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모쌤 손정화 Dec 28. 2022

아빠 오해해서 죄송해요!

유튜브 알고리즘 미워! 

"언니, 핸드폰 박사님한테 물어봐! 여기 손집사가 보고 아니라고 하면 그건 이제 고장 난 거 맞아" 

집사님께서 언니 집사님을 향해 말씀하셨다. 

주일 교회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있는데 집사님 두 분이 핸드폰을 들고 나에게 오셨다. 

벨소리가 크게 들렸다가 혼자서 사그라드는 불꽃처럼 소리가 죽어버린다고 하셨다. 

확인해보니 정말 벨소리가 죽었다. 

방해금지 모드라도 설정되어 있는 것인가? 하며 여기저기를 살펴봤다. 

이것저것 만져보다가 소리와 진동이 같이 나는 것으로 설정해서 드리면서

"집사님 소리가 나지 않으면 진동이라도 해 놓으셔서 전화를 받으세요" 했는데 시험 삼아 전화를 했더니 벨소리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거봐 여기 이 손집사가 핸드폰 박사야!"

언니 집사님이 말씀하셨다. 

"이러다가 다시 세 번, 어떤 때에는 두 번, 어떤 때에는 네 번 만에 소리가 다시 죽어!"

"그래? 우리 은미, 은수가 보더니 망가졌다고 했으니까 손집사도 안 되면 병원 가야지 뭐" 

동생의 말에 언니 집사님이 덧붙여 말씀하셨다. 

핸드폰 벨소리는 동생 집사님이 말씀하신 대로 바로 다시 걸어보았더니 두 번 정도 크게 울고 이내 다시 죽어버렸다. 

"집사님! 이거 같은 패턴으로 그러면 뭐가 설정되어 있나 했는데 그렇게 불규칙적으로 소리가 작아지면 진짜 고장 난 것 같아요. 수리 맡기셔야 할 것 같은데요" 

최종 결정을 해서 동생 집사님께 핸드폰을 넘겨드렸다. 

언니와 동생 집사님은 나에게서 핸드폰을 받으시고 바로 귀가하셨다. 


나는 자타가 인정하는 핸드폰을 비롯 기계와 친한 사람이다. 

집에서도 교회에서도 핸드폰과 관련된 일은 먼저 정화에게, 손집사에게가 국룰로 되어있다. 

집에서는 나보다 더 잘 아는 동생이 있지만 동생에게까지 가는 일은 극히 드물다. 

웬만한 것은 내 손에서 해결되고 마무리된다. 


10년 전쯤 부모님께 스마트폰을 사드리기로 육 남매가 결정을 했다. 

엄마는 우리의 결정을 반기시며 바로 스마트폰으로 갈아타셨다. 그러나 아빠는 아니었다. 

"스마트폰 들고 다니기에 세상 불편하더구먼! 전화기가 전화만 걸고 받으면 되지!"와 같은 레퍼토리 몇 개의 말로 극구 스마트폰 구입을 거절하셨다. 

며칠 후 엄마는 스마트폰 사용하는 법을 배우셨다. 

아니라 아니라 하셨으면서 아빠의 내색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빠가 스마트폰 사용하는 법을 잘 모르니까 겁을 내시나?'


그 무렵 집에는 남편이 사용하다가 다른 폰으로 바꾸면서 사용하지 않는 공기계가 있었다. 

다행히 크기가 작은 축에 들었다. 

그 공기계를 들고 친정으로 갔다. 

"아빠! 이거 임서방이 쓰던 건데 스마트폰은 와이파이만 연결하면 이것저것 할 수 있는 것이 많거든! 아빠 알려드릴 테니까 이거로 들고 다니며 연습해서 우리 진짜 스마트폰 사요" 

엄마가 스마트폰을 신세계를 만난 것처럼 붙들고 계셨을 때여서 그랬을까? 아빠는 생각보다 흔쾌히 그러겠노라 하시며 내 제안을 받아들이셨다. 


그 후로 우리는 엄마, 아빠가 각자의 스마트폰을 가지고 시간을 보내시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아빠가 공기계를 사용한 지 몇 달 후 아빠의 생신이 되었다. 

"아빠, 이제 연습 많이 했으니까 아빠 핸드폰 스마트폰으로 바꿔도 되겠지?" 

"크지 않은 거로! 엄마 거처럼!" 

사실 아빠가 연습한 공기계보다 엄마의 핸드폰이 더 컸다. 공기계를 사용하시다 보니 화면이 작은 것이 불편하셨던 것을 수줍게 고백하시는 것 같아 아빠가 귀엽다고 느꼈다. 


그렇게 엄마, 아빠는 커플 폰을 구입하시게 되었다.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아마도 엄마의 첫 핸드폰을 1년 정도 사용하셨을 때 아빠가 스마트폰으로 바꾸셨고 그때 엄마도 같은 것으로 함께 바꾸셨던 것 같다. 


10년 후! 


엄마, 아빠는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아니, 전 세계 사람들 모두가 보이는 모습으로 삶을 살아가고 계신다. 

핸드폰으로 은행 업무를 보시고, 카톡으로 안부를 묻고, 전화 통화는 기본이고... 

