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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동몬 Oct 19. 2022

출산, 여자는 위대한 엄마가 된다

돌 지난 아들에게 전하는 여섯 번째 편지

유유야


드디어 너의 출산일이 다가오고 예정일에도 반응이 없기에

엄마, 아빠는 짐을 싸들고 밤 10시에 병원으로 향했지


우리는 너의 외갓집에 있었고 할아버지와 이모가 우릴 병원으로 데려다 주기로 하고

외갓집을 나오려는데 외할머니가 엄마를 꼬옥 안아주시더니


우리 딸, 잘하고 와


엄마는 할머니와 인사 후 밖으로 나갔지만

아빠는 할머니께서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고 말았어


어린 줄로만 알았던 자신의 딸이, 그 위대하고 고통스러운 일을 혼자 감당할 걸 생각하니

엄마로서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하는 마음에 아빠조차 눈물을 참느라 너무 힘들었어

그리고 아빠에게


진통 때 우리 딸 손이라도 꼭 잡아주게
도움이 많이 될 거야


코로나로 인해 병원에는 보호자는 단 한 명밖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고

병원에는 아빠와 엄마 그리고 엄마 뱃속에 있는 너까지 셋이 남았지

아빠가 누군가의 보호자가 되었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어


엄마는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분만을 시작했고 아빠는 6시에 내려오라고 하더라

아빠는 엄마를 데려다주고 오지 않는 잠을 청했고 결국 뜬 눈으로 6시가 되어

엄마가 있는 분만실로 갔지


엄마가 진통이 조금씩 오기 시작했고 고통은 오르락내리락했어

심해지자 엄마는 간호사 분에게 고통을 호소했고 주사를 놓더니 엄마는 잠이 들었어

아빠도 분만실 안 작은 소파에서 잠이 들었고 한 시간쯤 뒤에 엄마가 깨더니

그때부터 본격적인 고통이 시작됐어


고통이 왔다 갔다를 수없이 반복했는데 거의 1분에 한 번씩 엄마는 힘들어했고

이 어린 여자 홀로 모든 고통을 감당해야 했고 

보호자인 나는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생각에 눈물이 하염없이 나더라


외할머니가 아빠에게 진통이 오면 손을 꼭 잡아 달라는 말이 생각나, 

엄마가 진통이 올 때마다 아빠는 엄마의 손을 꼭, 아니 꽉 잡아주었어


계속 진통이 오고 엄마는 고통스러워하는데 어느 순간 자궁이 열렸다는 간호사의 외침을 듣게 되었고

10시 반쯤이 되니 보호자는 나가주세요 하더라

드라마에서만 보던 보호자가 산모의 출산을 기다리며 

긴장한 채 소파에 앉아있는 장면이 연출되는 순간이었지


안타깝게도 그 병원 분만실 앞에는 소파가 없었고 아빠는 문 앞에 서 있었는데

출산을 수술실 같은 곳에서 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그 분만실에서 바로 하더라??

(출산 잘알못)


문 앞에 서서 기다리는데 대략 다섯 곳의 분만실에서 동시에 출산이 진행되고 있었고

바로 옆방의 산모는 큰소리로 울부짖으며 


선생님, 제발 수술시켜주세요...


라며 몇 번이나 외치는데, 엄마도 저 고통과 같은 고통을 겪으면서도 끙끙 거리 소리만 들릴뿐

절대 소리를 내지 않는 모습에 더 눈물이 났어


엄마는 꼭 자연분만으로 출산하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기에 수술은 없다고 생각했는지

너를 출산하는 그 고통을 끝까지 참아내는 듯했어


간호사 분들이 엄마가 있는 분만실을 분주하게 오갔지만

11시쯤 태어날 거란 너는 11시가 넘어서도 소식이 없었고

아빠는 초조해져만 가던 순간!


