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혈관 센터에 입원해 있을 때 써본 것이다. 그 이후로 7년 넘게 혈액용해제 약을 먹는다. 식사가 끝나면 즉시 약부터 입에 털어 넣는다.
'뇌졸중' 중풍의 의학적 용어다. 중풍은 아버지를 10년 가까이 묶어 놓더니, 어느 무덥던 여름 홀연히 사라지게 만들었다. 그것이 무서웠다. 작은 아버지도 20년째 거실 소파에 묶여 계신다. 보이지 않는 유전적 기질이 어느 날 내게도 손짓을 해댄다.
삼 개월 치 약이 떨어져 갈 때 치료를 빙자한 연명의 약을 타러 가야 한다. 발병 후 초기엔 식후 30분 지난 후 복용을 했었다. 급성 위궤양이 뒤따라 왔다. 피를 덩어리로 입에 문채 쓰러졌다. 아내가 놀라 앰뷸런스를 부르고, 근처 대학병원으로 가니 약에 녹은 위벽사진을 의사가 보여준다. 약을 끊자니 뇌졸중이 무섭고, 먹자니 위가 걱정된다.
충분한 식사와 약을 바로 복용하는 수밖에 없었다. 입원 중인 병실의 창밖이 궁금해 열어보니 바로 건물의 외벽이 보였다. 답답했다. 퇴원 후 동해바다가 보고 싶었다. 속초 어디쯤 숙소를 정했다. 밤에 도착하니 칠흑 같은 바다는 파도 소리만 괴기스럽게 내고 있었다. 괜히 왔다 싶었다. 눈을 감고 잠을 청했으나 오지 않았다.새벽 4시 얇은 커튼 너머 푸른빛이 그득했다. 바다는 그렇게 고요히 아침을 맞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