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통한 자아 찾기
오십 년 후
거리엔 아무도 없었다 전봇대가 들걷이한 논밭에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서있고 대열에 합류 못한 철새가 남은 낱알을 허겁지겁 쪼으며 힘을 비축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멀리 차도 위로 버스 한 대가 보인다 포장이 덜 된 탓에 먼지가 부옇고 식별은 불가능했다 초저녁 잔볕은 을씨년스럽고 몸을 움츠리게 만들어 빨리 엄마가 보고 싶었다 어디로 가야 할까 언제쯤 오시려나 코 끝이 시큰해도 좋다 그 시절은 기다림이 있어 좋았다 시간의 그림자가 늘어져 나를 등 떠밀고 좌표를 잃어버린 장소로 와 있다 하루가 짧아져 기나긴 하루는 실종되어 끝도 모를 해가 자꾸 넘어가고 올라온다 시간은 직선화 경향이 있어 다시 돌아가는 법이 없는 걸까 몽환적 데자뷔는 있어도 현실은 늘 낯설다 그런 시간을 뒤로하고 오십 년 후 나는 다시 길을 잃고 가을걷이가 끝난 들녘에 서있다 하루가 너무 짧아진 태양은 토하 듯 붉은 울음을 내뱉는다
- by 포레스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