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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모쌤 손정화 Apr 16. 2022

놀이중심 신학기 정리하기

유아들과 약속 정하기

신학기가 되어서 새로운 교실에서 새롭게 만난 유아들과 교사가 제일 먼저 해야 하는 것 중 하나는 어린이집 생활에서 지켜야 할 약속을 정하는 것이다. 한 학급을 운영하며 첫 단추를 끼우는 것이 어린이집 일과 중 유아들의 안전을 위해 약속을 정해야 하는 것인데 교사 주도적인 방법으로 지시하기보다는 유아들과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때에도 교사가 알아두면 좋은 것이 있다.


놀이중심 교육과정으로 바뀌면서 보육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광경이 있다. 전에는 한 영역에서 놀이가 끝나면 자신이 가지고 놀이하던 교구, 놀잇감을 스스로 정리하고 다른 영역으로 이동했는데 놀이중심으로 운영하면서 놀이가 확장되는 상황이 되어 유아가 가지고 놀이하던 놀잇감을 가지고 다른 영역으로 가거나 놀잇감을 놔둔 채로 새로운 영역으로 가 놀이를 하는 일이 생겨서 놀잇감 정리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모습이다.


어떻게 하면 놀이중심 교육과정도 진행하면서 놀잇감 정리도 잘할 수 있을까?


역할 영역에서 놀이하던 유아가 역할 영역에 있던 경찰, 소방관 옷을 입고 언어영역으로 뛰어갔다.

"여기에 무슨 일 있다고 전화가 왔는데 무슨 일입니까?"

역할 영역은 텅 비어있고 언어영역에서 역할 영역에서 놀던 경찰, 소방관, 요리사 옷 입은 유아들이 놀이를 이어가고 있다.


교사는 이런 상황에서 어떤 상호작용을 해야 할까?


"경찰관, 소방관, 요리사 옷은 역할 영역에서만 입는 옷이에요. 그리고 여기 정리하고 다른 영역으로 가야지요 역할 영역 놀이 끝났어요? 끝났으면 정리하고 가면 좋겠는데"

단호하기는 하지만 교사가 지시적으로 약속을 알려주고 있고, 놀이가 연결되도록 돕는 상호작용이 되지 못한다.


"역할 영역 놀잇감은 정리하고 가면 좋겠다! 역할 영역으로 다시 올 거예요?"

놀이를 지원해주기 위한 상호작용이지만 마찬가지로 교사가 제안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놀이를 하는 중간이라도 교사와 유아들이 함께 모여 약속을 정하는 시도를 해본다.

이때! 미리 약속되어 있어야 하는 것은 놀이 중이라도, 시간 중 어느 때라도 교사가 신호를 하면 모이는 것이고, 신호와 모이는 장소도 미리 유아들과 의논하여 정한다.


유아와 문제 상황을 공유하며 마치 옆반 선생님과 의논하듯이 유아들과 의논하여 같은 상황에서 유아들 스스로 지켜야 할 약속을 정한다. 만 3세 유아의 경우도 교사의 말에 공감해 주고, 좋은 생각을 말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때! 교사가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 교사도 회의에 동참하는 일원으로서 아주 좋은 의견을 하나 정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교사는 회의에 참여하는 사람 중 가장 지지도가 높은 회원이니 유아들을 실망시키지 않고, 유아들의 입장에서 충분히 고려한 의견을 내놓아야 한다.


"우리가 놀이하다가 놀이하던 장난감을 다 펼쳐놓고 다른 영역으로 가서 놀이하니까 놀이는 재미있어지지만 선생님은 조금 걱정이 되는 것이 있어서 모이자고 했어요. 무엇이 걱정되는지 혹시 알아요?"

라고 교사가 회의 의제를 내놓는다. 그러면 유아가 교사의 말을 듣고 말할 것이다. 유아들은 교사가 원하는 대답을 알고 있다.