몇 년 전 엄마 핸드폰에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어드렸더니 엄마는 가르쳐드리지도 않았는데 시간이 나시면 릴스를 보시며 손가락으로 화면을 위로 올리신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시며 웃기도 하시고 놀라기도 하시고 뭐라 핀잔을 주기도 하신다. 


아빠는 매일 아침 친구분에게서 전달되어 오는 카톡을 우리 가족 톡방에 올리시며 

"얘들아 잘 잤니? 오늘 하루도 잘 보내라"와 같은 무언의 마음을 전달하신다. 

아빠도 이미지와 영상으로 소통하시는 어르신들 중 한 분이시다. 

어느 날 아빠가 아주 속상하신 표정으로 

"내가 하나 주면 자기도 하나 보내야지! 내 것만 받고 입 싹 씻어버려서 이제 안 보내줄 거야"라고 하시는 것을 보고 들으면서 얼마나 웃었는지! 


"아빠 너무해! 이상한 야한 전래동화도 아닌 것이 듣기 민망한 내용을 자꾸 들어" 

아빠와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진 나는 아빠가 들으시는 것이 고스란히 내가 듣는 것이 되어 여간 곤욕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엄마 아빠 두 분 다 예전보다는 귀가 잘 들리지 않으셔서 TV소리가 쿵쾅쿵쾅! 두 분의 핸드폰에서 나오는 소리가 쩌렁쩌렁!  

엄마는 아빠가 핸드폰을 들고 뭔가를 보기 시작하시면 

"하나만 시끄럽게 하자" 하시며 본인의 핸드폰과 TV를 끄셨다. 

그러면 그때부터 엄마와 나는 아빠가 보시는 영상의 소리를 그대로 같이 들어야 하니 반 강제적으로 매일 야화를 한 편 이상 듣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안 되겠어! 내가 아빠 핸드폰으로 하루 종일 꽃이랑 동물을 보던지 해야지! 엄마는 동물이랑 음식, 꽃만 나오는데 왜 아빠 핸드폰에서는 저런 것만 나와!" 


말만 하다가 어제 드디어 나는 아빠가 주무시는 틈을 타 아빠의 핸드폰을 점검했다. 

유튜브에는 천일야화, 전래동화 뭐 그런 건데 애니메이션으로 된 영상들이 줄 서 있었고, 숏츠에는 폭력적인 내용의 외국 사람 짧은 영상들이 줄 서 있었다. 

우선 검색 창에 동물, 강아지, 꽃 이런 것을 검색했는데 해당 영상을 보고 나서 다시 나와 보면 쉽게 변하지 않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계정을 하나 더 만들어야겠군!' 


아빠가 일어나시기 전에 성공시켜야 할 미션으로 다가왔다. 

얼른 계정을 하나 더 만들고 계정 전환을 하고 나니 유튜브 홈 화면에 익숙한 요즘 인기 영상들이 보였다. 

검색창에 강아지를 검색하고 여러 편의 영상을 자동 재생 시켰다. 

검색창에 꽃을 검색하고 여러 편의 영상을 자동 재생되게 그냥 놔두었다. 

숏츠로 가서 재생되는 영상 중 동물이나 꽃이 나오는 영상은 끝까지 보고 그 외의 영상들은 빠르게 지나쳐버렸다. 

'이제 됐으려나?'

언제까지 이 짓을 계속할 수는 없겠다 싶어서 설정으로 들어가 자동재생을 해제했다. 

"이젠 아빠가 하기 나름이야! 엄마, 아빠가 혹시 물어보시면 모른다고 해요" 

그렇게 나의 완전 범죄는 성공을 했다. 


저녁을 차려드리러 갔을 때 엄마께 여쭤보니 아직 아빠가 핸드폰을 안 보셨단다. 

저녁을 먹고 치우고 나올 때까지 아빠는 핸드폰을 만지지 않으셨다. 


오늘 아침! 

두근대는 마음으로 친정에 갔다. 

"엄마, 아빠 어떠셨어?"

"아무 말도 안 하던데?"

정말 아빠는 아무것도 모르시는 것 같았다. 

무슨 일이 있냐는 듯이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유튜브를 여느 때와 다르지 않게 보고 계셨다. 


"신비한 강! 이곳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난 걸까요?'


그동안 보고 들으시던 것과는 너무나 다른 결의 영상인데 흐뭇하게 보고 계셨다. 

"맞아! 아빠가 그게 좋아서 보셨던 게 아닌 거야! 그럼 그렇지!" 


"엄마! 아빠한테 이상한 영상 보내주는 그 아저씨 이름 뭐야?"

범죄를 저지른 김에 아주 뿌리를 뽑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아빠 카톡 친구 중 유력한 범인인 아저씨를 차단시켰다. 

"엄마! 이 아저씨랑 아빠랑 전화통화 하고 만나고 그런 사이야?"

"아니! 전혀!"

"그럼 됐네! 그냥 이대로 두자"


이 글을 쓰기 바로 전 나는 점심을 차려드리러 다녀왔다. 

아빠는 소파에 누우셔서 유튜브를 보고 계셨는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이 고기를 이제 어디로 가져가야 할까요?' 


'자연 다큐멘터리 인가?'


아빠 죄송해요 오해했어요! 역시 우리 아빠! 그동안 아빠도 너무 싫으셨겠다! 이제 아빠 예쁜 것만 보세요~~ 

사랑해요! 






매거진의 이전글 때로는 친구처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