아야 가능하다.)     

지금은 사춘기가 된 15살 13살 11살의 아이들은 예전처럼 엄마의 장애를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엄마가 청각장애인이라는 사실이 아이들에게 숨기고 싶은 사실만은 아니라고 믿고 있다.


둘째가 9살 때 적어온 장애인의 날 행사지 


초등학교 2학년이던 둘째네 반에서는 미덕의 보석으로 칭찬하는 학급행사가 있었는데,  칭찬해주고 싶은 장애인들에게 '끈기'의 보석으로 칭찬을 해주고 싶다고 적었다.


끈기: 끈기는 끝까지 해내는 자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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