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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모쌤 손정화 Mar 28. 2024

남편은 간암, 엄마는 난소암인데 혼자 밥 먹는 게 뭐!

갑자기 생각난 나의 현재 상태!

중학교, 고등학교에 디지털튜터로 파견되어 근무한 지 벌써 3년 째이다.

올 해는 다른 때보다 더 빠르게 현장에 투입되어 근무를 하고 있다.

학교에서 근무하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었는데...

어린이집에서 교사로 원장으로 늙어 죽을 때까지 그 일만 할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중학교 교무실에 앉아있게 되었다.

복도를 지나가면 학생들이 "안녕하세요?' 하며 인사를 한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인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중학교 복도에서 학생들에게 인사를 받을 때면 내가 선생님이구나! 한다.  중학교, 고등학교 교무실에서 선생님들과 메신저로 소통하며 일하는...


학교 근무와 함께 항상 따라오는 루틴 같은 일이 있다.

점심식사를 학교 교직원 식당에서 선생님들과 함께 해야 하는 일이다.

벌써 3년 차이니 그동안 다닌 학교만 해도 이번 학교들까지 합치면 여섯 학교이다.

학교마다 점심식사 문화가 다르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학교마다가 아니라 부서마다 다르다고 하는 것이 맞겠다.

어떤 학교는 부서원들이 모두 모여 같이 식당으로 간다.

그 시간에 수업이 있거나 특별한 이유가 없는 이상은 모두 한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한다.

어떤 학교는 식당이 어디인지만 알려주고 알아서 가서 먹으라고 하기도 한다.

어떤 학교는 부서원들이 모두 식사를 하지 않아서 식당 자체를 알려주지 않아 나도 출근할 때마다 편의점에서 간편식을 사서 갔었다. 본인이 식당 음식이 마음에 안 들어 안 먹고 있으니 나에게도 권하지 않은 것이겠거늘 하고 지나갔다. 그 해에는 편의점 김밥과 샐러드를 매일 먹었다.


올해는 한 학교는 부서원이 모두 함께 시간을 맞춰 식당으로 가서 한 테이블에서 식사를 한다.

한 학교는 같이 먹지 못하는 것을 미안해하며 대신 함께 가줄 교사를 소개해 주었다.

오늘 근무한 학교가 후자이다.

처음 몇 번은 소개받은 선생님을 따라 식당으로 갔다.

11시 50분에 1층에서 만나자고 해서 갔더니 다른 선생님들이 기다리고 계셨다.

모두 같이 식당으로 이동을 했다. 식당이 조금 먼 학교라 그런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익숙해진 듯 보였는지 그다음부터는 11시 50분이 되어 1층으로 내려가도 나와 함께 식당으로 갈 일행이 보이지 않았다.


비가 조금씩 내려 우산을 쓰고 식당으로 갔다.

몇 분의 선생님들이 식사를 하고 계셨다.

어제는 혼자 갔더니 일행 중 두 분이 식사를 하고 계시다가 나를 보고 "선생님 왜  이제 오세요? 00 선생님은요?" 하셨다. 같이 와서도 나와  00 선생님이 함께 밥을 먹었기 때문에 혼자 온 나를 보고 이쪽으로 오라고 해 주신 거였다. 식당에 들어서는 순간 어제 그 선생님이 계시나? 하고 빠르게 둘러보았다. 아쉽게도 그 선생님이 계시지 않았다. 식판에 밥과 반찬을 담아 빈자리에 앉았다. 모두 삼삼오오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하시는데 나만 혼자 앉아있으려니 빨리 조금이라도 안면이 있는 선생님이 들어오셨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밥을 먹는 시간이 사실 나쁘지 않다.

같이 먹으면 시간을 맞춰줘야 하니 허겁지겁 먹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오히려 혼자 먹는 것이 좋은데 혼자 앉아 있는 것은 조금 싫었다. 누구라도 와서 빈자리를 채워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혼자인 것을 즐기면서도 조금은 뻘쭘하게 밥을 먹는데 조금 안면이 있는 선생님이 몇몇 분들과 들어오셨다.

