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동몬 Nov 06. 2022

백수들이 모인 회사, 니트 컴퍼니

정말 백수들만 모였다

퇴사한 후 친구를 만나는 것 외에는 거의 집에 있었고 그 외에 나갈 일은 대부분이 내가 신청한 무료 강의를 들으러 갈 때였다.


나는 정말 많은 것을 지원했었는데 대부분이 콘텐츠와 관련된 강의들이었고 국가에서 지원하여 우수한 강사들을 모아 강의하는 곳도 많았다. 나와 레벨이 맞지 않는 강의도 있었고 많은 것을 배운 강의도 있었다. 그렇게 그런 강의들을 들으러 다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게 된 '니트 컴퍼니'는 지금까지 콘텐츠 강의를 들으러 다니던 나에게는 조금 생소한 콘셉트이었다.


백수들의 회사


백수들의 회사라니?

회사인데 백수들이 다닌다고?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안 된다. 회사를 다니는데 어떻게 백수인가.


니트 컴퍼니는 백수들의 커뮤니티라고 할 수 있다.

NEET족 -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


니트 컴퍼니의 니트는 정말 말 그대로 백수라는 뜻으로써 백수들의 회사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회사를 그만두었거나 취업준비생들 등 소속감 없이 있는 이들이 '니트 컴퍼니에 출근합니다'라고 외치는, 정말 재밌는 콘셉트로 이루어진 커뮤니티이다.


면접이 참으로 재밌었는데 내가 질문을 받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질문을 하는 것이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구직자들은 매번 질문을 받고 압박면접을 당하는데 니트 컴퍼니에서는 반대로 해본다는 것이다. 당하던 입장에서 하는 입장으로 말이다.


이곳에서는 약 3달간 네이버 밴드를 통해 온라인으로 출퇴근 도장을 찍고 자신이 오늘 한 일을 인증하는 것으로 진행되는데 처음엔 참 재미가 없다 싶었다. 그런데 커뮤니티에서는 사람들이 각자 닉네임을 가지고 굉장히 활동적이고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사실 열심히 활동하는 편이 아니었는데 어느 날 오프라인 모임이 있다고 하여 아주 오랜만에 사람들 좀 만나볼 생각으로 서울 혜화역으로 갔고 거기서 약 20명쯤 되는 사람들을 만났다.


그날의 일정은 혜화역에서 밥을 먹고 창경궁까지 걸어가서 창경궁에서 재미난 이벤트를 하는 것이었는데 처음 모였을 때의 그 어색함은 괜히 왔구나 싶었다. 밥을 먹으러 가서(모든 식대를 지원해준다) 같은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연령층이 정말 다양했다. 20대 초반부터 30대 후반까지. 각자의 사연 또한 다양했고 각자 가진 기술들도 다양했다. 모두 백수다 보니 자신이 과거에 무엇을 했는지 질문을 했고 여러 이야기를 편안하게 나누게 되면서 조금씩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식사 후 4명씩 팀을 나누었고 팀원들과 함께 걸어가면서 또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왜 인지 모르겠지만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게 너무 재밌었다. 오랜만에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인지 아니면 같은 백수로써의 동병상련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창경궁에 도착하여 표를 구입하고(모두 지원해준다) 팀별끼리 미션이 있었는데 지정된 장소에서 영화의 콘셉트에 맞게 사진을 찍어오라고 했다. 나중에 그것들을 사람들이 맞히는 게임 같은 것이었는데 나와 팀원들은 어떤 영화를 콘셉트로 찍을지 계속 이야기를 하게 되었고 영화 '매트릭스' 콘셉트로 사진을 찍으며 서로 한참을 웃었다. 나중에 모두 모여 어떤 콘셉트인지 맞추고 카페에 가서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맨 처음 그들을 만났을 때 그 어색함과 괜히 왔다는 생각은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이들이 그랬다고 했다. 그러나 모임이 끝날 때쯤에는 너무 즐거운 하루였다며 다음에 또 만나자는 이야기를 했다.


그 뒤로도 몇 번의 오프라인 행사에 참가했고 그때마다 다채로운 이벤트와 먹거리를 준비하여 처음 보는 이들과 아무 생각 없이 웃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놀라운 것은 부산, 순천, 전주 심지어 제주도에서까지, 전국 각지에서 이 모임을 위해 올라왔고 모든 교통비는 지원해준다는 것이다.


니트 컴퍼니의 대표님을 직접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대표님이라기보다는 편한 동네 친구처럼 대해주었다. 니트 컴퍼니를 만들게 된 계기를 물어보았는데 처음엔 백수들끼리 모여서 등산이라도 가자고 블로그에 올렸다고 한다. 그렇게 '백수'라는 공통점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각자 다른 직업과 기술을 가지고 있고 또 이런 사람들이 서로를 도와주기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하니 점점 커졌고 이제는 한 기수에 80명씩 모여드는 큰 커뮤니티가 되었다고 한다.



이 80명이 가진 다양한 능력들로 내부적으로 '사내 클럽'을 만들어 운영되고 있는데 정말 다양하고 재밌는 클럽들이 많다. 책 읽기 클럽, 영화 클럽은 물론이고 콘텐츠 클럽 등 서로가 좋아하는 것들이나 자신이 가진 재능을 나누는 유익한 클럽들이 많다.


니트 컴퍼니는 비영리 단체로 여기저기서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데 니트 컴퍼니에 소속된 이들은(백수) 그 혜택을 온전히 받을 수 있다. 정말 돈 한 푼 쓰지 않게 한다. 니트 컴퍼니의 구성원(직원)들은 정말 열심히 일하며 백수들이 소속감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인간(人间)은 사회적인 동물이다.

그렇기에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다는 안정감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릴 때는 가족이라는 소속감, 학교라는 소속감, 친구들의 소속감, 회사의 소속감, 동호회의 소속감 등 정말 다양한 소속감을 가지며 살아간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무직 상태인 '백수'일 때 가지지 못하는 이 소속감은 정말 불안하다. 사회적인 시선, 주변의 시선이 더 그들을 힘들게 한다.


니트 컴퍼니는 이런 이들에게 소속감을 주고 즐겁고 행복한 시간들을 선사한다.

만약 무직 상태가 되는 이들이 있다는 꼭 추천해주고 싶은 니트 컴퍼니이다.


작가의 이전글 출산, 여자는 위대한 엄마가 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