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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인으로 전원일기를 쓰고 싶다
마음 챙기기
by
포레스임
May 2. 2023
- 나는 알고 싶지 않다 -
정보가 홍수처럼 밀려오는 시대를 맞았다.
뉴스도 봇물이 터지듯 한다.
언제 어디서든, 손안에 스마트폰만 있으면 무슨 기사든지 찾아볼 수 있다.
생각의 갈래는 이리저리 산만하게 촉수를 뻗는다.
'멀티태스킹' 즉, 다중작업을 하기에는 나의 뇌는 지쳐버렸다.
원시시대 이후로도 인간의 뇌는 진화하지 않아, 다중작업을 하면 불안과 초조함에 휩싸인다는 심리 학설이 있다.
그래서 피곤하다.
내가 왜 그런 것까지 알아야 하는가.
생각을 멈추고, 그냥 쉬게 하고 싶다.
- 자연인으로 전원일기 꿈꾸기 -
하루 중에서 TV를 보는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
TV를 켜고 능숙하게 좋아하는 프로만 찾는다.
다들 마찬가지겠지만, 언제부터인가 일방적 정보제공 기기인 TV는 그 의미를 잃었다는 생각이다.
오락성 프로그램이나, 드라마 등도 극히 선호하는 것 이외에는 보게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에게 맞는 정보제공은 알고리즘이 찾아주니까, 굳이 TV를 통한 보고 싶지 않은 뉴스 등은 거르게 된다.
나는 TV로 두 가지 프로그램만 본다.
'전원일기'와 '나는 자연인이다'
전원일기는 1
,
980년대부터 2
,
000년대 초까지 방영한 최장수 옴니버스 드라마로, 잃어버린 가족연대와 농촌 지역사회의 서민들 이야기로 인기리에 몇 군데의 종편 방송에서 재방송 중이다.
'나는 자연인이다'는 10여 년째 상영 중인 프로그램으로 대중 인지도가 높은 걸로 알고 있다.
이 두 가지 프로그램의 인기는 역설적으로, 우리 사회에 대한 염증과 불안이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한다.
세월이 지나면 좀 더 풍요롭고, 여유 있는 생활을 하게 될 줄 알았다.
물질은 나름 풍족해졌다. 그런데, 뭔가 중요한 것이 빠졌다.
주변에 같이 웃고, 울어주던 사람이 사라졌다.
나 또한 마찬가지로, 어린 시절 아버지 손에 이끌려 자주 모이던, 가족 공동체가 지금은 앙상한 모습으로 남아있을 뿐이다.
드라마 '전원일기'는 그래서 보게 된다.
무려 1,000회가 넘는 내용은 시대상과 농촌의 정서가 녹아있어, 흐름대로 보고 있으면 힐링이 되곤 한다.
나에게는 고모와 삼촌이 세분씩 있다.
설이나 추석에 당연하게 할아버지 댁을 가면, 떠들썩한 분위기가 아련하게 기억이 난다.
나와 같은 시절의 동년배들이 많기에, 재방송하는 전원일기 시청률이 높은 것으로 안다.
전원일기를 보다 보면 내 어린 시절의 어느 장면과 오버랩되어 탄식하게 된다.
그런 시절이 다시 오지 않기에, 그리움 또한 동반된다.
'나는 자연인이다'는 하나같이 도심 생활에서의 스트레스로 지친 심신을 안고, 치유의 숲으로 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교양 프로그램이다.
내 또래의 남자들에게는 하나의 로망이 된 듯하다.
회사에서도 같은 나이의 친구들과 이 프로에 대한 갑론을박이 대세다 보니, 자연스레 그런 생각이 든다.
누구는
"
현실도피 아니냐
"
,
"
아니다
! 힐링이 필요하다"
, 등을 화제로 '자연인'은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고 있다.
도피라 해도 좋고, 치유를 목적이라 해도 좋다.
평생 동안 사람들 속에
편입되어, 모였다, 치이고 하면서 누군들 홀로 산으로 가고 싶지 않겠는가.
나부터도 골똘히 노년의 삶을 살아가는 방안으로 고려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가 넋을 놓고 시청하면서 한 가지 놓치는 것이 있다.
자연인의 생활에서 음식 만들기, 땔감 구하기, 등산과 버섯 등의 채취와 집짓기 등, 표면으로 보이는 그들의 생활이 한없이 부러운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생활을 선택한 그들의 이면에는 '절대고독'이 숨어있다.
세상에 혼자 남겨진 듯한 막막하고 고통스러운 순간들이 '절대고독'이다.
나는 그것을 감내할 수 있는가?
생각해 보면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또한 그래서 그들이 대단해 보이는 것이다.
-
386세대인 우리는 그래도 행복했다
X세대를 거쳐 밀레니얼세대, MZ세대로 이어지는 시간의 변화는, 전혀 다른 모습의 사회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인구 감소와 고령사회의 도래를 우리에게 경고하면서, 새로운 시대의 막을 열고 있다.
이들은 우리 386세대와는 전혀 다른 인류의 등장이라는
점에서 우리 세대와는 다르
다.
비록
우리들 모두의 자식이지만, 사회 환경과 여건이 바뀌었듯이 아이들도 바뀌었다.
우리가 경쟁사회에서 황금만능의 가치관을 가지고, 성공을 위한 도약대 위에 있었지만, 극히 일부만이 성취하였다. 그리고 실패한 대부분은 내상을 입었다.
우리 아이들은 그것을 알고 있다.
'욜로족'으로 내 집 마련이나 노후 준비 보다, 현재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 열중하고, '소확행'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위해 투자하는 그들을 보면, 우리와는 다른 세계관이 있는 듯하다.
나도 딸아이 하나밖에 없지만,
대부분의
386세대도 다자녀인 경우는 드물다. 그러다 보니 작년부터 본격적인 인구 감소에 들어간다고, 난리가 난 듯 사회문제로 두드러지고 있다.
형제나 자매 없이 태어나 가족 공동체의 안정감이 주는 인성 형성을 우리 아이들은 모르고 자랐다.
오직 부모 슬하에 있다 보니, 자기중심적인 편향이 짙어졌다.
‘코쿤족’이란 용어도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누구와도 소통이 없는 상태를 가리키는 용어로, 고립의 문제가 양산되고 있다.
최근 청년자살 문제의 원인은 이런 일련의 사회적 동향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
다.
우리 아이들은 외롭다.
연대와 동류의식도 희박하고 자기 속으로만 도피하고, 심연의 늪으로 빠져들어 가고 있다.
386세대인 우리라도 다른 시각으로 청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해야 한다고 생각해 본다.
- 자연인으로 쓰고 싶다 -
나는 도심에서 태어나 평생을 수도권에서 살아왔다.
농사도 모르고 작물 재배도 배운 적이 없다. 하지만 서울 외곽에서 자란 덕분에 농촌의 풍경은 늘 머릿속 그립게 자리하고 있다.
물론 자연인으로 살아보겠다는 결심이 있는 것은 아니다.
나도 결국엔 하나의 자연이라는 자각을 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연의 작품이다.
나 또한 자연으로 돌아가고 마는 순환계 속의 일부일 뿐이다.
만물이 생동하는 봄이다.
나도 아직은 이 계절의 주인공이다.
건강한 자연으로 돌아가겠다는 꿈을 꾼다.
생각이 간절하면 결국 그렇게 되는 경험은 살아오면서 체득하고 있다.
지방 소도시 변두리에 터를 잡고, 서툴지만 텃밭도 일구며, 아침 새소리에 잠을 깨 나만의 전원일기를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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