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떴다. 또 하루가 시작된다. 생각이 나를 옭아매기 전에 바로 일어나 움직인다. 이런저런 준비를 마치고 출근을 한다. 아침밥은? 난 아침을 안 먹는다. 아니 못 먹는다는 표현이 어울리겠다. 군대생활을 하면서도 아침은 안 먹었다. 누군가는 하루의 시작을 하면서 아침밥은 필수라고도 한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습관이 정해졌다.
아침을 먹으면 장(腸)에서 비명을 지른다. 소장에서 대장으로 이르는 부분에 뭔가 예민한 버튼이 바로 화장실을 찾게 한다. 중학생 때, 어머니는 늘 아침밥을 챙겨 먹게 하셨다. 학교까지의 거리는 걸어서 30여분, 빨리 걷는 걸음 기준이다. 중간에 공중화장실이 하나 있어 필수코스로 들렀다 가야 했다. 그것이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었다. 어머니께 앞으로 아침밥은 거르고 학교를 가겠다고 아침밥을 끊었다. 그 이후로 아침밥은 나와는 이별이었다.
삼시 세 끼는 농경사회 유습이라는 생각이다. 아침을 먹어야 노동을 시작하고 거르면 힘쓰는 만큼 몸이 힘드니 먹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인들이 굳이 아침밥을 챙길 만큼 오전 노동의 피로도가 크지는 않다는 생각이다. 물론 사람마다 접하는 일이 다르고, 루틴이 다르니 일반화의 오류일 수도 있겠다.
아침을 안 먹는 대신 점심시간은 기다려진다. 오전 11시만 되면 슬슬 무언가 먹어야 한다는 신호가 온다. 아점시간이 되었다. 즉, 브런치(Breakfast+lunch) 때가 되었다는 육체적인 시그널이 작동한다. 아침을 못 먹었다는 아쉬움과 점심은 제대로 먹겠다는 보상심리가 묘하게 나를 지배한다.
아침과 점심을 제대로 먹고 저녁을 건너뛰어야 건강에 좋다고 한다. 그러나 얼마나 잔인한가? 저녁밥이 없는 삶은 상상하기도 힘들다. 그러니 체중이 요 모양 이 꼴이다. 키 182Cm라는 것만 위안 삼아 별로 티도 안 난다는 생각은, 100kg에 육박하는 체중을 보유하게 되었다. 85kg이 가장 적정하진 않지만 나름 최적화된 몸무게라고 생각했다. 삼식이는 아닌 두식이지만, 이건 아니다 싶다. 두 끼를 먹어도 저녁은 내가 생각해도 과하다 싶다. 병행하는 운동도 좀 더 늘려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거리를 걷다 보면, 내 또래의 남자들이 반티 차림으로 볼록한 아랫배를 내밀고 지나간다. 외국인처럼 피하지방이 아닌 내장비만이 많은 우리나라 남자들은 남자가 아이를 낳을 것도 아닌데, 임신 5달은 지난 모양새다. 식욕, 성욕, 수면욕이 삼대 욕구라는데, 나도 나이를 먹어보니 수면의 질은 떨어지고, 동반하여 성욕도 자유낙하 중이다. 남은 건 식욕이니 먹는 게 남는 거라는 생각이 몸매를 망가뜨리고 있다. 두 끼만 먹더라도 질서 있게 먹어야겠다. 찌는 건 순식간이고 빼는 건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아~숨차 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