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율 I : 식탁 위 에그 샌드위치

by DL

​오랜만이었다.


아래위 눈꺼풀이 안히

열리는 아침이었다.


​침대 시트 위,

길 잃은 곡선들이

그녀의 부재를 알려줬다.


​적절한 온도의 자기장은

등 밑을 파고들었다.


​"어디 있어?!"

"어, 여기."


좌측 벽면 이중창 프레임은

양쪽으로 공기를 차단하고 있었다.


​"아침 뭐 먹을래?

얘기해 봐. 해 줄게."


그녀의 상체는 사선을 그리며

냉기 어린 공간으로 뻗어 있었다.


​지구의 중력을 밀어내는 오른쪽 발끝은

자이로스코프의 축으로 자신을 버티고 있었다.


​"나 김치찌개!"


​나를 벗어난 주파수는 공기와 너울져 진동했다.

거실 공간이 약간 옆으로 휘어져 보였다.


​정적을 이룬 공기 중에 떠돌던 나의 목소리는

무중력 속으로 사라졌다.


​"에그 샌드위치 먹어."


​귀의 수신 기능엔 문제가 없었다.

출력값과 다른 결괏값이 나의 뇌에

오류로 인지될 뿐이다.


​"김치찌개. 김치찌개 먹고 싶어."


​빨간색 앉은뱅이 철제장이

TV 밑을 차지하고 있다.


그 위, 흰색 사각 스토리지에

만년필 하나와 볼펜들이 누워 있었다.


"김치찌개"


반복된 나의 대답은 거실의 공기를 갈랐다.


​진공 속 독백은 자신과 쳐질 전파를

찾고 았었다.


​슈욱 슈—

​코에서 흘러나온 소음이

나의 귀를 자극했다.


​"그래, 알아.

근데 에그 샌드위치 먹으라고."


​전면의 사각형 두 개.

측면의 사각형 두 개.


​네 개의 창문을 통과한 직사광선

부유하는 먼지들의 궤적 움직였다.


예상치 못한 결괏값,

나의 뇌는 멈춤 버튼이 눌려져 있었다.



​네모 동그라미

삼각모양의 원형이

귀로 들어왔다.


​"원하는 거 얘기하라며?"


​"그래, 알아.

근데 에그 샌드위치 먹어야 해.

집에 계란이 너무 많아."


옆을 지나는 ​냉장고 콤프레셔 저음 진동이

벽을 타고 퍼져 나갔다.


​원목으로 만들어진 의자 두 개와

끝이 둥근 직사각형 테이블.

그 위에 몇 개의 접시가 올려져 있다.


​입안 감각이 에그 샌드위치의

고소함을 집요하게 추적하였다.


이전의 노크 없이 등장한

게네랄파우제(General Pause)를

견디어낸 트로피였다.


​입안이 저작운동을 할 때마다

압축된 공기가 폐에서 빠져나가며

넓은 주파수의 음형을 뿜어낸다.


​테이블 위에 커피잔 두 개가

올려져 있다.


커피 향이 코를 지나 폐로 들어온다.


흰색 벽지 중간,

시계의 초침 운동 호흡 가다듬는다.


느린 속도의 진동이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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