"난감을 정리하지 않아서 친구들이 다칠  있어요"

"친구들이 밟거나 넘어져요"

이러한 대답이 나올 것이다. 그러면 본격적으로 회의를 시작할 수 있다. 유아들의 의견을 듣고 좋은 의견이 나오면 그 의견을 수용할 수도 있고, 만약 기다려도 좋은 의견이 나오지 않는다면 살짝 교사의 의견을 말한다.

"얘들아 선생님에게 좋은 생각이 있는데 말해도 될까? / 들어볼래?"

"우리 놀이하다가 다른 영역으로 가서 놀이하게 되면 우리가 놀이하던 장난감들이 바닥에 펼쳐져있어서 다른 친구들이 다칠 수도 있고 하니까 선생님이 일하다가 원장 선생님이 부르시면 가위랑 펜이랑 높은데 올려놓고 갔다가 다시 오면 꺼내서 쓰는 것처럼 너희도 친구가 밟거나 혹시라도 넘어지면 크게 다칠 수 있는 물건들은 잠깐 안전하게 치우고 가면 어떨까?"

유아들이 듣고 동의해주고 설득력 있는 의견을 내놓는다. 그러고 나서 위험한 놀잇감은 어떤 것이 있을까 의논하여 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놀잇감에 따라 '이건 완전히 정리하고 가야 하는 것' '이건 정리하지 않아도 되는데 한쪽으로 치워놓아야 되는 것' 등을 정한다. 정해진 것은 없다. 유아들과 진행하는 회의에서 유아들이 어떤 의견을 내놓을지 모르니 유아들의 의견을 존중하며 진행하되 안전이라는 기준점을 교사가 가지고 있어서 유아들의 의견 중 부적절한 것들은 조금 더 생각해볼 수 있도록 돕는 질문을 이용하여 유아 스스로 생각을 수정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의제가 해결되었다면 다음 의제로 넘어간다.


"또 하나 걱정되는 것이 있어요. 이건 우리 친구들이 잘 모를 것 같아서 선생님이 말해보려고 하는데 괜찮을까요?"와 같이 교사가 자신의 이야기를 말할 때에도 유아의 의견을 묻는다. 놀이중심, 유아중심 교육과정을 진행하다 보면 유아들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거침없이 표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음... 좋은 생각이 났어요"

"내가 더 좋은 생각이 있는데요"와 같은 말이다. 만약 우리 반에서 유아들이 이런 종류의 말을 하지 않는다면 조금 더 유아를 존중해주는 상호작용을 해 보자!


"선생님은 우리가 재미있게 놀이하고 마지막에 정리할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그게 걱정돼요. 좋은 방법이 없을?"

유아들이 자신이 생각하는 방법을 말하면 들어주며 좋은 방법을 회의를 통해 결정한다.

교사도 좋은 의견 하나를 말한다.

"제일 마지막에 정리할 때 누가 거기에서 놀았는지도 모르고 또 다 같이 놀아서 모두 정리해야 할 수도 있으니까 그럼 우리 매일매일 영역마다 정리하는 친구들을 정해서 그날은 그 친구들이 그 영역을 정리하는 것은 어떨까?"


유아들과 위와 같이 의논할 때 교사가 알아두어야 할 사항이 있다.

1. 유아들이 예상할 내용은 의견으로 내놓지 않는다.

교사가 재미있고 참신한 의견을 말하면 유아들은 더 좋은 의견을 말하는 것을 볼 수 있다.

2. 교사가 자신의 의견만 맞다고 생각하고 교사의 권위를 사용하지 않는다.

회의는 회의로서만이 아니라 그 과정을 통해 유아들이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다.

3. 의견이 나오지 않을 때에는 교사가 먼저 의견을 내놓지만 허점 투성이의 의견을 내놓는다

교사가 해볼 만한 모델이 되어주어야 모델링이 일어난다. "나도  생각은   있겠다!" 같은 생각을 일으켜주어다른 의견들이 나온다.


이제 교실 상황에서 문제가 일어날 때마다 바로바로 유아들과 모여 의논하고 약속을 정해 본다.

그러면 놀랍게도 유아들이 자신들이 정한 약속을 잘 지키려고 노력하는 모습도 볼 수 있고, 놀이 중 모이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스스로 조율하며 놀이하는 것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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