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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동몬 Nov 12. 2022

고부갈등이 없는 집안의 비결은 무엇일까?

중간에서 멍 때리고 있지 말라고요!

엄마에게 처음으로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생겼다고 했다.


너라면 믿을 만한 사람을 데리고 오겠지라고 했지만 어릴 적부터 봐온 엄마는 자식 사랑이 지극했고 동생과 나는 며느리가 들어오면 영화 '올가미'처럼 아들에게 집착하는 엄마가 되는 거 아니냐며 우스게 소리로 이야기하곤 했다.


엄마는 사랑이 많은 사람이다.

학교 마치고 돌아오면 항상


이쁜 내 새끼~~


달려와 나를 안아주며 뽀뽀하고 엉덩이를 토닥토닥 해줬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중학교에 갈 때도

중학교 가도 엄마한테 뽀뽀해줄 거야?


고등학교에 갈 때도

고등학교 가면 엄마한테 뽀뽀해줄 거야?


대학교 갈 때도

대학교 가면 엄마한테 뽀뽀해줄 거야?


이런 엄마의 뽀뽀세례는 내가 서른이 넘어서 까지도 계속되었다.

그렇다고 내가 마마보이는 아니다. (진짜 아니라고요!!)


외갓집은 스킨십이 많은 편이다.

듣자 하니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그러셨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엄마를 포함한 형제들은 모두 자식들에게 스킨십이 많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내가 아이한테 하는 행동을 본 엄마는


내가 너한테 한 거랑 똑같이 하네?


라고 할 정도다.


엄마는 어릴 때부터 예의 없는 사람을 싫어했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예의에 대해서 항상 엄격하게 배웠다. 엄마는 사람들과 마찰을 일으킨 적이 거의 없는데 예의 없는 사람에게는 항상 맞섰다. 그런 엄마가 나에게 말했던 며느리에 대한 조건은 단 하나, 예의 바른 사람이었다.


내가 전 여자 친구(현 아내)를 처음 엄마와 식당에서 소개해주던 날, 어찌나 떨던지 그 떨림이 나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다행히도 엄마는 여자 친구를 너무 마음에 들어 했다. 장인 장모님께서 나를 처음 봤을 때 마음에 들어 하셨던 것처럼 엄마도 그런 마음이었으리라. 사람은 서로 기가 맞는 사이가 있는 것 같다고 느꼈다.


그 뒤로 엄마와 여자 친구는 서로 전화번호를 저장하고 카톡으로 자주 연락했다.

여자 친구는 결혼도 하기 전에 예비 시어머니와 연락한다는 걸 친구들이 알고서는 왜 결혼 전부터 불편하게 그러냐는 이야기를 들었다는데 아내는 전혀 불편해하지 않았다. 두 사람에겐 공통점이 있다.


K-장녀


나는 왜 K-장남, K-장녀라는 단어가 있는지 이해가 안 됐는데 엄마와 아내가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서로 공감대 형성이 잘되는데 대부분이 장녀라는 이유로 공감대가 형성되는 경우가 많았다. 두 사람을 지켜보면 궁합이 정말 잘 맞는다고 느껴지는데 아내와 엄마는 서로에게 공감과 위로를 많이 받는 것 같다. 장모님과는 10분도 통화하지 않는 아내가 시어머니와는 1시간을 넘게 통화한다. 그것도 자주.


아내가 동네 아기 엄마들을 만나고 오면 시댁 욕, 남편 욕을 그렇게 한다는데 아내는 공감이 안돼서 아무 말 없이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나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고맙다.



아내가 이렇게 엄마와 사이가 좋으니 아내가 조금 실수를 하더라도, 아내에게 화가 나는 일이 있더라도


그래, 이 사람은 이런 부분이 나와 맞지 않지만(혹은 단점이지만)
다른 부분에서 참 잘하니까 내가 받아들이자.


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렇다고 내가 두 사람 사이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아니다.

두 사람 다 나에게 서로에 대한 칭찬을 하면 이런 좋은 이야기에 대해서는 당사자들에게 엄마가 이렇게 이야기하더라~ 며느리가 그렇게 이야기하더라~ 하며 은연중에 이야기를 한다. 칭찬은 제삼자를 통해서 들을 때 훨씬 기분이 좋다. 그렇기에 서로에 대한 칭찬에 대해서는 서로에게 아낌없이 들려준다. 그러나 절대 없는 이야기를 지어내지는 않는다.


아내에게 절대 우리 엄마를 먼저 챙겨달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나는 엄마보다 장인 장모님을 먼저 챙긴다. 엄마 입장에서는 섭섭할 정도로 장인 장모님을 먼저(물론 엄마는 모르게) 챙긴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내도 엄마를 잘 챙겨준다. 내가 엄마를 빼먹고 이야기하면 아내가 먼저 엄마를 챙겨드려야 된다고 이야기하니 말이다.


우리 부부는 고향이 같지만 나는 고향에 내려가면 항상 처갓집을 먼저 들리고 처갓집에서 대부분 머문다.

엄마 입장에서는 섭섭할 수 있겠지만 육아로 힘들어하는 아내가 처갓집에서 조금이나마 편하게 있게끔 해주고 싶어서 결혼 후 지금까지도 대부분 처갓집에 머물렀다.


아내를 위해 처갓집 근처로 이사 가는 결정을 한 것도 아내와 상의 후 엄마에게 통보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혹시 섭섭함을 느끼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엄마는


모든 건 OO이(며느리 이름) 중심으로 생각하거라.
지금은 OO가 편한 게 제일 중요하다.
OO가 나에게 못되게 굴면 섭섭했겠지만,
평소에 너무 잘하는지라 전혀 섭섭하지 않다.


분명 섭섭한 마음이 있겠지만 나는 이럴 때일수록 아내에게 더 잘해야 된다고 생각해서 이런 결정을 내렸기에 엄마도 그런 나의 마음을 이해해주길 바랬다. 역시 엄마는 그런 나의 마음을 알아차린 것 같다. 지금 이 섭섭한 마음은 내가 살아가면서 보상해드릴 것이다. 아내도 시어머니를 잘 챙겨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해본다.


각자 살아온 삶의 방식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고 성격이 달라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세대라는 결코 맞춰질 수 없는, 서로가 달리 살아온 시대적 배경과 문화에 의해 생각의 접점을 찾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그렇기에 나에게 있어 엄마와 성격이나 성향이 잘 맞는 여자를 아내로 맞이한 것 자체가 크나큰 행복이다.


이 행복이 오래갈지 안 갈지는 우리 모두가 하기 나름이다.

인생은 길고 살다 보면 서로 마찰이 생기는 경우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서로가 조금 더 이해하고 양보하고 지혜롭게 해결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중간에 있는 남자의 역할 또한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 또한 처갓집 근처로 이사 가는 걸 결정함에 있어서 너무 가까이 붙어살면 서로 다른 입장 차이에 의해 마음 상할 일이 생길까 봐 걱정이 되어 아내에게 중간 역할을 잘해달라고 부탁 했으니 말이다.


모든 건 상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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