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모방한다는 것과 선율과 리듬에 반응하는 감각”으로 인해 시가 탄생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회화, 음악, 건축 등 많은 예술이 현실을 모방했다. 이는 기차가 달리는 짧은 영상으로 시작한 영화도 마찬가지다. 영화 <베테랑> 속 서도철(황정민 역)이라는 캐릭터는 경찰이기 이전에 가장이다. 승진을 노래 부르고, 전세 대출 이자에 허덕이는 평범한 아버지다. 그런 그가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 역)를 잡는 이야기에 천만이 넘는 관객이 몰렸다. 이 인기가 의미하는 것은 뭘까?
한국에서 범죄 영화는 도시를 배경으로 한다. 여기서 도시는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의 상징이며, “빈부의 양극화, 권력과 자본의 유착, 물신주의 등 한국 근대성의 부정적인 측면”과 결합하고 있다. <부당거래>,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의 전성시대>, <내부자들> 등 그 결말과 주제는 조금씩 다르지만, 한국 근대성에서 시작한다는 점은 같다. <베테랑>에서도 경찰청장 출신 고문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거나, 배기사의 부인이나, 서도철의 부인에게 돈을 주고 무마하려는 장면에서 이러한 한국의 근대성이 드러난다.
이렇듯 <베테랑>에서 보여준 한국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이 처음은 아니다. 이는 오히려 장르적 속성에 가깝다. 그럼에도 <부당거래>에서 현실과 타협하고 부패 경찰인 된 최철기와 달리 끝까지 자신의 정의를 지키는 서도철이 보여주는 ‘권선징악의 통쾌함’은 영화 속에서나마 현실의 답답함을 잊게 만든다. 이러한 소시민적 영웅상을 통해 감독은 자기 자리에서 자신의 일을 해내는 사람이 영웅임을 말한다. 서도철은 경찰로서 범죄자를 잡았다. “쪽팔리게 살지 말자”는 그의 말처럼.
때로는 현실이 더 영화 같다. 한때 공분을 샀던 조현아의 땅콩회항은 무죄로 판결났다. 영화는 조태오의 공판이 시작되면서 끝난다. 역시 현실과 똑같나 하는 씁쓸함과 그래도 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속 우리는 극장을 나온다. 세상에 우리 상식이 통하지 않을 때, 우리는 다시 한번 영웅을 바란다. 그 영웅은 <부당거래>처럼 반영웅이기도 하고, <베테랑>처럼 소시민적 영웅이기도 하다. 어쩌면 오늘날에는 또 다른 영웅이 필요한 건 아닐까?
참고자료
논문
「〈부당거래〉를 통해 본 반영웅주의」, 허만섭, 한국영화학회, 『영화연구』 49호, 401-431. (2011).
「영화 “베테랑”에서 나타나는 소시민적 영웅 캐릭터 연구」, 김상남, 『영상문화콘텐츠연구』 통권 제10집, 81-97, 2016
책
『시학』, 아리스토텔레스(천병희 옮김), 숲,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