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가 되고 싶었을 뿐인데, 내가 정신병원에 갈 줄이야
친구 : "나 퇴사하려고!!"
나 : "갑자기?"
친구 : "퇴사해서 나만의 일을 해보고 싶어. 넌 일찍 퇴사해서 푸드트럭도 해봤잖아. 퇴사하는 거 어떻게 생각해?"
나 : "퇴사 별거 없어, 난 퇴사한 거 한 번도 후회한 적 없거든. 직장 다니면서 어떻게 두 가지 일에 집중해? 회사는 너를 평생 책임져주지 않아! 더 늦기 전에 빨리 그만둬!"
어느 날 한 친구가 나에게 이와 같은 질문을 해서 당장 퇴사하라고 추천해줬던 기억이 있다. 물론 이때 내가 했던 말들은 진심이었고, 이 친구가 조금이라도 빨리 퇴사해서 자신만의 일을 찾길 바랬다.
나만의 사업을 하기 위해서 반드시 퇴사를 해야 하는 걸까? Yes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회사를 다니면서 무언가에 집중한다는 것은 쉽지 않고, 그 정도 각오 가지고는 뭘 해도 실패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지금 누군가 이와 같은 질문을 한다면, 나는 당장은 퇴사를 하지 말라고 권할 것이다. 착각했던 것이 있다. 직장을 다니면서 다른 것에 도전할 시간은 없고, 직장을 그만두기만 하면 엄청나게 시간이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현실은 그것과는 많이 달랐다. 처음에는 시간이 많게 느껴졌다. 책을 읽어도 시간이 남고, 강의를 들어도 시간이 남고, 글을 써도 시간이 남았다. 하지만 나는 시간관리를 하는 방법을 몰랐고, 시간을 잘 활용하기보다는 오늘은 무엇을 해야 할지, 내일은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됐다.
시간은 점점 더 비효율적으로 흘러갔고, 내 시간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했다. 퇴사를 하지 말길 추천하는 또 한 가지 이유는 수입에 의한 심리적 문제다. 통장에 시드머니가 줄어드는 것을 보면 심리적으로 압박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러다 보면 당장의 수익을 위해 무리수를 두게 되고, 그 무리수 때문에 사업의 진행 속도가 오히려 늦춰지게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생각이 바뀌었다. 직장을 다니고 있을 때, 그 안정적인 수익에 감사하고, 그 수익을 기반으로 뭔가를 해낸 뒤, 내 사업의 순수익이 직장의 수익을 넘었을 때 일을 그만두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퇴사를 추천한 몇 달 뒤, 친구를 다시 만났다. 퇴사하지 말라고 권해줄 생각이었다. 친구에게 말했다. 생각이 바뀌었다고, 일단 회사를 다니면서 수익을 만들어보고 퇴사를 하는 것이 더 현명한 것 같다고. 그랬더니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엥? 나 이미 퇴사한다고 말했는데?”
한 발 늦었다. 이미 퇴사를 한 상태였다. 오히려 잘 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 친구는 퇴사를 하기 전에는 실행하지 않은 채 1년 동안 고민만 했는데, 현재는 실행 중이다. 퇴사를 한다는 것에는 또한 하지 않던 일을 강제로 하게 된다는 그런 마법도 있었다.
나도 마찬가지다. 지금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 해도 나는 푸드트럭을 그만둘 것 같다. 동시에 두 가지 일에 집중한다는 것은 내 성격과 맞지 않다. 모 아니면 도, 그게 내 성격이다. 아마 그때 그만두지 못했다면, 나는 아직까지 푸드트럭을 하면서 쳇바퀴 도는 삶을 살고 있었을 것이다.
퇴사는 양날의 칼이다. 잘 이용한다면 그것으로 황금사과를 베어 물 수도 있지만 잘못 이용하면 스스로를 찌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