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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모쌤 손정화 May 29. 2023

온 가족 첫 여행!

자주 가고 싶어 졌어요!

가족 여행을 계획할 때마다 주일이 껴 늘 마음이 무거웠다. 그렇다고 대놓고 나는 안 된다고 하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일정이 계획되면 특별 새벽예배를 계획하고 기도했다. 이 여행이 아름답게 무산되게 해달라고...

늘 여행은 나와는 상관없이 무산되었다. 나는 기도만 했을 뿐인데 동생네가 일정이 안 맞는다고 하기도 하고, 갑자기 외숙내외분께 일이 생겨서 일정을 포기해야 하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여행은 늘 계획으로 끝났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여행을 계획하는 순간부터 이번에는 꼭 가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 가족 모두 여행을 한번 꼭 다녀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니 동생들이 그렇게도 바라던 일인데 엄마 아빠 모시고 온 가족이 여행 한 번 다녀오는 것! 그동안 내가 너무 이기적이었다는 생각이 지금 이 글을 쓰는데 글을 쓰기 전보다 더 넘치고 있다.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생각이 이랬기에 아마도 내 기도가 달랐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른 때 같으면 했을 기도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잘 다녀올 수 있게 해달라고! 내가 주일을 지키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아픈 말 하는 사람이 없게 해달라고! 내가 주일을 지키지 않고 여행의 자리에 있을 때 마음이 평안할 수 있게 해달라고! 그런 기도를 드렸다. 


눈물이 나왔다. 내가 이런 기도를 하고 있는 것이 부모님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으셨음을 인정하는 것 같아... 

어린아이처럼 기도하며 엉엉 울었다. 하나님께 용서를 빌었다. 내가 그동안 너무 무지했노라고! 그동안 너무 하나님을 제대로 알지 못해 이기적인 행동을 하고, 이기적인 모습으로 살아왔노라고! 

그리고 이번 여행이 엄마, 아빠, 언니 동생들에게 사랑이 많으시고, 자비하시며, 놀라우신 하나님을 알리는 그런 여행이 되게 해달라고! 


여행 내내 나는 또 내가 얼마나 철없고, 부족하고, 나만 아는 사람인지 느꼈다. 언니, 동생들은 배려와 희생과 헌신이 몸에 배어있는 사람들이다. 나는 늘 누군가가 챙겨주고, 챙김을 받는 사람이다. 

결혼 전 한집에서 살았을 때처럼 여덟 식구가 모여 1박을 했을 뿐인데 결혼 전 내 모습으로 돌아가 있는 나를 발견하며 웃음이 나왔다. 변한 것이 하나도 없는 나의 모습에...  이러면서 무슨 하나님을 전한다고... 

오히려 나 때문에 하나님을 더 멀리할까 두려워해야 한다! 


여행 내내 언니, 동생들은 두고 온 남편, 부인, 아이들과 통화를 하며 여행에 같이 오지는 않았지만 일정을 공유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나는 여행 중 남편에게 톡 한번, 전화 한 번을 하지 않았다. 심지어 나는 이 여행이 계획되어 있음 조차 알리지 않고 있다가 출발 당일 아침 집에서 나오며 "나 여행 다녀올게"라고 한 말이 다였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이번에도 여행이 어떻게 될지 몰라 아무 준비하지 않고 일주일을 살다가 당일 아침 결정 난 것처럼 집을 나왔기 때문이라고 말하겠다. 미리 말하면 여행 가는 당사자보다 본인이 더 계획하고 준비하는 모습이 부담스러워라고 말하겠다. 잔소리 폭탄도 피하고 싶었다. 


엄마, 언니, 동생 둘이 한 차를 탔고 막내 여동생이 운전을 했다. 

아빠, 나, 동생 둘이 한 차를 탔고 막내인 남동생이 운전을 했다. 

우린 그렇게 차 두 대로 서울에서 속초로 출발했다. 

한 10년 전쯤이었나? 평소 모아 놓은 가족 회비로 해외여행을 계획한 적이 있었다. 그때도 우리 여덟 식구만 가자고 하며 들뜬 마음으로 여행을 계획했었다. 

해외여행은 아니지만, 누구나 열 번 이상은 가봤을 강원도 속초, 강릉 여행이지만 우리 가족 모두 그 출발이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기쁘고 즐거웠다. 

엄마의 일주일은 어땠을까? 안 봐도 알 것 같은 쑥버무리! 엄마는 여행을 기대하시며 쑥버무리를 하셨다. 


