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향랑
향랑
전집이 시들해진 일상에는
뽐뿌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지갑 속의 카드를 다 꺼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책을
이제 다 못 사는 것은
쉬이 결재 날 오는 까닭이요,
남편 몰래 지른 까닭이요,
아직 집에 둘 곳을 마련치 못한 까닭입니다.
책 하나에 검색과
책 하나에 추천과
책 하나에 빈 통장과
책 하나에 뽐뿌와
책 하나에 시(詩)와
책 하나에 아버지, 어머니
어머님, 나는 책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 봅니다.
작년부터 검색해 알고 있던 전집들의 이름과 단행본, 소전집, 풀세트 이런 책 종류들과,
벌써 많이 회자되던 추천 책들의 이름과, 이미 산 이웃 엄마들의 후기와
스텝스, 오르다, 보림, 글끼 말끼, '내 친구 과학공룡', '웅진세계그림책'
이런 리스트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새 책 놓을 공간 없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울 집 책들 보며 기겁했었죠.
나는 무엇인지 더 사서
이 많은 책들을 방치 않고 써서
내 아이 위해 득 되고,
남에게 또한 득 되길 원해요.
딴에 밤을 새워 쓰는 내 맘은
부끄러운 소비를 반성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반성은 지나고 나의 집에도 봄이 오면
광야 위에 붉은 꽃이 피어나듯이
내 소비가 가는 책들 위에도
자랑처럼 칭찬이 풍성할 거외다.
(2020)
* 윤동주의 <별 헤는 밤> 패러디.
단톡방에 하루에 돈 500만 원 써보면 좋겠다는 수다에
아이디어가 떠올라 쉽게 써 내려간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