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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레스임 Feb 28. 2024

누군가 나의 글을 읽고 있다

뭔가 다른 글쓰기를 하고 싶다면....,



 글쓰기는 크게 나누자면 일기체의 자신만이 만족하는 글과, 나 이외에 다른 이가 읽는 것을 염두에 두는 글로 나눌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것 같지만 많은 차이점을 낳는다. '타깃'이 누구냐에 따라서 글의 방향성이 바뀌기 때문이다. 글의 원래 의미는 전달성이다. 편지 등의 단 한 명을 위한 것이든, 다중에게 보이기 위한 글이든 그 자체가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해 글자는 고안되었다.


  본격적으로 글쓰기를 하기 전에 우리는 이 글을 누가 읽을 것인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산속의 갈림길을 알고 있다면 다시 돌아오기가 요원한 것처럼 선택의 문제를 안고 시작해야 방향이 뚜렷해진다. 그렇다고 너무 포괄적인 대상을 잡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즉, 너무 많을 사람에게 전달하고자 하면 내용상의 전개가 희미해진다. 코미디 영화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받는 '주유소 습격사건'의 배우 유오성은 유명한 대사를 남겼다.


"난, 딱! 한 놈만 패!"


 실제로 단 한 사람을 목표로 이야기하듯 글을 써보는 것이다. 이전에 코로나19 상황이 극성이라 대면 강의가 봉쇄되고 줌(zoom) 강의 유행이 한창일 때, 모 시험대비 줌강의를 한 적이 있었다. 화상으로 하는 강의는 처음인지라 시선처리 등이 부자연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경험이 있는 선배가 딱 한 명만 보고 집중을 하면 편할 것이라고 말해줬다. 실제로 여러 명을 번갈아 보는 것보다 한 명에게 시선을 고정하니 훨씬 수월하게 진행이 되었다. 마찬가지로 글쓰기에서도 유명작가 중에는 가까운 사람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글을 쓴다고 한다. 하지만 도저히 생각나는 사람이 없거나, 대상이 마뜩잖으면 나름의 가공인물을 설정해도 된다.


"부천거주 / 중견회사의 사무직 출신, 남성 / 38세 / 지방 국립대 출신 / 미혼 / 지하철 출근 / 작가 지망생."


 위의 예시는 내가 만든 가공의 주변인물 중에서 그나마 친근하게 느끼는 누군가를 만들어본 것이다. 주의할 점은 글을 완성하고도 분명히 다른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는 표현인지를 가늠해 보는 것이다. 너무 한 사람을 목표로 글을 쓰다 보면 자칫 나만의 은밀한 표현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창의적인 글쓰기란 없다! 창의적인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뭔가 다른 글쓰기를 하고 싶다면...., 누구든 전혀 다른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내가 쓰는 한 줄의 문장은 나의 지문과 같은 것이다. 아무리 궁리하고 다르게 써본들 결국 지문을 바꿀 수 없듯이 결정된 나의 문장은 그대로일 뿐이다. 차라리 길을 나서는 것이 낫다.


 새로운 경험은 새로운 문장을 낳는다. 나의 경우는 산책이 생각을 환기시키는 경험을 하고는 한다. 아직은 직장에 엮어있는 몸이라 멀리 여행을 가지 못하지만 글쓰기는 겪고 느낀 만큼 써지게 되어있다. 머리를 비우고 자연이나 낯선 풍경과 어우러지거나 전혀 낯선 경험은 글쓰기의 땔감으로 쓰기에 더없이 좋은 제재가 될 것이다.


 글쓰기가 노력으로 나아지리란 생각으로 많은 노력과 번민을 해 보았다. 물론 노력해야 한다. 열심히 써봐야 한다. 이런 일련의 노력은 당연히 중요한 바탕이 된다. 그러나 글을 써야 할 상황을 만드는 것 또한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다. 글쓰기라는 목표를 갖고 나에게 맞는 상황을 만드는 일은 새로운 창의성을 북돋아 준다. 나에게 맞는 상황을 스스로 연출해 신선한 글쓰기의 세계로 나아간다면 자신도 모르던 신세계가 펼쳐질 수도 있다.



 "문장을 다루다 보면 사고력은 저절로 증진된다."


 '사피어-워프 가설'에 의하면 한 사람이 이 세계를 이해하는 방법과 행동의 원천은 언어의 문법적 체계와 관련이 있다는 말이다. 즉, 언어가 사고를 지배한다는 주장이다. 언어는 생각의 통로이고 서로 소통하는 도구이다. 또한 글은 전달하고자 하는 수단이며 생각표현의 수단이기도 하다. 이러한 증명은 많은 글쓰기 전문가들의 주장으로 생각하는 일과 쓰는 일은 구분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쓴다는 것은 생각한다는 것'이다. 정리된 생각이 있어 쓰는 것이 아니라 쓰는 행위를 통하여 생각이 정리된다고 한다.


"우리는 이해했기 때문에 쓰는 것이 아니다. 이해할 수 있는 머리를 가진 사람만이 글을 쓰는 것도 아니다. 쓰는 작업을 통해 점차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는 것이다." - 고가 후미타케


 운동선수는 일정 나이가 되면 에이징커브(Aging Curve)를 겪는다고 한다. 즉 나이가 들어 일정 포물곡선을 그리며 신체능력이 하강하는 것을 말함이다. 글쓰기도 이와 비슷한지는 모르겠으나 어느 정도를 쓴 후에는 새로운 시간대로 들어서는 것 같다. 고갈되는 느낌을 받는 생각의 환기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고 말하고 싶다. 각자의 능력에 따라 아직 왕성한 필력의 많은 작가님들이 계시는데, 한편으론 이런 말은 송구스럽기도 하다. 좀 더 다른 생각과 상황을 만들어 신선한 글을 써보고 싶다.


 모든 생각은 글쓰기로 나타난다. 쓰는 것이 고역이지만 어차피 내가 선택해 이길로 들어섰다면 기꺼이 감내할 내 직분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읽는 이를 생각한다면 가히 그 정도의 수고로움은 감내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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