출발을 하고 나서야 여행의 장소, 숙소만 정했지 아무것도 없는 무계획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행을 주도적으로 계획하고 추진할 입장이 아니어서 나는 육 남매 단체 톡방에서 그저 기쁨의 이모티콘만 날렸다. 감사한 것은 우리가 가족이기에 무 계획 여행이 조금도 이상하지 않았고, 어느 누구도 왜 계획을 세우지 않았냐고 따져 묻는 사람도 없다는 것이다. 여행에 숙소랑 식사할 장소만 정하면 되지 뭐가 더 필요하냐고 하면서도 "우리 그럼 이제 어디 가지?"는 늘 숙제처럼 따라다녔다. 더 감사한 것은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 같은 정보력이 뛰어난 동생이 이 여행에서 나와 같은 차를 탔다는 것이다. 이 동생의 장점은 누군가 의견을 내면 그 의견에 자신의 생각을 더 해 논리적으로 설득하거나, 좋은 생각이라고 수용해 일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 옆에 아무 생각 없이 자신이 의견을 거침없이 내뱉는 사람이 있으면 금상첨화인데 그게 바로 나였다. 다른 사람의 기분, 상황, 생각을 고려하지 않고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바로바로 이야기할 수 있는 나의 강점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여기에서 잠깐 짚고 넘어가자면 육 남매가 회의를 시작하면 모든 일의 결정권이 이 동생에게 주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정보력과 일의 추진력이 대단한 리더십 덩어리 동생이다. 자신의 생각을 일목요연하게 설명도 잘하고, 말에 설득력이 있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따른다. 그런 동생의 결정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발언을 하는 사람은 조금 모자란 듯 하지만 부드럽게 소신 발언을 하는 나다. 언니 동생들은 정보가 필요할 때에는 이 동생을 찾고, 누군가의 생각을 변화시켜야 할 때는 나를 찾는다. 우린 그렇게 서로서로를 너무나 잘 아는 육 남매다. 


이 조합이 같은 차를 탔기 때문에 여행의 목적지는 계속 내가 말한 곳이 되었다. 아무도 어디로 가보자고 말하지 않을 때 "등대전망대에 가보자!"  예전 여행 사진을 보여주며 "여기가 어디야? 여기 가보는 건 어떨까?" 조금 모자라게 물으면 동생은 "응 거기 여기에서 가까운 곳이야! 거기 가보고 싶어? 그래 그럼 우리 거기 가자" 하며 단체 톡방에 목적지를 알렸다. 목적지를 향해 차로 이동 중에 "어? 저기 저기에서 사진 찍어야 되는데" 하면 "저기 갈까? 그럼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하면 돼" 하며 다음 스케줄에 넣어줬다. 그런 식으로 저쪽 차에서는 모르는 일정이 차곡차곡 계획되고 있었다. 


돌아와 생각해 보니 숙소와 식당 외에 머물고 사진 찍고 했던 장소들은 거의 내 의견대로 진행되었던 여행이었다. 마치 왕을 움직이는 뒷 세력처럼 동생의 결정에 나의 입김이 불어넣어 졌다. 어느 누구도 뭐라 하지 않았고, 어느 누구도 불만을 말하지 않았던 여덟 식구의 여행은 그렇게 가슴 깊이 남을 추억이 되어 돌아왔다. 


언니, 동생들이 너무나 소중해 이 글을 쓰는데 눈물이 난다. 엄마, 아빠 항암 기간에도 우린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했다. 언니와 막내 동생은 병원에 모시고 다니고, 병원에서 간호를 도맡아 했다. 나는 엄마, 아빠 옆에 있어드리며 안정을 시켜드렸다. 동생은 병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엄마 아빠께 알려드리며 왜 항암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팩트로 전달해 엄마 아빠를 설득했다. 그 아래 두 동생은 엄마, 아빠 영양식을 위해 장보기를 하고 주말마다 대청소를 했다. 우리는 그렇게 자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누가 시키지 않아도 했고, 서로서로 존중해 주었다. 


그동안 여행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이유도 언니, 동생들이 나를 존중해 주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 

이기적이고 나만 아는 것 같은 둘째가 사실은 뭘 몰라 그런다는 것을 내 언니, 동생들은 알고 있다. 


엄마, 아빠를 모시고 다녀온 육 남매의 여행은 각자의 사진첩에, 머리에, 가슴에 조금은 다른 모습으로 새겨졌겠지만 마음은 같았으리라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하다. 

사랑하는 엄마, 아빠와 영원토록 오래오래 함께할 수 없음에 우리 곁에 안 계실 그날을 우리는 미리 이렇게 대비한다. 어쩌면 나중에 사진첩을 꺼내보며 많은 눈물을 흘리게 될지 모르지만 그래도 남기고 싶은 이야기가 있기에 우리는 최선을 다 할 것이다. 사실 그래서 난 매일 우리 가족 24명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기도를 한다. 

천국에서 다시 만나고 싶은 내 사랑하는 가족들이기에... 

나만 믿는 하나님을 이기적으로 전하고 싶다. 나만 믿고 내가 좋다는 거 한번 같이 해보자고! 


사랑해 우리 가족~  감사합니다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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