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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축구의 잔상

우리 아이들을 위한 소금

by 포레스임

EPL리그, '번리'와의 경기 중, 자기 진영에서 공방전 후 손흥민이 공을 잡더니 마땅히 줄 곳이 없자, 드리블로 뛰기 시작했다. 무려 70미터, 여러 생각이 뒤엉키고, 누군가에게 패스를 주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방 미드필더를 지나, 풀백이 앞을 가로막아 일단 돌파를 하고, 바로 골키퍼와 마주하니 확신이 생겼다. "아직 내 다리와 심장은 할 수 있다고 부추긴다, 이대로 넣을 수 있다" 키퍼를 피해 슬쩍 공을 찼다. 그대로 공은 그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골대로 직행해 골인이 됐다.
(이 골로 푸스카스 상을 받는다)



내가 손흥민 축구를 말하는 것은 그의 광팬이기도 하지만, 내 아이와 같은 92년생 동갑이라 내 자식과 같은 심정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대한민국 누구나 내 또래의 자랑스러운 아들이지만 말이다.


7,80년대 차범근 축구부터 한국의 축구는 참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그 당시 말레이시아와 한국의 축구시합은 아슬아슬 가슴을 죄며 보던 기억이 난다. 말레이시아는 유난히 강팀으로 보여, 승부를 예측할 수 없었다. 지금은 아예 보이지도 않지만.....


시간이 많이도 우리 곁을 지나갔지만 우리의 축구는 세계적으로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가 됐다. 동아시아에서 한국을 빼고는 축구를 논할 수 없을 지경이니 말이다. 해외 진출도 나름 활발하여 이탈리아 나폴리의 김민재, 스페인 마요르카의 이강인 등, 그 외 많은 축구리그에서 한국인은 다른 아시아인과는 다른 대우를 받고, 인종간 능력에 따른 차별이 없을 정도로 귀중한 활약을 해주고 있다.


다른 스포츠에 비해 축구는 인간본성의 놀이에서 출발한 종목이다. 차고, 받고, 달리고 하는 것이 기본으로 누구나, 어디서든 평지가 있으면 할 수 있는 운동이다. 어느 나라나 근대축구 이전에 축구와 비슷한 운동경기가 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삼국시대에 '축국'이라는 이름으로, 공을 차 장대에 망을 친곳에 넣으면 점수를 얻는 경기가 있다는 기록이 삼국사기에 나오는 것을 보면, 축구가 인간본성에 가장 가까운 경기가 맞는 듯하다.



최근 손흥민이 나이 서른을 넘기면서, 포지션 때문에 조금 부진한 경기를 하면서 갖은 구설수에 오르니, 속이 상했다. 한물갔다는 둥, 원래의 폼을 찾기 힘들 거라는 말들이 언듯 거슬렸다. 직장생활 때문에 가끔씩 보는 내 아이도, 잦은 야근으로 부쩍 힘에 겨워하는 모습을 봐온 터라 걱정도 동반되었다. 하지만 며칠 전, EPL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100호 골을 달성하고, 연이은 경기에서 골을 넣었다는 소식에 반가움이 더해졌다. 내가 손흥민에게 반한 것은 인성도 한몫했다. 늘 미소와 여유를 품은 태도는 외신과 매체에 자주 뜨는 이야기지만, 그 나이에 쉽지 않은 자세라고 생각한다.


손흥민은 나이 31살에 아직 미혼이다. 보도에 따르면 집돌이라는 별명답게, 아직은 축구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어 보류 중이라고 한다. 사내로 태어나 목표가 있으면, 그 정도는 집중을 할 수 있다는 패기와 집념이 이쁘다. 물론 아버지 손웅정 감독의 노고도 빼놓을 수없다. 축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겠지만, 아들에 대한 그의 헌신은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어렸을 적 아들이 축구연습을 하는 초등학교 운동장을 없는 살림에 소금을 몇 가마 사서, 겨울에 푹신해지고, 여름에 배수가 잘되게, 한 밤중에 남몰래 뿌렸다는 이야기는 나를 울컥하게 만들었다. 맹부삼천지교의 표상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몇 년을 더 뛰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속으로 기대와 응원을 한다. 내 아이도 힘든 길이겠지만,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고 하니, 내 깜냥이 어느 정도 일지는 몰라도 기꺼이 소금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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