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선택은?
두 회사에 면접을 보러 가기로 했다.
첫 번째 회사는 사실 그다지 관심이 없었고 두 번째 회사는 내가 정말 가고 싶은 회사였다.
첫 번째 회사의 면접을 본 이유도 경험 삼아 가보자는 안일한 생각이었다. 두 번째 회사는 정말 가고 싶었기에 그 회사에 대해 많은 공부와 나의 생각들을 준비했고 첫 번째 회사는 대충 그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만 알아서 갔다.
첫 번째 회사에 도착했다.
사실 이 면접에 갈까 말까도 고민했다. 그래도 가서 면접을 보면 도움이 되겠거니 하면서 회의실에 앉아있었고 곧이어 면접자 두 분이 들어오셨다. 한분은 대표님이라고 했다.
대표님??
면접에서 끝판 대장으로 나오는 사람이 대표님이었기에 1차 면접에서 대표님이 나오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갔던 면접이라 간절함은 없었지만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질문에 대답할 수 있었다. 안돼도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말이다.
대표님은 나에게 나의 10년 간의 경력에 대해 굉장히 세세하게 물어보셨다.
지금까지 여러 번 면접을 봐왔지만 이렇게 디테일한 면접은 처음이었다. 대표님은 나에게 실무적인 이야기보다는 경력과 인성을 알아보고자 했던 것 같다. 나의 경력과 성공사례 등을 세세하게 대답했다. 30분 정도 할 거라고 생각했던 면접은 1시간이 다 되어갔는데 갑자기 대표님이
잠깐 쉬었다 합시다
엥??
나는 정말 마음 편히 왔던 면접이라 별 생각이 없었는데 쉬었다 하자고 하니 조금 당황스러웠다. 이렇게 길게 할 면접인가..?라고 생각하고 화장실에 가려고 화장실이 어디냐고 물어보니 같이 면접관으로 들어온 부장님이라는 분이 안내해주었다. 부장님은
대표님이 직접 면접을 보신 건 2년 만에 처음이에요
너무 가볍게 면접을 본 나와는 달리 이 회사에서는 이 면접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미안한 마음까지 들었다. 약 10분을 쉬고 면접은 계속되었다. 나에 대한 질문을 끝마친 대표님은 나에게 자신이 어떻게 이 회사를 만들었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이 회사를 운영하는지 이야기해주었다.
거짓말 조금 더 보태서 내 새끼보다 소중한 회사입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안일한 마음으로 면접을 보러 온 걸 후회했다. 그들에게는 이 면접이 회사를 위해 좋은 인재를 뽑겠다는 생각으로 대표님이 직접 면접을 보는데 나는 경험 삼아 올 생각을 했다니.
대표님은 말을 이어나갔다.
자신과 직원들이 함께 일구어 낸 이 회사를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는데 그에 비해 성과가 많이 나오는 편이 아니라며 좋은 인재가 들어와 좀 더 나은 회사를 만들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비추었고 나의 10년간의 경력이 회사에 매우 적합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대표님의 말에서 그런 뉘앙스가 크게 느껴졌고 나를 굉장히 필요로 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더니 나를 데리고 회의실 밖으로 나가 회사 여기저기를 설명해주었고 여기 앉은 부서는 어떤 부서인지 저기 않은 이들은 무슨 일을 하는지도 알려주셨다.
그렇게 다시 회의실로 들어온 후 부장님에게 잠깐 나가 있으라고 하시더니 나에게 연봉 이야기를 했다.
지방의 중소기업이었기에 기대도 하지 않았던 서울의 중견 기업에서 받던 연봉과 거의 비슷할 정도의 금액을 제시하였고 수습기간을 잘 해내면 그 이상을 더 배팅하겠다고 했다. 연봉을 많게 주느냐 적게 주느냐 보다 나를 인정해주는 말씀에 크게 감명받았고 원래 연봉보다 적게 받는 것에 대해서는 수업료라고 생각하겠습니다라고 하니
감사합니다.
라고 하셨다. 그때 나는 이 회사에 와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던 것 같다.
지금까지 여기저기 회사의 면접을 보았지만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회사는 없었던 것 같다.
대표님의 간절함이 와닿았고 이 회사에 들어와 대표님의 간절한 바람을 내가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내 회사라고 생각하고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면접이 끝나고 나가려고 짐을 싸고 있는데 대표님이 나갔다 들어오시더니 흰 봉투를 쓱 내미셨다.
멀리서 오셨는데 차비하세요
정말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이런 친절까지 베푸실 줄이야.
나는 다음에 또 뵙겠다는 인사를 하고 회사를 빠져나왔다.
정말 가고 싶은 곳은 두 번째 회사였지만 두 번째 회사 면접을 보기 전 나는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린 것 같다.
첫 번째 회사가 합격이 된다면 두 번째 회사에서 합격 통보를 하더라도 첫 번째 회사를 갈 생각이었다.
그렇게 첫 번째 회사에서 합격 발표가 났고 두 번째 회사의 결과에 관계없이 가겠다고 말씀드렸다.
대기업에서 10년간 일했지만 항상 부속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대체 불가한 사람이 되고 싶다. 대표님이 나에게 거는 기대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으로 뭔가를 이뤄내 보고 싶다.
이 회사는 지금까지 내가 일해왔던 회사와는 전혀 다른 업계다. 그렇기에 더 걱정이 많다. 친구들에게 합격 소식과 이런 나의 심정을 전하니 한 친구가 이런 말을 해주었다.
내가 보는 너는 어떤 상황에서도 잘 헤쳐나가더라.
그래서 별로 걱정이 없다. 넌 잘할 거다.
그 무엇보다 힘이 되는 한마디였다.
그래, 잘 해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