보호자 분, 캥거루 케어 준비시켜주세요


라는 간호사 분의 목소리가 들리고 아빠는 다른 간호사분에 의해 분만실 옆 방에서

옷을 갈아입고 두건(?)을 쓰고 앉아있었어 그렇게 몇 분이 지나지 않는 순간! 정말 영화처럼


응애! 응애!


음?? 태어난 건가?

너는 정말 목소리가 너무 세찼기에 울음소리만 들어도 건강히 태어났구나 싶었고

아빠는 엄마의 상태가 가장 걱정되었어

드디어 '보호자 분 들어오세요'라는 목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슬라이딩 도어를 열고 들어가는 순간

아빠는 너보다 엄마를 먼저 보았어


평생 잊지 못할 순간...


아빠는 엄마가 분만하는 순간부터 눈물이 계속 나고 있었고

출산한 엄마를 보면 눈물이 터질 것만 같았는데 엄마가 너무 멀쩡한 얼굴로 너를 쳐다보고 있더라

(남편인 내가 들어왔는지 관심이 없더라)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엄마의 모습에 터질 것 같은 눈물은 일단 진정되었고 

아빠도 그제야 너를 보았어


엄마 닮았네~


너는 세차게 울고 있었고 입술이 아주 빨갛더라

초음파 사진에서 봤던 그 모습 그대로였어


엄마는 여전히 널 쳐다보고 있었고 아빠는 엄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수고.... 했어요


어찌나 목이 메이던지...

나와 내가 사랑하는 여자의 피가 섞인 첫 번째 아이.

부모가 되면 부모의 마음을 안다더니 아빠는 할머니 생각이 정말 많이 나더라


간호사 분이 나한테 탯줄을 자를 수 있는 가위를 줬고 너와 엄마의 10개월간의 여정을 끝맺는,

너와 엄마가 이어져있는 탯줄을 잘라냈지. 간호사 분이


아기 손잡아 주세요~


라고 하길래 아빠의 손가락을 너의 왼손에 갖다 대니

눈도 못 뜨던 네가 아빠의 손을 덥석 잡더라. 

그것이 너와 나의 첫 번째 스킨십이자 교감이었지



언젠가 아빠 친구가 출산 후 태어난 아이를 안으면 그 아이에 대한 책임감의 무게를 느낀다고 했는데

아빠는 네가 아빠의 손가락을 잡는 순간 느끼게 되었지


너는 나와 옆방으로 가 따뜻한 물에 목욕을 하게 했는데 그렇게 세차게 울던 녀석이

따뜻한 물에 들어가니 조용해지더라. 그리고 아빠의 맨몸에 너를 감싸 몇 분을 안고 있었지



눈도 제대로 못 뜨고 고개도 못 가누는 네가 고개를 들어 아빠를 한번 쳐다보더니 세차게 울더라고... 

아빠는 나중에 이 장면을 영상으로 보았는데 지금까지도 너무 신기해


그렇게 몇 분을 있다 엄마가 있는 분만실로 너를 데리고 가서 너를 엄마에게 안겼는데

엄마의 첫마디는


너무 작다~


자신의 배에 나온 아이의 모습이 신기한지 그저 너를 바라만 보고 있더라


기진맥진한 엄마였지만 생각보다 괜찮은 상태였고 아빠는 안심이 되었어

그런데 그때 엄마가 한 한마디가 너무 재밌었어


자연분만은 너무 힘들다. 다음번엔 제왕 절개해야겠어


정말 전설 같은 한마디지 않냐?

엄청난 고통을 맛보고 왔는데 벌써 둘째 생각을 하다니. 하하하, 엄마 너무 재밌다 그지?


출산 후에 병원에서 네가 너무 보고 싶어 신생아 실에 있는 너를 몇 번이나 보러 갔는지

충분히 쉬어야 될 엄마였는데 너와 너무 함께 있고 싶어 아빠가 말렸음에도 불구하고

모자동실 신청하여 매일 너와 함께 있기도 했지

(나중엔 그냥 쉴걸 후회한 건 안 비밀)


그렇게 나의 여자는 '위대한 엄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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