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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모쌤 손정화 Aug 09. 2023

첫 대중 강의를 한 날 비하인드 스토리

첫 번째가 아니니까! 

2019년 이후 강의를 하겠다고 어린이집 원장, 교사로 취직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내가 강의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이유! 

어린이집을 운영하며 교사 관리가 잘 안 되어 어려움을 겪는 원장님들을 돕고 싶었다. 

중간관리자로 일하며 원장과 교사들 사이에서 힘들어하는 주임교사들을 돕고 싶었다. 

신입보육교사가 되어 어린이집 생활을 시작하는 교사들에게 첫 단추를 잘 끼울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이러한 명확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나는 강사가 되기로 한 나를 응원했다. 


2020년 첫 강의 계약이 성사되었나 싶었을 때 코로나가 내 발목을 붙들었다. 

1년 동안 블로그에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써서 이뤄낸 성과였는데... 

코로나로 1년 계약 강의가 기약도 없이 연기되었다. 

그 이후로 나의 강의는 줄곧 온라인을 통해 이루어졌고, 어디에서 불러주는 강의가 아닌 나 스스로 기획하고 진행하는 강의였다. 

강사로서 자존감이 바닥이 되었을 때 블로그에 올린 강의 후기를 보고 복지관에서 강의 의뢰가 왔다. 

그렇게 나는 복지관에서 강의하는 강사가 되었다. 


어느 순간! 나는 잠깐 잊고 있었던 꿈을 다시 꺼내 들었다. 

나! 내가 강의하려고 했던 이유가 있지 않은가! 

처음 강의를 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늘 교사교육을 받으러 갔던 구청 강당을 그리며 언젠가는 내가 이 공간에서 강의를 하겠노라 했었다. 

"하나님 저 마이크 들고 강의하게 해 주세요!" 

어느 주일 찬양 인도를 할 때 나도 모르게 이런 기도가 나왔다. 

매주 일요일, 주일마다 마이크를 들고 성도들 앞에서 찬양을 하는데 강의도 이렇게 하면 될 텐데... 분명 나 잘할 텐데! 하며 


그런데! 꿈은 이루어진다고! 

얼마 안 있어 청주시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내가 평소 꿈에 그리던 강의 의뢰가 왔다. 

주제도 딱! 내가 하고 싶은, 내가 관심 갖고 글을 쓰고, 멘토링을 진행하고 있는 그런 내용의 강의다. 

설레는 마음으로 강의 기획서를 제출했고 무사히 통과되어 정말 강의를 하게 되었다. 

경력교사 역량강화교육! 

교육 담당자와 협의하며 강의를 준비했다. 

강의 원고를 보내달라고 해서 원고도 준비해서 보내드렸다. 

점점 약속된 날이 다가오고 있었고, 강의 준비도 점점 완성되고 있었다. 


강의 바로 전 주에는 매일매일 강의 생각만 했다. 

강의를 시작할 때가 강의 전체를 좌우한다는 것을 알기에 도입 멘트를 준비하기 위해 검색을 하고 오랜 시간 생각을 했다. 

실제 강의를 하는 것처럼 연습도 여러 번 했다. 

다행히 교육 내용이 평소 눈을 감고도 줄줄 말할 수 있는 내가 가장 잘 아는! 내가 강의하고 싶어 한 내용이라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강의를 시작하는 멘트였다. 

어느 순간이 되니 어렵다고 생각했던 도입부분도 나만의 것으로 준비가 되었다. 


두둥! 강의 바로 전날! 

내일 강의를 하는 데 있어 가장 장애물이 될 것이 무엇일까를 스스로 생각해 보았다. 

강의 자료, 강의 내용, 도입 멘트 등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런데 왜 '내일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되는지를 알아야 했다. 

생각을 하다 보니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처음' 

'첫 강의'

처음이라는 것이 나를 한없이 작게 만들고 움츠려 들게 하는 원인이었다. 

처음이라고 생각하지 말자고 생각해도 처음인 것은 바뀌지 않으니 해결될 수 없었다. 


다음 날! 강의 당일! 

나는 너무나 흡족하게 강의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오는 버스에 올라탔다. 

50명의 교사들 앞에서 한 번도 떨지 않고 오히려 즐기며 강의를 하고 온 내가 너무 뿌듯했다. 

강단에서 더 나답고, 자신 있었던 것이 너무 기뻤다. 

다음날 운영하는 네이버 카페에 '강사님께서도 신나게 강의하시는 느낌이라 더 재미있었어요'라는 강의 후기가 올라오기도 했다. 


바로 전날까지도 해결되지 않았던 '처음'이라는 고칠 수 없는 프레임을 어떻게 깨고 나는 성공적인 강의를 했을까? 

그 비하인드 스토리를 쓰려고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두둥! 다시 강의 하루 전 날! 

강의 연습을 하다가 잠을 잤다. 

눈을 떴는데 나는 강단에 서 있었다. 

강의가 시작되었고 나를 바라보는 매서운 교사들의 눈을 겨우 겨우 쳐다보며 강의를 시작하려던 그 순간! 

갑자기 강단 위의 천정이 무너져 내렸다. 

강의가 중단될 상황이었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강의를 계속하라는 싸인에 강의를 이어나가려 하는데 내 눈앞에서 교사들이 한 명씩 강의장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몇몇 교사들이 끝까지 자리를 지켜주었는데 더 이상 강의가 무리라고 생각한 주죄 측에서 강의를 중단해서 남아있던 교사들도 주섬주섬 교재와 짐을 챙겨 강의장을 빠져나갔다. 

바로 그때! 나는 잠에서 깼다! 


'꿈이었구나! 휴 다행이다!'

눈을 뜨니 다시 오늘 있을 강의가 걱정되기 시작되었다. 

그런데 그때! 

'처음이 아니네! 난 벌써 첫 강의를 했어! 그런 상황에서도 강의를 했는데 그보다 더 나쁜 일은 생기지 않을 거야!' 

이렇게 마음을 먹으니 약간의 두려움이 설렘으로 바뀌고 긴장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져 버렸다. 

처음이라는 이름의 공포는 꿈에 놓고 왔는지... 


무엇이든 마음먹기 나름이라고 늘 말했었다. 

마음먹기 나름인 것을 실감하니 앞으로 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나는 첫 강의를! 아니 두 번째 대중 강의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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