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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경님 May 23. 2023

20. 엄마, 나 사실 예전에 너무 슬펐던 적이 있어요

인공와우 수술을 결심하다

약 2년을 인공와우 카페에서 인공와우 경험자들의 후기와 재활과정을 읽어나갔다. 


수술을 고려 중인 난청인들은 모두 나와 같은 두려움이 있었다. 

혹시나 수술이 성공적이지 못해 그나마 남아있는 잔청마저 잃고 듣지 못 하게 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수술에 성공한 분들의 적응과 후기가 나에게도 그럴거라는 확신의 부족 그리고 기계를 통해 듣는 소리에 대한 걱정, 이런 불확신한 두려움 속에 있다보면 조금이나마 남아있는 내 잔청이 굉장히 고맙고 아직은 충분히 버틸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두려움에 카페 후기들을 보면서 아직은 수술할때가 아닌거 같다고 자위하는 마음과 그래도 준비는 하고 있어야지 라는 복합적인 심정이 지속되었다.


아직은 아이들이 엄마 손이 많이 가니 적어도 5살이던 막내가 초등학교에 입학 한 후에 수술을 고려해볼 심산이었다. 


인공와우를 계속 고민하고 이 수술에 대해 가족들과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고 엄마가 못 듣는 것에 대해서 아이들과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매일 두려움과 고민에 생각만 많았던 당시, 9살 첫째 딸의 이야기에 수년 뒤로 예정되어 있던 나의 인공와우 수술은 바로 진행이 되었다.     


 



 

“엄마 나 사실 예전에 너무 슬펐던 적이 있었어요.

내가 한 5살때쯤? 화장실에서 응가하고 엄마를 부르는데 엄마가 안 오는거예요. 그래서 계속 계속 크게 불렀는데도 엄마가 안 와서 내가 엉엉 울었는데 엄마가 나한테 와서 왜 엄마 안 부르고 울고 있냐고 해서 나 그때 엄청 슬펐어요.”     


나는 바로 수술을 결심했다.

수많은 시간을 고민하고 고민했던 것이 아무 의미가 없어졌다. 


아이의 이야기는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내 가슴에 생채기가 되어 언제고 눈물이 흐를 수 밖에 없는 미안하고 가슴 아픈 이야기가 되었다. 

내가 내 걱정만 하느라, 내 불안 속에 혼자 두려워만 하느라 정작 내 아이들이 어떤 상처를 받고 어떤 불편함 속에 성장하고 있는지는 생각도 하지 못 했던 것이었다. 


내가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 깨닫는 순간 더 이상 수술을 망설일 이유가 없어졌다.


나는 그렇게 인공와우 수술을 결정하였다. 


첫째 아이가 세상에 태어난지 9년 째 되던 해였다. 9년이나 걸려서 수술을 결정한게 지금도 미안하다. 내가 조금 더 빨리 인공와우를 통해 잘 들었더라면 하는 후회가 종종 든다.     



수술을 결정하고 아이들과 인공와우 수술 영상을 함께 시청하였다. 네이버에서 인공와우 수술을 검색하면 아이들과 함께 보기에 괜찮은 수술 소개 영상들이 나온다.   

   

영상을 보던 9살 딸이 “엄마 우는거 아니야..?” 하고 나를 바라보니 7살 딸이 말없이 내 어깨를 토닥토닥 해준다. 이렇게 마음이 예쁜 아이들에게 내가 배려를 요구하고 아이들에게 보호자가 되어달라고 부담을 주었구나 하는 미안한 마음에 가슴이 저려왔다. 

      

수술 영상을 본 아이들은 엄마가 너무 아플 것 같아서 수술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엄마가 못 들어도 괜찮으니깐 엄마가 하나도 안 들릴때까지 수술하지 말라고 울먹울먹하는 아이들이 너무 안쓰러웠다. 언니들이 울먹울먹하니 내 무릎에 앉아 가슴을 파고드는 5살 막내딸까지 다들 곧 울음바다가 될 것만 같아서 인공와우를 하게 되면 지금보다 더 잘 들을 수 있음을 설명해주었다.     

 

둘째 딸: 그럼 내가 방에서 말해도 들을 수 있어요??

나:: 그럼~!

둘째 딸: 우와!!! (정말 진심으로 너무 놀라워했다.) 그럼 나는 엄마가 수술했으면 좋겠어요. 그럼 이제 보청기 안해요? 보청기 안 하고 듣는거에요?

나:: 응, 보청기 대신에 인공와우 라는 기계를 통해서 듣는거야~ 

둘째 딸: 그럼 귀 다 나으면 인공와우 안 해도 되는거에요?    

 

7살인 둘째에게는 엄마가 수술을 하면 귀가 다 나을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나보다. 


인공와우 수술을 결심하자 모든 일이 미리 계획했던 마냥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었다. 

가장 먼저 병원을 선택하는게 첫 번째였는데, ‘귀’를 전문으로 하는 소리 귀 클리닉으로 결정하자 그 이후부터는 술술이었다. 5월에 첫 진료를 시작으로 두 달 뒤인 7월에 바로 수술날짜를 잡았다.      


수술을 준비하면서 빈혈수치를 올리고 어떤 인공와우 기계를 선택할 건지 회사를 고르는게 가장 중요한 일정이었다. 내부 임플란트를 귀에 한번 이식하면 웬만해서는 평생 사용해야하는 기기인 만큼 회사를 잘 선택하는게 중요했다. 나는 당시 귀걸이형이 아닌 일체형으로 나온 신제품 칸소를 선택했다. (현재는 칸소2로 더 좋은 버전이 나와있다. 인공와우도 똑같이 전자기기이기 때문에 반영구적 사용이 힘들다고 한다. 대략 15년 정도 사용한다 생각하고 외부 어음처리기를 교체해야하는데 이때 비용이 약 1천만원이 든다고 한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내가 가장 잘 한 일은 인공와우 수술한 일이 되었다.     

      



인공와우:: 인공와우이식술은 보청기를 사용하여도 도움을 받지 못하는 고도 이상의 양측 감각신경성 난청 환자에게 와우(달팽이관_의 나선싱경절세포나 말초 청각신경을 전기적으로 자극하는 와우이식기를 이식함으로써 대뇌 청각중추에서 이를 소리로 인지할 수 있도록 해주는 수술을 말한다.    

  

시술방법: 인공와우이식은 입원하여 전신 마취하에 시행한다. 수술은 귀 뒤쪽을 열어서 와우이식기의 수용기/자극기를 관자뼈 피부 밑에 잘 위치시키고, 유양돌기를 열어 와우를 노출시킨 후 전극을 삽입하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삽입 된 전극이 제자리에 잘 위치하여 제대로 작동하는지 방사선 검사와 전기적 신경 반응 검사 등을 시행하여 결과를 확인한 뒤 절개부를 봉합한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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