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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동몬 Nov 19. 2022

달꿈(Mars), 학생들에게 멘토가 되어 강의해보기

선생님은 이런 느낌일까

어느 날, 인스타그램에서 또 무언가를 발견했다.


달꿈(Mars)이라고 불리는 멘토링 플랫폼이었는데 자신이 가진 직업이나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초/중/고등학생들에게 하루에 두 시간 정도 멘토가 되어 강의를 할 수 있다.


물론 자격이 되어야 멘토가 되는 것이 가능 하기에 '달꿈'에 가입할 때 나의 이력을 기입해야 하며 달꿈 측에서 심사 후 전화가 와서 이것저것 확인 후에야 멘토로써의 요건을 갖추고 있다면 승인이 떨어진다. 그 뒤로 내가 원하는 형식의 멘토 강의를 선택할 자격이 주어진다.

위와 같이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고 대면, 비대면 모두 가능하지만 나는 교육이나 강의는 대면으로 하는 것이 훨씬 더 좋았다. 내가 졸업한 대학교에 졸업생 특강으로 두 번 강의를 한 적이 있었는데 한 번은 코로나 전이었고 다른 한 번은 코로나 후였는데 코로나 때는 대학생들이 학교를 거의 못 가는 상황이었기에 겨우 몇 명의 학생들을 앞에 두고 나머지 학생들은 모두 온라인으로 특강에 참여를 했었는데 직접 만나서 하는 것이 훨씬 더 반응이나 기운이 좋았기에 이번에도 대면으로 하고 싶었다.


그렇다고 내가 가고 싶은 날을 선택할 수는 없다.

학교 측에서 스케줄을 내어줘야 하고 내가 멘토링을 하려는 직군에 맞아야 된다. 직접 해보니 한 달에 세 번 정도 스케줄이 잡히는데 그 스케줄도 경쟁자들이 꽤 있기 때문에 자신의 스케줄이 된다고 한다면 바로 잡아야 한다. 대부분의 스케줄은 멘토링 강의 스케줄이 뜬 후 2주에서 4주 정도 뒤의 강의들인데 현재는 수도권 위주로 진행되고 있으며 약 두 시간의 강의 치고는 페이가 괜찮은 편이다. 나도 거의 3주 전에 모집 스케줄을 확인하고(달꿈의 'Mars'라는 앱을 통해 스케줄 확인 및 신청이 가능하다) PPT를 준비했다.


멘토링 약 일주일 전 단톡방이 생성되는데 약 30명의 사람들이 단톡방에 있었다.

나 혼자 가서 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이 멘토링을 위해 신청을 했고 그날 반나절은 학교에서 멘토링 강의가 있는 시간으로 스케줄을 만들어준다. 내가 신청한 곳은 수도권의 한 중학교였는데 그들의 수준을 어떻게 맞춰야 할지, 내가 중학생 때는 어땠는지를 생각하며 강의를 준비했다.



학교에 도착한 당일, 교사 대기실에서 많은 이들이 앉아있었고 30분 뒤 수업이 시작되었다.

각자 배정받은 교실에 갔는데 나는 '마케터'라는 직군의 멘토링을 하게 되었다. 들어가니 학생들이 꽉 찬 교실이었고 맨 앞에 앉은 여학생이(반장인 듯) 반 친구들을 나에게 인사시켰다. 우리 때는 차렷, 경례! 안녕하세요~ 하며 선생님께 인사드렸는데 요즘은 더 공손하게 양손을 배에 포개고 인사를 했다. 선생님은 이런 느낌일까 싶었다.


나의 PPT를 연결하고 학생들에게 강의가 시작되었다.

시작할 때는 아이들이 어떤 이야기를 할까 눈이 초롱초롱하여 PPT를 쳐다보았다. 나는 어떻게 이 길을 걷게 되었는지를 시간의 흐름대로 이야기하게 되었는데 확실히 남자아이들은 군대에 관심이 많은 듯했다. 여자 아이들은 장난기가 없었지만 남자아이들 몇 명은 장난기가 가득했고 멘토링 수업 중에 산만한 경향도 있었다. 뭔가 중학생 시절의 나의 모습 같아 보여 옛 생각이 많이 났다.


영상을 많이 준비했었지만 인터넷 연결이 되지 않아 학생들에게 보여줄 수 없었고 나의 강의가 지루했는지 몇몇은 엎드려 자기도 하고 눈이 슬슬 감기는 아이들도 있었다. 고생해서 준비했는데 졸고 있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지만 나 또한 수업시간에 열심히 자던 학생이었기에 이해도 됐고 그 시절의 선생님들께 죄송한 마음도 들었다. 조는 이들이 점점 많아지자 나는 잠깐 쉬었다 할까라고 했는데 아이들이


아직 쉬는 시간 아니에요!


라고 했다. 

와... 라떼는 말이야 쉬자고 하면 땡큐였는데 요즘 아이들은 시간은 철저히 지키는구나 싶어 기특했다.


좀 피곤한 친구들이 많아서 쉬었다 하면 좋을 것 같은데?


라고 하니 몇몇 아이들이 주변을 둘러보더니 졸고 있거나 엎드려 자는 친구들을 향해


야야야!! 너 앞에 선생님이 수업하는데 졸고 있냐?


라며 무안을 주는데 나의 입장에서는 참 고마웠다. 그러면서


신경 쓰지 마세요~ 얘네들 원래 이래요.
우리 반 분위기 원래 이러니까 신경 안 쓰셔도 돼요

라며 나를 위로(?) 해줬다.

참 고마웠다. 그리고 또 더 강의를 이어갈 힘이 났다.


사실 몇몇 학생들은 정말 집중해서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중간중간 질문도 던지고 내가 하는 말에 호응도 해줬다. 요즘 아이들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가 뉴스에서 많이 나왔기에 어떤 아이들일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정말 착한 아이들 뿐이었고 예의 바른 친구들이었다.


강의를 하면서 느낀 건 내가 일방적으로만 말하는 것은 학생들로 하여금 지겨울 수 있겠다 싶었다.

나는 PPT에 사진을 많이 활용했음에도 동영상을 보여줬다면 훨씬 더 강의에 집중할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질문을 해서 호응을 얻거나 그들이 집중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질문을 하고 그것을 맞춘 학생에겐 작은 선물을 주는 것도 더 좋은 호응과 집중력을 이끌어 낼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원래는 약 2시간의 강의였는데 이 날은 설문조사지 내용 때문에 20분 정도 일찍 마쳤다.

마치기 직전에 질문을 받았는데 중학생이 할만한 질문을 한 친구도 있었지만 정말 날카로운 질문을 한 친구도 있었다. 현직의 주니어 수준의 질문이었기에 정말 좋은 질문이었다며 칭찬을 해주었다.


수업을 마치고 다시 반장의 인사로 아이들에게 인사를 받고 교실을 나왔다.

아이들은 교실 밖을 나가는 나에게 고맙습니다를 외쳐댔다.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멘토링 강의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지나고 나니 좀 더 잘 준비하고 좀 더 재미난 이야기를 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도 든다. 짧았지만 많은 걸 느끼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


반 친구들 중 누군가는 언젠가 세월이 지나 그때 '마케터' 멘토링 하던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는데 하며 기억하는 이가 있길 바라본다.




달꿈 사이트

제가 직접 신청하고 경험한 내용입니다. 광고, 협찬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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