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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두(沒頭)하는 삶

진중하거나 가볍게

by 포레스임

"우리 앤 어렸을 땐 공부 좀 하더니, 점점 집중력이 떨어지나 봐!"


"어머!, 어머! 우리 애도 똑같에요!"


"초등학교 때랑은 다르잖아요!"


"하긴 교과서 보니까, 무슨 말인지 나도 모르겠더라고"


"거기 학원은 어때? ○○엄마!"


중학생 엄마들이 회관 휴게실에서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합창대회가 있었다.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중학생 합창대회였다. 엄마들의 관심은 합창보단, 자기 아이 공부에 집중 돼 있었다.


어떻게 해야 집중력 있게 공부를 시킬 수 있을까? 그런 걸 신장시키는 학원이 있기는 한 걸까?


출근길 전철 안 의자 끝칸에 앉아, 뭔가를 상하로 스크롤하며 읽는 학생을 나는 서서 물끄러미 봤다. 속으로 드는 의문은 '저렇게 읽어도 뜻을 알까?'

속도가 너무 빨라, 눈이 따라가기 바쁘다.


책으로 읽는 내용은 번거롭다. 좌, 우의 면을 살피고, 페이지를 넘기는 게 스크롤하고는 엄청난 차이가 난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집중력은 폰 보다 책에서 생긴다.

행간의 의미를 파악하는 게 읽기의 목적이다. 생각이 속도를 그렇게 따라갈 수 없다. 폰은 어쩌면, 아니 분명히 책 읽기를 방해한다.


흔히 집중력은 공부 쪽으로 연상을 한다. 하지만 감정조절 능력과도 연관이 있다. 즉, 사회성이나 리더십에도 영향을 주고, 집중력이 좋으면 자기 통제력이 높아 감정조절이 되기에, 상황에 맞는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


독서에 집중력이 있다는 말은 다른 잡다한 것에서 벗어나, 내 감정을 통제하면서 행간을 주시하는 몰입을 말한다.

거기에 내 생각의 갈래를 끼워 넣어, 담는 행위를 독서의 정의라고 말하고 싶다.


사실 독서는 쉽지 않다. 내 생각과 다른 관점은 그 자체가 부담스럽다. 또한 내 생각과 다른 관점을 비교, 검토하기 위해 우리는 독서를 한다. 다른 관점을 호기심 있게 바라보지 않는다면 독서는 의미가 없다.


나는 살아오며 지인들과 대화를 많이 즐긴 편이다. 상대의 이야기를 관심 있게 듣기보다는, 내 이야기에 취해 좀 떠드는 편이기도 했다. 세월은 흐르고 시간이 가니, 혼자 있는 시간의 소중함을 느끼고 있다. 생각을 정리하는 습관도 생긴다.


말하기보다는 상대의 말을 듣는 일이 쉽지 않다는 자각이 일곤 한다. 우리가 교육이니, 훈련이니 하는 일들의 피교육생 신분으로 앉아 있을 때, 피곤함을 느끼는 것도 듣는 일의 어려움 때문이다.


듣는다는 것과 읽는다는 것은 동일하기도 하다. 나의 생각과 다른 관점을 이해하려 노력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인간은 최고의 행복감을 느낄 때가 무언가에 몰입할 때라고 한다. 이것은 비단 공부에 한정시키기보단, 예술 활동이나 스포츠 선수 등에서도 볼 수 있다.


천재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칠 때의 표정과 EPL에서 손흥민이 드리블로 공을 치고 나갈 때의 표정은 비슷하다.

세상 어느 것에도 방해받지 않고, 자기만의 세계를 가진 듯, 몰두하는 삶의 표상을 보는 듯하다.


몰두한다는 것은 집중력이 좋다는 말과 같다. 그렇지만 한창때의 학생들이 너무 편중되게 몰두한다면, 그것도 문제다. 뭐든지 과유는 불급이다. 고양이가 도로에서 자주 로드킬을 당하는 것은 편중된 몰입을 하기 때문이다.


상황에 맞추어하던 활동을 중단할 줄도 알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를 '단절적 억제력'이라고 한다. 즉, 다른 활동으로 전환하는 능력을 말한다. 이것은 부모들의 단호한 태도가 필요하다.


"와우! 약속한 시간이 되니, 알아서 일어나네, 대단하다 너!"

부모의 격려와 지지는 언제나 옳다.



어릴 때, 수동적 집중력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익숙해지면 점점 낮아지는 특성을 갖는다. 문제는 예전에 발견하지 못했던 새로운 원리나 의미를 익힐 수 있는 능동적 집중력을 어찌 키울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진다.


능동적 집중력은 애증과 함께 커간다.


'좋아도 했다', '지금은 시큰둥하다',

'그러나 해야 한다', '지겹다' 등등....

과정을 통해 성장과정에서 발달하는 것이다. 사랑하고 증오도 하고, 운명처럼 껴안을 때, 능동적인 집중력이 생긴다. 한마디로 죽도록 사랑하고 미워해 봐야 몰두할 수 있다는 거다.

공부가 즐겁고, 재밌어서 자연스레 집중하는 것이 아니다. 어렵고 힘들어도 필요성을 인지하고, 자신을 달래고 조절하며 적극적으로 집중력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 이명경[한국집중력센터 소장] -


무언가에 몰두해 장기간 집중해 본 경험이 나에겐 기억이 없다. 어쩌면 적당한 타협을 해, 나의 모습을 만들어 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글쓰기만큼은 몰두해 보고 싶다. 내 생(生)이 그리 많은 시간을 허락하지 않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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