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보니 세상은 부조리하다. 부조리 란 말을 쓰는 나 또한 어이가 없다. 이유와 원인을 찾는 것이 인간의 속성이라서 슬프다.
'부조리'[不條理] 이치나 도리에 맞지 않음
말 자체가 어감도 그렇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긴 뭐, 내 까짓게 맘에 안 들어 봤자겠지만, 알베르 까뮈의 말처럼 세상은 그 자체가 부조리한 것일까? 무슨 일이나 사물이든 원인과 결과가 맞아떨어지지 않으면 우리는 혼돈을 일으킨다. 개인들이 인식을 하든, 못하든 상황은 제로상태라는 책을 읽은 기억이 난다. 부조리한 세상을 카오스의 원리로 맞추고자 하는 인간의 합리성은 늘 좌절로 끝나곤 했다.
문화주변국의 서러움은 쓰는 단어에서 절실히 나타난다. 뜻은 그렇다 쳐도, 우리 정서에 전혀 와닿지 않은 단어가 홍수를 이루고 있다. 사람의 말은 뜻을 알아차리기보다는, 말 자체의 느낌에 따른 숨결을 읽을 줄 안다는 뜻일 게다.
우리말 명사의 80% 이상은 외래어라고 한다. 그중에서 한자어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근대화 이후로는 영어가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우리가 중. 고등학교와 대학까지 거치는 동안, 영어라는 복병과 마주치지 않은 적이 거의 없는데, 왜 이모양일까? 그것은 영어를 학문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학생 때 그런 말을 해주는 선생님은 없었다. 자신도 잘 모르는 언어의 숨결을 시치미 뚝 떼고, 문법을 빙자한 학습의 과정으로 가르친 것일까?
교탁은 은근히 지배의 수단이 된다. 아니 그런 의식이 생긴다. 학생이나 청중들이 모이고 교탁을 부여잡으면, 인간의 심리는 화자인 내가 무슨 말을 하든 믿을 것이라고 하는 확신이 서게 된다.
혼돈과 질서(chaos)
우리 사회는 세대 간 문화격차가 너무 벌어져있다. 그 중심에 쓰는 언어가 너무도 확연히 다르다. 아무리 언어가 경제성을 띤다고 해도, 줄임말과 외래어가 난무하니, 어쩔 때는 의사소통이 불가능할 지경이다.
방송도 문제다. 언중들이 쓰는 신조어를 여과 없이 설명까지 곁들여 내보내기 일쑤다. '중꺾마', 발음도 부드럽지 않고 언 듯 이해도 안 가는 줄임말이 유행을 타고 있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의 준말이란다. 한편으로는 '불굴의 투지'나 '열정' 등의 한자어 보다 신선하다고 해야 할까?
메타버스, 넷플릭스, 블록체인, 데스크톱 등의 용어가 한글로 쓰였다고, 과연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전산과 SNS 관련 용어는 더 가관이다. 세상을 묶는 기능이 점점 발전하여 진보를 거듭할수록 우리는 낯선 용어와 싸워야 한다.
나는 우리말에 불만이 많다. 보수성을 띠는 언어정책이 정신없이 변화하는 현대 생활과 유리되어 홀로 고고하게 존재하고 있다. 국립국어원과 언론이 서로 조율을 해서 홍보를 하면 좀 나아지려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