"맛있게 드세요" 반갑게 인사를 하고 다른 자리로 가서 무리를 지어 식사를 하셨다.

이 정도 되니 이제 누가 내 옆에, 앞에 앉는 것이 안 좋겠다 싶어졌다.

그 순간! '아! 그런데 나 오늘 왜 이렇게 평소와 다르게 이런 걸 신경 쓰지?' 하는 생각이 스쳤다.

갑자기 젓가락질이 멈춰졌다.

핸드폰 화면에 카톡 알림 창으로 남편이 보낸 메시지가 보였다.


"모든 일정 마치고 집 가는 중이에요"


순간! '아! 맞아! 엄마도 오늘 CT검사하러 가셨지!'


버스가 파업하는 바람에 7 정류장 거리를 걸어서 출근하고 정신없이 하루 일정을 소화하다 보니 잠시 잊고 있었다. 오늘 남편도, 엄마도 CT검사가 예약되어 있는데...

남편은 지난달에 간암 판정을 받고 1차 색전술을 시술한 상태다. 오늘은 색전술 후 암세포의 변화가 어느 정도 있었는지 추적 관찰하기 위한 CT검사가 있는 날이다. 병원 진료가 있을 때마다 항상 같이 갔었는데 오늘은 혼자 보내며 약간 걱정이 되었었다.

엄마는 2년 전 여름 난소암 판정을 받으시고 9차 항암을 하셨다. 그 후 1년 동안 3개월에 한 번씩 CT를 촬영하여 추적 관찰을 하였다. 그동안은 재발 소견이 없었는데 며칠 전 검사 결과를 들으러 간 외래 진료에서 재발 소견이 있어 급하게 다시 한번 팻시티 촬영을 하기로 했다. 그게 오늘이다.


건강검진을 할 때마다 유전적인 질병이 있는지를 묻는 칸에 항상 해당사항이 없었다. 2019년 아빠가 폐암 4기 판정을 받으셨다. 2022년 엄마가 난소암 판정을 받으셨다. 지난해 건강검진을 받으러 갔을 때 해당암에 동그라미를 하면서 참 마음이 그랬다. 암이 남의 이야기였는데 내 이야기가 되었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그 무렵 외가 삼촌들에게서 간암, 방광암 등 여기저기에서 암 소식이 들려왔다.

갑자기 암이 나에게도 인사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은 간암으로! 엄마는 난소암으로! 생사를 오가는 기분이 들 텐데 혼자 밥 먹는 것 가지고 뭐가 그리 큰 일이라고!'


왜 기분이 평소와 같지 않았는지 알게 되었다.

내 마음은 알고 있었던 거다! 애써 잊고 있지만 좋지 않음을!


"얘들아! 엄마랑 통화할 때 울지 마!"

언니의 톡이 왔다!

엄마가 검사실에 들어가셨다고!


영원히 살 수는 없지만 암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엄마와 남편 마음은 어떴을까? 상상조차도 안 된다.

암 환자의 가족으로 경험한 그 감정보다 몇백 배는 힘들었을, 힘들 그 마음을...

오늘따라 내가 퍼온 밥이, 반찬이, 국이 너무 많게 느껴진다.

'암도 견디는데 이딴 것 가지고는!' 하면서도 밥이 빨리 굴어지지 않아 짜증이 난다.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은데...

빨리 아무 이상 없다고, 괜찮다고, 다 나았다는 말을 듣고 싶은데...


남편에 대해 쓴 글들을 서랍에만 넣어 놓았는데 빨리 완치되어 그 글들이 세상에 나와 숨을 쉬었으면 좋겠다.

술 좋아하는 나의 남편 이야기를...

두서없이 쓴 글을 오늘 그냥 발행해 본다.

현재에 지극히 충실했던 내 마음과 내 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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