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바뀌어야 되지 않을까요?
나는 목욕탕에 가는 것을 참 좋아한다.
해외에 있을 때도 일본식 온천을 찾아다니며 목욕을 할 만큼 목욕하는걸 참 좋아한다.
몸을 깨끗이 씻는 것이야 샤워만으로도 충분하지만 뭔가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모든 피로가 풀려 나가고 스트레스를 함께 떠나보내는 것 같다. 꿈이 있다면 집을 지어 그 안에 널찍한 히노끼탕을 만드는 것이다.
한국의 목욕탕은 굉장히 대중적이며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 목욕탕에 가는 것이 하나의 문화이기도 하다.
조금 더 커서는 친구들과 함께 가게 되고 지금은 아이의 아버지로서 곧 나의 아이와 함께 목욕탕을 가게 될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그런데 목욕탕에 가면 참으로 안타까운 모습들이 많다.
어릴 때부터 왜인지 물의 소중함을 알았던 나는 물 낭비하는 걸 정말 못 보겠다. 그런데 목욕탕은 정말 물 낭비의 장이다. 많은 이들이 물을 쉽게 낭비한다.
양치할 때 꼭 물을 틀어놓고 한다.
물을 몸에 맞고 있으면 체온을 보호하거나 뜨끈하게 하기 위해 한다고 하지만 앉아서 양치를 할 때 대야에 왜 그렇게 물을 받으면서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물이 철철 넘치는데도 계속 물을 틀어놓는다. 심지어 대야에 받은 물은 입을 헹구려고 받는 게 아니라 칫솔을 씻을 뿐이다. 도대체 왜 받은 것인가?
물을 다 썼으면 샤워기를 끄는 게 기본 아닌가?
그냥 켜 두고 가버린다. 자동으로 꺼지는 거면 이야기도 안 한다. 수동임에도 그냥 켜놓고 가버린다.
탕에 온도가 이미 적정한데 왜 계속 더 뜨겁게 하는 것인가?
동네의 작은 목욕탕일수록 수도꼭지가 있어 물을 틀 수 있게 되어있는데 내가 자주 가는 목욕탕은 네 개의 각기 다른 온도의 탕이 컨셉인 곳이다. 두 개의 탕은 수도꼭지가 없어 온도가 고정적인데 그곳의 온도는 43도 이상의 뜨거운 곳과 20도 이하의 차가운 곳이다. 다른 두 곳은 38~42도와 32~35도로 적당한 온탕과 온탕보다 조금 낮은 온도의 탕인데 가끔씩 이 두 곳의 온도가 가장 높은 43도 보다 훨씬 높을 때도 있다.
나이 든 어르신들을 뜨거운 열탕을 좋아하는 듯하다.
그러면 가장 온도가 높은 탕에 가면 되는 것 아닌가? 그럼에도 계속 수도꼭지가 있는 두 곳의 온도를 쉴 새 없이 높인다. 다른 이들은 뜨거워하는데 말이다. 이렇게 되면 아이들은 물이 너무 뜨거워 탕에 못 들어온다. 한 번은 32도의 낮은 온도 탕에 앉아있는데 들어와 온도를 높이는 어르신이 있었는데 너무 화가 나 가서 꺼버렸다.
어르신, 너무 뜨겁습니다. 온도 높은 걸 원하시면 옆 탕으로 가시지요
32~35도의 탕이 옆 탕의 온도와 비슷해지고 있었다.
내가 물을 꺼버리니 버럭 화를 냈다.
여기가 자네만 쓰는 곳은 아니지 않나!
당연히 나만 쓰는 곳이 아니다. 그런데 어르신만 쓰는 곳인가?
자신이 원하는 온도로 하기 위해 최하 32도의 탕을 40도로 만들고 있는데 이 탕 외에 다른 두 탕이 여기보다 온도가 높은데 도대체 왜 자꾸 온도를 높이고 있는 것인가. 다른 이들은 이곳이 낮은 온도라 시원하여 들어오는데 탕 온도를 높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네, 저 혼자만 쓰는 곳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어르신만 쓰시는 곳도 아니지요.
여기는 표지판에 적혀있듯 32~35도의 탕입니다.
온도가 낮다고 생각하시면 옆탕을 이용하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얘기하니 반박을 못하고 옆 탕으로 가버렸다.
참 이해할 수가 없다.
표지판에 온도가 분명히 적혀있고 여러 명이 쓰는 탕임에도 자신이 원하는 온도를 위해 물을 무지막지하게 쓴다. 네 가지 다른 온도의 탕의 컨셉인 목욕탕임에도 세 개의 탕 온도가 똑같거나 온도 조절이 가능한 탕의 온도가 더 높게 만드는 사람들이 참으로 많다.
여탕은 남탕의 문화는 많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남탕은 물 낭비 정도가 빌런이라면 여탕은 자리싸움이 장난이 아니라고 했다.
여탕은 들어갈 때 카운터에서 수건을 두장만 준다고 한다.
남탕은 재어놓고 쓰고 싶은 만큼 쓰지만 대부분 두 장 이면 충분하고 한 장만 쓰는 이들도 많다. 여탕에서는 탕 안에서 이것저것 먹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마흔이 다돼가는 동안 목욕탕에서(남탕) 누가 뭘 먹고 있는 걸 본 적이 없는데 여탕은 흔한 일이라고 한다. 정말 놀라웠다. 아마 남탕에서는 누가 뭘 먹고 있으면 어르신들이 뭐하는 짓이냐고 할 것 같은데 여탕은 그렇다고 하니 참으로 다르다 싶다.
여탕은 목욕 장비(?)도 화려하다고 들었다.
이것 또한 여탕에 가보지 않았으니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남자들은 정말 심플하게 샴푸, 바디워시 정도만 챙겨가는데 반해 여자들은 세면도구의 종류도 굉장히 다양하고 목욕탕에 가는 여성분들의 레벨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무슨 옷(?) 같은 것도 입고 들어간다는데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어쨌든 여탕의 문화와 남탕의 문화는 많이 다르겠지만 나는 남자로서 남탕에서 벌어지는 이 물 낭비가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항상 우리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문제가 생겼을 때 그것의 소중함을 안다.
깨끗한 공기가 소중한 건 미세먼지가 왔을 때 알고, 사람 간의 대면과 일상의 소중함은 코로나가 왔을 때 알게 되었다. 물은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요소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물이 오염되거나 부족했을 때 깨끗한 물의 소중함을 안다.
문제가 생겼을 때는 이미 늦었을지도 모른다.